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보내는 두번째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로모가 지난밤을 보냈던 마을은 석포마을이었는데, 이곳은 맑은 날엔 독도를 볼 수 있고, 독도를 수호했던 독도 의용수비대 기념관과 안용복기념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침 일찍 일출을 보기 위해 이불 밖을 뛰쳐나왔지만, 아쉽게도 구름이 많아서 해는 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잔잔한 바다와 저 멀리 죽도를 가만히 바라보며, 고요한 울릉도에서의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간단히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밤늦게 도착해 잘 보지 못했던 석포마을을 찬찬히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병호님의 고향인 석포마을은 역사 속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곤 했는데, 그중 하나는 '정들포'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터전을 열심히 닦아 살던 주민들이 정들었던 마을을 떠날 때 슬퍼했던 마음이 담겨있는 이름이라고 합니다. 돌이 많아서 지어진 석포보다는 애틋한 마음이 담긴 이름이 더 정답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현재 석포마을에는 33가구, 약 57명이 거주하고 있고, 울릉도 인구의 대부분이 살고 있는 도동과 저동으로 향하는 도로가 없어서 서쪽으로 굽이 굽이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이제 곧 울릉도 일주도로가 완공된다고 하는데, 마을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궁금해집니다.
일주도로가 완공된 이후 마을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요?
산책 후에는 석포마을을 떠나, 현포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현포마을에 있는 작은 한 교회를 찾기 위해서죠. 갑작스러운 교회 방문으로 보일 수 있지만, 교회에서의 예배와 예배 후 함께 먹는 점심은 울릉도에서 일요일 하루를 보내는 여러 풍경 중 하나입니다. 물론 울릉도에도 불교 사찰이 있지만, 인구수 대비하여 교회의 수가 매우 많고, 교회에 가느라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 식당을 울릉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로모도 교회를 찾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따뜻한 밥을 먹으며, 정겨운 인사와 이야기를 나누며 일요일 점심을 보냈습니다.
교회에서 주민들과 함께 식사를 마친 이후에는 현포마을 옆 태하마을과 태하항을 찾았습니다. 태하항에는 울릉도 등대까지 갈 수 있는 모노레일을 만날 수 있는데, 아쉽게도 이날 모노레일이 운영하지 않아서 직접 해안 산책로를 따라 등대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화산활동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황토굴과 바다의 기암괴석 등 울릉도의 웅장한 자연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병호님의 말에 따르면, 패키지 관광 코스에 포함되지 않아서 단체로 오는 여행 관광객들의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이라고 합니다. 제주도만큼이나 참 멋진 풍경인데 말이죠. 자연스럽게 제주도가 떠올랐습니다. 제주도와 울릉도는 어떤 점이 비슷하고, 또 어떤 점이 다른 걸까요? 그러한 차이는 울릉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고,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을까요? 산책로를 걸으며 함께 나눈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랜 야외 탐방을 마치고 태하마을에 자리한 수토역사전시관을 둘러보았습니다. 작년 말에 새롭게 개관한 이곳은 ‘수토(守討)’라는 키워드에 집중해서 울릉도와 독도의 역사를 정리한 곳으로,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긴 역사의 시간 동안 울릉도는 어떤 모습으로 기록되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는 ‘강치’에 대한 역사도 알 수 있었는데요. ‘강치’라고 들어보셨나요?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독도 강치 넥타이’를 매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던 ‘강치’는 바다사자류의 동물인데, 일제강점기 당시 무리한 포획으로 멸종되었습니다. 울릉도의 바닷가에 강치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을 가만히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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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부지런히 다니고 나니 벌써 저녁입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천부항 어느 횟집에서 간단히 회와 매운탕거리를 사서 먹기로 하였습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천천히 천부항과 천부마을을 걸어보았습니다. 1일 차에도 천부마을에서 고양이 무리들을 만났는데, 2일 차에도 횟집 근처 골목에서 여러 길고양이들을 만났습니다. 겨우 길고양이나 간간히 만날 수 있을 만큼 심심했던 일본의 한 시골 마을이 오히려 골목 곳곳에서 귀여운 길고양이들을 만나기 위한 여행객들이 찾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본 것이 떠올랐습니다. 길고양이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조용히 맞이하는 울릉도에서의 두 번째 저녁이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키워드 검색 길고양이로 유명해진 일본 항구 소도시
벌써 마지막 날입니다. 울릉도를 나갈 때도 결항의 위기가 맞을 뻔했지만, 쏟아지는 비에도 다행히 오후에 출발하려던 배가 이른 오전으로 출항 시간을 바꾸어 강릉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이르게 저동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여러 마을을 지나 울릉도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도동에 가까워질수록, 버스 안도 월요일 등굣길에 오른 학생들로 가득 찹니다. 버스는 1시간에 1대, 등교시간은 모두 같습니다. 흡사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광역버스 안과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학생들이 모두 내린 후 버스가 한산해질때쯤, 저동항에 도착했습니다. 배를 타는 시간까진 조금 여유가 있어서, 울릉도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오징어내장탕으로 속을 따뜻하게 덥히고, 울릉도에서 새롭게 만난 전호나물도 서울에 가서 또 맛보려 한단씩 사서 배에 올랐습니다.
포항에서 타고 들어왔던 배와 다른 배에 올라탔습니다. 크기는 좀 더 작아 보이지만, 내부는 훨씬 쾌적합니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승객들도 별로 없어 배 안도 한적합니다. 강릉으로 가는 내내 모두 멀미에 고생하지 않고 푹 잠에 들었습니다. 서로 잠깐 이런 이야기도 나누어보았습니다. 울릉도를 오가는 배안에서의 시간이 멋지고 색달라도 좋을 텐데 하고 말이죠. 멀미와 북적임, 긴 이동 시간에 시달리기 싫어서 울릉도를 오가는 게 부담스럽다면, 배에서 보내는 그 긴 시간을 의미있게 기억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어떨까요? 여러 단상들을 주고 받다보니 무사히 강릉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2박 3일의 짧지만 다채로웠던 울릉도 첫 답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BY 나무 CCO & Co-Founder
다양한 삶의 방식과 공존 사례를 연구하고, 실험합니다. 루시드폴의 노랫말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