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민 님의 <창업가의 일>을 읽고 (임정민 님은 트레바리에서 클럽장으로도 활동하신답니다)
나는 창업가가 아니다. 창업가의 동료다. 창업가의 동료란 창업가의 비전에 공감하여 그와 함께 달리기 위해 모인 사람이라 생각한다. 여태껏 같이 달린다는 이유로 하는 일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이 책을 읽어보니 다른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만큼이나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창업가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책은 자연스레 나와 함께 일하는 창업가 윤수영을 떠오르게 했다. 글자를 읽기보다 수영님은 어떤지 회상해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어떤 구절에서는 '수영님은 천상 창업가 밖에 못하겠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구절에서는 '그때 그 고민은 이런 맥락이었구나'하는 깨달음이 있었다. 가끔씩은 '역시나 창업가는 외로운 직업이구나'라는 생각도 들게 했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수영님의 모습들을 한 번쯤은 기록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트레바리에서 일하고 있는 동안에는 일하는 태도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등 여러 가지로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지금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적어두고 싶다.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면 이는 트레바리에서 일하는 것이 어떨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함이다. 이 글을 보며 함께 일할 창업가가 어떤 사람인지 슬쩍 엿볼 수 있으면 좋겠다. 창업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그 회사의 분위기가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오늘은 내 이야기가 아닌 내가 보는 트레바리 창업가 윤수영의 모습을 적어보았다.
"창업가는 일단 일이 즐겁다. 스스로 벌인 일이니 당연히 즐거울 수밖에 없다. 밥을 먹으면서도, 밤에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면서도 일을 할 수 있고, 이게 스트레스로 느껴지지 않는다. 주말에도 집중이 잘되거나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러면 주말에도 일한다."
- 창업가의 일 <일과 휴식> 편 중
요즘의 수영님에게 트레바리를 뺀다면 어떤 모습일까. 나는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주 7일 일하는 것은 기본이요, 일하느라 툭하면 밥도 거르고 잠도 안 잔다.(제발 밥 좀 드세요..) '일주일에 낮잠 포함 최소 40시간 잠자기'라는 개인 KPI를 세워둘 정도인데, 이마저도 못 지키는 날이 많다. 그럴 때마다 "잠도 제대로 안 자다니 게르으시네!"하며 핀잔을 주지만 씨알도 안 먹히는 것 같다.(제발 잠도 좀 자세요..)
여러 창업가를 봐왔지만 수영님만큼 자신의 정체성이 회사 그 자체인 창업가는 처음 본다. 트레바리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사랑하는 만큼 행복하게 일한다. 옆에서 보고 있자면 트레바리가 전부인 사람 같다. 종종 멤버나 파트너분들이 "내 인생은 트레바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트레바리 때문에 이사까지 했어요" 등의 이야기를 남기는 날에는 스스로 트레바리에 취해 해가 뜰 때까지 일을 하는 수영님을 볼 수 있다.
"창업가는 제품이 아니라 비전에 집중해야 한다."
- 창업가의 일 <유니콘과 바퀴벌레> 편 중
비전무새의 뜻은 아래와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창업가는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늘려나가는 사람이다. 수영님은 트레바리의 비전인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를 함께 이루고 싶은 사람들을 찾아가 클럽장이나 크루가 되어달라고 설득한다. 때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멤버로서 비전에 공감하도록 강연이나 세미나를 통해 트레바리를 알리기도 한다.
이걸로도 부족한지 매일 만나는 크루에게도, 아지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멤버에게도 트레바리가 어떤 비전으로 움직이는 회사인지 끊임없이 말한다. 그래서 별명이 비전무새다. 보고 있으면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항상 진심으로 열정 넘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진심이 터무니없기는커녕 논리적이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논리적인 이야기라 설득력이 어마어마하다. 덕분에 비전무새 수영님에게 10분 정도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트레바리를 하는 것이 정말 멋진 일이라는 사실에 취해서 나온다. (우리는 이것을 '트레바리 뽕맞는다'고 표현한다.)
나는 이런 수영님의 모습을 종종 활용(?)하는 편이다. 일하는 것이 지치거나 의욕이 떨어질 쯤에 수영님을 찾아가 말을 건다. 이것저것 묻다 보면 트레바리를 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확신이 생기므로 다시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된다.
"꿈은 크게 갖되, 첫 실행은 작게 하라."
- 창업가의 일 <기억해야 할 10가지 창업가의 일> 편 중
수영님은 가끔씩 본인이 그리는 트레바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만히 듣다 보면 이걸 가능하다고 믿고 말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원대하다. 트레바리 아지트가 뉴욕이나 도쿄 같은 전 세계 도심 곳곳에 들어서서 모든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모습을 그리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이 끼얹어 있는 트레바리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는 진작부터 들었다.
그렇지만 미래만을 바라보느라 당장 해야 하는 일에 권태를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 매 이벤트마다 적게는 열몇 명, 많게는 백몇 명의 계좌이체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노가다도 마다하지 않는다. 매주 수요일에 진행되는 주간회의 슬라이드 마지막 장은 항상 이런 글이 쓰여있기도 하다.
매 시즌(4개월) 마다 30% 에서 50%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리는 원대한 미래와 '짜친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지극히 현실적인 행동들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친구에게서도 한 가지도 배우지 못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경쟁자에게서도 배우려고 노력하죠." by 니키 라우다, 전설의 카레이서
- 창업가의 일 <경쟁> 편 중
"나는 항상 뭔가 새로 시도할 것이 없나 찾아보고 스스로 발전시키기를 멈추지 않는다." by 배리 본즈, 야구선수
- 창업가의 일 <창업가 연습> 편 중
나와 함께 일하는 창업가는 누구보다 빠르게 배우고 배운 대로 변하는 사람이다. 몇 년 뒤에는 지금 적은 이 글이 무색할 정도로 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본 바로는 보통 일주일마다 하나의 꼭지를 배워서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온다. (일주일마다 새로운 과제가 던져진다는 이야기로 읽으시면 정확하게 읽으신 겁니다.)
한번은 네이버 전 대표셨던 상헌 님에게 리더의 자질과 신중함에 대해 듣고 감명을 받았다며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다음에는 패스트트랙의 박지웅 대표님을 보고 똑똑한 사람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것을 보니 무섭기까지 하다며 의지를 불태우며 일했다. 최근에는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님에게 스타트업이 겪게 되는 어려움과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과정에 대해 배웠다며 크루들에게 공유했다.
덕분에 수영님만큼 많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필요한 것들을 묻고 다니지 않아도, 어깨너머로 이것저것 배운다. 때로는 나도 하루빨리 그런 사람들만큼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가슴이 답답해질 때도 있지만,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엿보는 좋은 자극이 되어 줄 때가 훨씬 더 많다.
비전무새 수영님이나 그런 수영님이 창업한 트레바리가 궁금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1805 시즌 멤버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크루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일할 크루를 찾고 있다.
무엇을 하는 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도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멤버든 크루든 트레바리와 함께 한다면 빛바래 보이는 일상의 구석들까지 멋지고 다채롭게 만들어주고 싶다.
#트레바리 #개발자 #CTO #팀원소개 #조직문화 #팀빌딩 #초기멤버 #인사이트 #경험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