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로 향하는 로모의 첫 번째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답사의 시작과 끝은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주로 머물게 될 마을 전체가 동파되어서 일정을 1주일 연기하였는데, 다시 잡은 출발일을 코앞에 두고 결항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울릉도에서 보내는 마지막 일정은 날씨 문제로 예정 시간보다 일찍 배가 출항하는 바람에, 서둘러 서울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울릉도에서 보낸 짧았던 시간은 더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불행과 다행의 연속이었던, 1박 2일 같았던 2박 3일간의 여정을 시간 흐름 순으로 여러분께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전에, 2박 3일 동안 로모가 발자국을 찍은 모든 곳들을 모아 지도로 만들어보았습니다. 커뮤니티 맵핑 서비스 중 하나인 '썸맵'을 활용해서 말이죠. 앞으로 이 지도는 계속해서 업데이트해나갈 예정입니다. 울릉도 지역 재생에 관심 있는 많은 사회 혁신가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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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로 들어가는 길은 여러 가지입니다. 후포, 포항, 묵호, 강릉 등지에서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데, 계절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경로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3월 중순에 울릉도로 떠난 로모는 포항과 강릉 두 곳에서만 울릉도에 가는 배를 탈 수 있었습니다. 그중 포항행을 택하고, 이른 새벽 서울에서 출발해 포항으로 향하는 KTX에 올랐습니다. 마른 목을 축이려 기차 안 자판기에서 생수를 샀는데, 우연히 ‘울릉도 해양심층수'를 만났습니다.
해양심층수를 활용해서 어떤 것들을 해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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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는 배로 울릉도까지 약 3시간 30분이 걸립니다. 로모가 탔던 배는 대저해운에서 운영하는 '썬플라워호'입니다. 이 배는 2394톤으로 약 900명가량의 승객이 탈 수 있는데, 돌아오는 날 탔던 '씨스타호'에 비해선 확실히 오래된 배인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배는 20여 년이 넘어 정기 점검이 필수적이고, 지역 주민들 역시 파도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 더 큰 배가 울릉도를 오가길 희망한다고 합니다. 결항일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보다 좀 더 편하게 울릉도를 찾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배에 오르기 전 멀미약을 먹었는데도 속이 울렁거려, 눈을 꼭 감고 잠을 청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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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항에 도착했습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웅장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하늘은 파랗고, 바다도 참 맑습니다. 잠깐 숨을 돌린 뒤 2박 3일 울릉도 곳곳을 안내해주실 병호님을 만나 차에 올랐습니다. 지역 주민이자 현재 독도 의용수비대 계장으로 활동하고 계신 병호님은 2박 3일 동안 울릉도 곳곳을 소개해주시고, 고향인 울릉도에 대한 본인의 생각들을 편하게 들려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병호님께 감사드립니다 :)
도동항에서 출발해 바로 나리분지로 향했습니다. 병호님이 추천해주신 울릉도 나물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산채비빔밥을 먹고, 나리분지 산책로를 탐방하기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가는 길에 출출한 배를 살짝 달래줄 간식을 그냥 지나칠 순 없습니다. 호박엿, 호박 젤리, 호박 조청, 호박빵 등 울릉도 지역 특산물 매장에 가서 어떤 상품들이 있는지를 살펴 봅니다. 그러다 보니, ‘울릉도에는 왜 호박이 유명할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호박엿도 원래는 호박으로 만드는 게 아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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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분지에 늦은 오후에 도착해서야 제대로 된 첫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오느라 아침과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메뉴는 울릉도의 다양한 산지 나물들을 골고루 먹을 수 있는 산채비빔밤입니다. 울릉도 토박이 병호님이 찬으로 나온 나물 이름을 하나씩 알려주셔서, 나물 본연의 맛을 더 음미하며 먹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식당에서는 특이하게 생수 대신 고로쇠를 주셔서, 달달한 물맛도 먹어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밥을 먹고 나서 산책했던 숲에서 고로쇠와 산나물을 채취하는 모습을 종종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자연 자원들은 울릉도 지역 주민들의 주요 수입원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울릉도의 특색 있는 자연 자원들은 멸종의 위기에 처해있기도 합니다. 산채비빔밥을 먹으며, 천천히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도 곱씹어보았습니다.
키워드 검색 울릉도 자생식물 멸종 위기
밥을 든든히 먹은 후 길을 나섰습니다. 가까운 전망대에 올라, 나리분지의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도동항에서 본 울릉도의 첫인상은 해안선을 따라 우뚝 선 여러 봉들로 웅장함 일체였는데, 이곳 나리분지에 오니 평온함이 느껴집니다. 나리분지 곳곳의 건물과 집들을 바라보며, 답사단은 지붕 색깔을 두고 오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철저하게 디자인 가이드에 따라 본연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의 주요 관광지들처럼, 울릉도를 잘 표현해줄 수 있는 하나의 톤과 색으로 건물 지붕들을 얹는다면 어떨지, 그렇다면 그 색은 어떤 색이면 좋을지 하고 말이죠.
키워드 검색 산토리니 풍경의 비밀
아직 울릉도의 산에는 눈이 채 녹지 않았습니다. 겨울이 남아 있는 성인봉 원시림을 찬찬히 걸어봅니다. 걷다 보니, 너와집과 함께 울릉도의 전통적인 가옥 형태 중 하나인 투막집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바깥의 찬 공기과 많은 눈으로부터 집을 보호할 수 있도록, 벽을 치듯 억새로 만든 우대기를 집 전체를 두른 형태였는데, 직접 안에 들어가서 이 집에서 생활을 했을 옛 울릉도 주민들의 모습을 잠시 상상해보았습니다.
키워드 검색 울릉도 투막집
꽤 긴 시간 산책을 마치니 벌써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도동항에서 시작해서 오후 내내 서쪽 방향으로 울릉도 한 바퀴를 돌다 보니, 저녁쯤 북면의 천부마을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저녁으로 먹을 치킨을 사기 위해, 역시나 병호님이 추천해주신 어느 한 치킨집을 찾았습니다. 서울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치킨 브랜드이지만, 갓 튀겨 먹는 치킨은 서울에서 만큼이나 맛있었습니다. 천부마을 골목골목 자리한 작은 가게에서 간식거리들을 사들고,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숙소로 향했습니다. 치킨 먹방과 함께 처음 마주한 울릉도는 어땠는지 서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울릉도에서 보낸 첫 번째 날이 흘러갔습니다.
BY 나무 CCO & Co-Founder
다양한 삶의 방식과 공존 사례를 연구하고, 실험합니다. 루시드폴의 노랫말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