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Babeltop) / 조은별 / 조회수 : 3977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한 뒤 전문 한불 번역사로 활동하던 저는 스타트업 계에 막 발을 들인 초보 창업자가 되었습니다. 빠른 리듬으로 돌아가는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선배 창업가들과 이 분야 전문가들의 아티클을 큐레이션 해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읽곤 하죠. 한불 번역사인 저는 자연스럽게 프랑스어로 된 창업 정보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쪽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지, 그쪽의 창업자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점에 주목하는지 점점 호기심을 넓혀가게 되었습니다. 혼자만 접하기에는 아쉬운 글들을 우리나라의 열정적인 창업자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번역 재능을 발휘해봅니다.
프리랜서 번역사로만 활동하다가 해당 업계에서 느낀 고통과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한 것이 창업 동기의 전부였던 만큼, 저는 경영, 재무 등 창업에 반드시 필요한 지식에는 완전히 문외한이었습니다. 아이디어가 프로젝트로 발전하고, 정부지원금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나서 본격적인 개발에 뛰어들어야겠다고 느끼는 순간 첫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바로 개발 및 운전자금을 조달해야 했던 것이죠. 그때까지 저는 자금조달 자체에 대해 뚜렷한 개념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자금을 조달하기 전 어떻게 편성 및 운영계획을 세워야 하는지조차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습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셨던 창업자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프랑스의 비즈니스 코치인 소피 말람르크루Sophie Malarme-Lecloux 씨의 아티클 한 부분을 발췌해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번 레이트 (Burn Rate)
당신이 한 기업의 창업자이자 관리자라면 “캐시 번(cash burn, 현금 고갈)” 상황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들어오는 돈에 비해 회사 운영에 드는고정비(급여, 경비, 개발비, 세금…)를 충당하는 데 얼마만큼의 현금을 “태우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월 유동자산 지출에 해당하지요.
투자자들이 당신 회사의 “번 레이트(Burn Rate, 경비 지출 속도)”가 얼마냐고 물었다면, 당신의 회사가 흑자를 내기까지 그들의 투자금이 얼마 동안 충분할 것인가 알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말해 당신이 얼마 후 후속 투자를 요청해 올 것인지 알기 위해서죠. “번 레이트”를 계산함으로써 새로운 자금을 조달해와야 하는 시점을 예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번 레이트” 계산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2017년 1월 1일 당신의 회사에 10억 원의 현금이 있었고, 2017년 7월 1일에 보니 4억 원이 남아 있었다고 가정해봅시다. 당신은 6개월 만에 6억 원을 “태운” 것이고,즉 “번 레이트”는 매월 1억 원인 것이죠.
매월 1억 원을 “태운” 당신의 회사에 4억 원이 남아 있는 시점에서, 앞으로 현금이 고갈되기까지 4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다시 말해서, 보유 현금으로 4개월 이상 버티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금조달을 모색하거나 “번 레이트”를 줄 알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타이밍 찾기
당신 회사의 번 레이트가 얼마인가, 그리고 당신이 얼마나 빠르게 자금을 모을 수 있는가에 타이밍이 결정됩니다. 회사에 대해 내세울 장점이 있거나 당신 회사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몇몇 투자자 혹은 은행가 사람들과 친분이 있다면 자금조달이 훨씬 쉬워지겠죠. 투자유치 시 궁지에 몰리는 상황을 초래하지 마십시오. 미리 대비하고 시장의 기회를 잡으십시오.
반대로 너무 많은 돈을 조달하는 것 또한 자금 사용에 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지출이나 수금에 관심을 덜 가지게 될 리스크가 생길 수 있는 것이죠. 또한 단기적으로 수익성 없는 후속 투자를 필요로 하는 무리한 성장을 감행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성장에 투자하는 것은 현금이 매우 많이 드는 일임을 잊지 마십시오. 설령 그 성장이 수익성이 있다 해도 말입니다.
이렇게 하세요 :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현금 사용 현황을 점검하십시오. 이는 모든 스타트업에 있어 주요 지표이며, 특히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창립자들끼리 선호하는 투자자 유형과 그들의 역할에 대해 예측하고 토론하십시오. 또한 자금조달의 대가로 어떤 식의 양도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십시오.
-당장 투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더라도 미리 생각해둔 투자자들에게 주도적으로 먼저 연락을 하십시오. 이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여러분의 발전과 연혁을 계속해서 예의주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관계를 형성하고 신용을 쌓는 것이죠.
–투자유치 시 궁지에 몰리는 상황을 초래하지 마십시오. 회사의 내세울 장점이나 성장 가능성을 준비해두었을 때 돈을 끌어오기 훨씬 수월합니다.
–투자자들에게 다가가기 전 신빙성을 먼저 갖추십시오. 현실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사업 계획서를 준비하십시오. 사용 가능한 자금에 따라 개발 단계를 나누십시오. 팀, 시장, 제품/서비스와 실적에 관한 질문들에 대비하십시오.
주의해야 할 점 :
–여러분의 자금 운용 계획에 따라 투자 받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즉, 첫 이익을 내기까지 투자해야 하는 금액은 얼마인지, 성장에 투자해야 하는 금액은 얼마인지 와 같은 계획 말입니다.
–자금계획에 있어 부가세(내거나 받아야 하는)를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스타트업 설립 직후부터 높은 급여를 책정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창업자의 스타트업에만 투자라는 리스크를 걸 것입니다. 합리적이면서도 개인적인 금전 문제에 현실적일 수 있는 결정을 하십시오.
–채용 전 심사숙고하십시오. 매달 말 월급을 지급할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식의 비용과 책무가 지워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현금이 모자란다고 몇 달간 월급 지급을 미루는 식의 유연함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투자사나 은행과 계약을 할 때 신중하십시오. 특히 서로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