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2박 3일의 답사를 마무리하며, 낯선 시선에서 보고 느낀 울릉도에 대한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나누어보았습니다. 울릉도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들, 그리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 혹은 발견하고 싶은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찬찬히 떠올려보았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함께 울릉도를 찾은 사람들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이번 사전 답사를 떠나기 전, 로모는 함께 답사를 떠날 분들을 모집했습니다. 로모가 가진 시선과 관점 외에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와 이야기가 함께 한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울릉도를 더 다채롭게 보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내주셨고, 덕분에 2박 3일간 안내자의 역할을 해주신 병호님과 더불어 새로운 사람들과 답사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효웅
건축, 도시재생, 공간환경디자인 등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이번 답사에 참여했어요.
연수
가상현실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활동을 좋아합니다. 울릉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고, 지역재생에도 관심이 많아서 이번 답사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나무 & 주드로
로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번 답사를 시작으로, 자주 울릉도를 찾고 들여다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하고, 함께 한 이야기를 계속 기록하고, 나눠나갈 예정입니다.
효웅 예전에 울릉도에 한번 와본 적이 있어요. 살면서 한 번쯤은 가볼 곳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분들이 함께 하는 가족 동반 여행으로 올 기회가 생겼거든요. 아주 오래전이라 뚜렷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자연환경이 굉장히 좋았지만 음식은 비싸고 그리 맛이 좋지않았던 기억이 나요.
주드로 저도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에요. 작년 가을에 울릉도에 와본 적이 있는데, 힘들었던 기억이 커요. 1박 2일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오고 가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다 보니, 정작 울릉도에서는 많은 걸 보고 느끼진 못했거든요.
연수 전 이번 답사로 처음 울릉도를 찾게 되었어요. 원래 울릉도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고, 또 미쳐 갈 생각도 하지 못한 ‘미지의 섬’ 같은 느낌이었어요. 아주 한적하고,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섬이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생각하는 정도였죠. 예전에 울릉도에 다녀온 친구가 갈매기가 엄청 많고, 먹을 게 크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떠나기 전에 실은 걱정이 좀 들기도 했어요. 다른 친구들도 울릉도를 생각하면, 흐린 날씨와 척박함이 떠오른다고 말하더라고요.
나무 울릉도에 대한 기억과 이미지가 서로 비슷한 것 같네요, 저도 이번에 처음 울릉도를 찾게 되었는데, 이전에 울릉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부정적인 게 컸던 것 같아요. TV에서 울릉도 트레킹 코스를 보고 한 번쯤 가보고 싶어 여행 계획도 몇 번 세우곤 했는데, 부담스러운 교통비와 비싼 현지 물가, 그리고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하면 매번 다른 여행지에 밀리곤 하더라고요. 특히 요즘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도 참 많은데, 식당에서 1인분은 안 팔아서 일명 ‘혼밥’ 등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와서, 더 가기 어려운 섬이라 생각하곤 했어요. 기필코 가고 말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떠나야 할 것 같은 섬이랄까요?
나무 울릉도라는 섬이 가진 자연이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울릉도에만 나는 나물, 각종 식물, 그리고 화산섬이라서 가질 수 있는 독특하고 웅장한 풍경들이요. 그리고 그런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울릉도 사람들만의 독특한 생활 문화도 흥미로운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밭을 오가는 농사용 소형 모노레일 같은 것들 말이죠.
연수 저도 울릉도의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다른 섬들은 인조적인 느낌이 있다면, 울릉도는 자연 그대로 웅장한 느낌이 크게 다가왔어요. 꼬불꼬불한 도로도, 시골길 같은 산책로도 매력적이었고요. 그리고 울릉도의 나물도 맛있었고, 정겨운 느낌의 울릉도 주민들도 반가웠어요.
효웅 저도 울릉도에서 맛보았던 다양한 나물들이 정말 기억에 남아요! 나물 맛이 남다른 것 같아요. 특히 전호 나물이요. 울릉도에서 돌아오는 날 저동항에서 전호 나물 한 단 산 걸 집에 돌아와 튀겨서 먹었는데, 맛있더라고요.
주드로 공감해요, 멋진 경관과 다양하고 풍부한 먹을거리가 울릉도의 매력인 것 같아요. 저는 이번에 둘째 날 저녁, 저희를 가이드해주신 병호님을 따라 체육관에 다녀왔잖아요. 배드민턴을 연습하는 여러 울릉도 주민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운동할 공간이 은근히 울릉도에 많다고 생각했어요. 3월에는 아직 완연한 봄이 아니라 다양한 해양 레저나 스포츠를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여러 해양 스포츠들도 울릉도의 가능성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효웅 잘 가꾸어져야 할 보물 같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답사를 통해. 지역만의 자원이 넘치는 곳인데, 지역 주민들의 경제생활이 그 덕분에 상대적으로 자립도가 높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관광이나 외부적 요소의 수입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연령이 많은 지역 주민들도 울릉도 특산 나물들을 채취해서 생활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연수 저는 울릉도에 대해 기존에 크게 알고 있던 바가 없어서, 인구절벽과 소멸 문제 등 울릉도가 직면한 주요 문제들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 답사를 계기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앞으로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이슈인 것 같아요.
주드로 작년 가을에 울릉도에 왔을 때 생각했던 것과 이번 사전 답사에서 느낀 것이 역시나 같았어요. 자연환경이나 여러 자원들은 많지만, 아직까지 20대-30대가 가볼만한 매력적인 장소는 부족한 것 같아요.
연수 맞아요. 제주도와 비교했을 때, 사람들이 울릉도와 제주도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다른데, 어떤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지 설문이나 분석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예쁜 카페나 독특한 매력을 가진 공간들도 분명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 같은데, 어떤 조건이 갖춰지면 울릉도에 오래 머무르고 싶은지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적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나무 저도 해안선을 따라 울릉도를 산책하면서, 자연스레 제주도와 비교해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울릉도는 제주도만큼이나 자연풍경은 정말 매력적인데, 그것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나 다양한 매개체가 부족한 것 같아요. 도로 환경이라든지, 자연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나 콘텐츠 등이 말이죠. 예를 들어 제주의 해안도로는 초보자들도 쉽게 운전을 할 수 있다면, 울릉도의 도로는 거의 평지가 없고 오래되어서 웬만한 베테랑이 아니면 쉽게 운전하기 어렵잖아요. 하지만 무엇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그런 울릉도만의 특성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울릉도만의 특색 있는 콘텐츠들을 만들어가는 주체, 사람이 부족하다는 게 앞으로 고심하고 풀어나갈 문제인 것 같아요.
효웅 저는 울릉도를 찾아오는 사람보다는 울릉도 주민들의 생활, 환경, 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은데, 이번 답사에서는 그 부분을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고, 어떤 점이 불편한지 등을 마을을 걸으며, 다양한 주민들을 만나며, 이해해나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연수 다음에는 울릉도의 병원이나 학교 등 기본 인프라 시설을 둘러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나무 울릉도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들과 이어지는 이야기인데요. 울릉도 관련해서 다양한 지역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어나가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과 문화를 조성해나가는 것과 함께요. 아직까지는 울릉도에 기본적인 인프라나 환경이 부족하고, 그에 따른 장벽이 큰 편이잖아요. 이번 답사처럼 꾸준히 다양한 전문가, 활동가들이 울릉도를 주제로 교류할 수 있는 지점들을 만들어내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효웅 저도 공감해요. 울릉도의 식재료, 자연환경 등 다양한 지역의 자원을 콘텐츠로 연결시킬 사람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것과 함께 짧은 여행이 아니라, 생활 기반으로 지역의 좋은 점과 개선사항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주드로 그죠. 결국은 지역 재생 이전에 지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죠. 그런 점에서 다가오는 여름에 로모가 경상북도, 울릉군, 그리고 한동대와 함께 하는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가 울릉도에서의 한달살이예요. 글이든, 사진이든, 그림이든, 자신만의 콘텐츠들을 꾸준히 만들어오고 있는 사람들이 울릉도에 한 달 동안 체류하며, 본인의 작업도 이어가고, 울릉도에서의 시간도 기록해나가는 거죠.
연수 지속적으로 울릉도를 다양한 사람들이 찾고, 같이 고민을 해나가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저도 이번 답사 이후에도 계속 이번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이어서 함께 하고 싶어요.
아직 울릉도의 산등성이에 채 눈이 녹지 않았던 지난 3월에 떠난 울릉도 사전 답사. 많은 것을 보고 느꼈지만, 또 많은 것을 아직 보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울릉도라는 큰 섬과 다양한 면모를 살펴보기엔 애초부터 2박 3일은 참 짧은 시간입니다.
로모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사전 답사때와 마찬가지로 울릉도 지역 재생에 관심이 있는 전문가 및 활동가분들과 함께 5월부터 7월까지 자주 울릉도를 찾을 예정입니다. 로모가 울릉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갈 여러 이야기들, 앞으로도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
BY 나무 CCO & Co-Founder
다양한 삶의 방식과 공존 사례를 연구하고, 실험합니다. 루시드폴의 노랫말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