슬로워크에서는 원격근무가 가능합니다. 스티비팀은 그 어느 팀보다 원격근무를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리 약속된 회의에 문제없이 참여하고, 지정된 날짜 안에 스프린트를 완료한다면 어디든 본인의 업무 효율이 가장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배경이 있어 한 달이라는 장기간 원격근무를 발리에서 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이지만 여행이 아닌, 매일 하는 일이지만 새로운 장소에서 새롭게 다가올 나의 일. 하루나 이틀 정도 원격근무를 하는 것은 일상이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원격근무를 했던 직원은 거의 없었는데요. 동료들의 우려도 있었고 저 또한 외국에 나가 팀원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업무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장기 원격근무가 꼭 필요했나
우리는 매일 같은 곳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음식을 먹으며 생활을 합니다. 만나는 사람도 거의 항상 같습니다. 고정된 사람들과 밥을 먹고 술을 마십니다.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이 이어지는 뉴스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기 일쑤. 그마저도 모두가 비슷한 이야기, 비슷한 생각을 강요하는 나날이 이어집니다. 어떻게 살고 싶은 건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은 가득했지만,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이야기 속에선 어떤 것이 정답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뭘까. 익숙한 곳을 떠나면 해답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이런 제게 원격근무는 한 가닥 희망이었습니다. 이것이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발리에서 원격근무를 하게 된 진짜 이유입니다.
왜 발리인가
발리로 원격근무지를 정하게 된 건 굉장히 즉흥적이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 위해 발리로 떠난 블로거들의 생활기를 찾아본 후 “그래, 여기가 내가 떠날 곳이구나!”하고 바로 느낄 수 있었는데요.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자연, 무엇보다 생활비가 한국에서 지내는 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한 달 동안 발리에서 원격근무를 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서울 종로, 월세 포함한 한 달 생활비 100만 원
발리 한 달 생활비 100만 원
발리로 떠나는 준비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이틀 치 숙소만 예약했고, 심지어 우기라는 말에 다양한 두께의 긴 소매 옷은 어찌나 많이 챙겼는지… 별 필요 없는 물건들과 이렇다 할 준비 없이, 2017년 새해가 되던 때에 모두의 걱정을 뒤로하고 발리로 떠났습니다.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 슬랙에서 만나요
일단 팀의 일정과 소통에 무리가 없도록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마침 팀에선 업무 진행방식을 새롭게 바꾸었는데요. 필요한 업무가 있을 때마다 일을 요청하던 기존 방식에서 매주 1회 스프린트로 업무를 공유하는 방법으로 변경했습니다.
방법은 이랬습니다. 매주 1회 화요일 오전, JIRA에 기록한 스프린트 목록을 통해 지난 업무 진행 과정을 공유하고, 새로 필요한 업무는 무엇인지 2–3시간에 걸친 회의를 통해 일정을 조절했습니다. JIRA를 통해 업무를 세분화하고 일정을 세우니 업무 관리가 수월해졌습니다. 또 매주 전체 팀원들과 업무를 공유하니 장기간 팀원들과 떨어져 있어도 팀 전체 일정을 따라가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었습니다.
실제 업무는 어떻게 하는가?
발리는 한국보다 한 시간 느립니다. 시차가 거의 없다는 점이 장점인데요. 발리 시간으로 9시, 한국 시간으로 10시부터 슬랙을 통해 업무를 공유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 시간 내에는 언제나 연락할 수 있도록 인터넷과 슬랙을 대기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이었습니다.
해변, 카페, 코워킹 스페이스. 진짜 일을 하는 곳은 어디인가?
전기와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것이 디지털노마드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하루는 아침에 서핑을 하고 바닷가에 앉아 업무를 시작했고, 종일 호텔과 수영장을 오가며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어느 곳이건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다면 업무가 가능합니다. 발리에 가서 가장 신경 쓴 것도 인터넷 환경을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숙소에서 인터넷이 잘 되는지, 잘 안된다면 휴대폰 데이터로 인터넷을 연결했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카페나 코워킹 스페이스로 자리를 옮겨 다녔습니다.
이렇게 발리 생활에 익숙해진 이후엔 오전 7–8시쯤 일어나 아침을 먹으며 일을 시작하고 점심엔 다양한 나라에서 모인 여행자들 혹은 디지털 노마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발리에서의 일과였습니다.
원격근무를 통해 알아낸 다양한 원격 회의 방법: 행아웃, 슬랙콜, 스크린히어로
원격근무를 하기 위한 가장 큰 조건 중 하나가 언제나 팀과 연결고리를 놓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돌아오는 팀 회의가 두 시간가량 이어지는 동안 인터넷 버퍼링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팀원 모두가 접근하기 편한 앱이 어떤 것인지도 고민해야 했습니다. 이때 활용한 대표적인 앱 세 가지를 공유합니다.
행아웃
가장 대표적인 화상채팅 앱입니다. 구글 계정만 있으면 누구든 초대해 화상, 음성, 텍스트로 회의를 할 수 있습니다. 원격근무를 한다면 누구나 행아웃을 이용할 텐데요. 아쉽게도 세팅을 잘못했는지 상대방 목소리는 들리고, 제 목소리는 전송되지 않아 발리에 있는 동안 행아웃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슬랙콜
슬로워크에서는 기본 메신저로 슬랙(Slack)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행아웃이 안 되는 상황에서 “한번 써볼까?”하고 사용해본 슬랙콜은 다른 메신저와 비교했을 때 접근성이 뛰어났습니다. 일단 모두가 슬랙을 사용하고 있어 메신저에서 팀원을 추가해 전화를 걸기만 하면 끝.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슬랙콜은 7–8명이 모여 슬로워크 블로그 기획회의를 할 때도 유용하게 활용했습니다(회의 때마다 슬랙콜 뒤로 들려오는 새소리에 모두 경탄을 금치 못했지요).
스크린히어로
스크린히어로는 다른 팀 동료에게 추천받은 앱입니다. 팀원들을 초청하면 초청한 사람의 모니터 화면을 바로 옆에서 보듯 원격으로 조정하며 음성 대화도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명이 한 번에 마우스를 움직이면 서로 엉키기도 하지만 화면을 공유해 회의할 때 마치 한 공간에서 이야기하는 듯 회의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원격근무를 위한 최소한의 준비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원격근무 이전에 팀 내 업무 공유 프로세스를 견고히 해놓은 덕분에 팀원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팀 전체가 이번 주에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어떤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장기간 원격근무를 했지만, 한국에 돌아와 업무에 복귀했을 때도 팀원들과 소통하는데도 무리가 없었습니다.
실제 생활은 이런 업무적인 준비 과정보다 훨씬 대충대충 즉흥적으로 일어났고, 비일상적이고 비논리적인 일이 가득했습니다. 마치 언제 비가 내리고 또 언제 그칠지 모르는 1월의 발리 날씨처럼 말이죠. 두 번째 발리 원격근무 리포트에서는 이런 즉흥적인 발리 생활에 대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일하고, 먹고, 이동하고 잠자기 위해 어떤 것을 살펴봐야 하는지 다루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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