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직접 제작하는 케이팝 굿즈 관련 스타트업 법인에 제가 주주이자 겸임 CTO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개발이 한창 진행중이고 8월에는 개발이 마무리되는데 출시 스케쥴이 정해지면 좀 더 상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처음에는 외주 클라이언트로 만났지만 개발비와 더불어 지분까지 제안해 주셨고 저 역시 사업 비전과 창업자분들의 경력에 신뢰를 갖고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7월에 출시하려고 준비했던 모바일 앱빌더 타이퍼는 2016년 하반기 출시로 연기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인썸니아 대표로써 다양한 스타트업의 외주 개발과 자체 서비스 개발을 계속 할 것입니다. 다만 참여하게 된 법인의 주주이자 CTO로서 출시까지의 플랫폼 구축과 출시 후의 서비스 안정화 및 기능개선까지(적절한 유지보수 계약에 따라) 책임을 지고 진행하게 됩니다.
하반기 중에 몇 개 법인에도 비슷한 형태로 참여하게 될 듯 합니다. 외주와 시드투자를 결합한 형태인데 저도 처음에는 풀타임 채용 형태가 아니고 첫 번째 서비스 구축을 제공하고 지분을 받는 것에 대해 창업자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최근에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자체 구축 여력이나 시간이 부족한 초기 창업회사에 시드 자본 대신 서비스를 구축해주는 방식으로 기술투자를 하는 것인데, 이 단계의 회사의 경우 초기 자본은 어차피 구축비에 들어가고 개발팀 셋업이나 외주 용역에 그 비용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 자본을 자금 투자로 받으면 투자자가 주주가 되는 것이고 개발 업체에게 제공하면 개발 업체가 주주가 되는 것이겠죠.
일반적인 외주 용역도 충실히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설계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만약 내가 그 서비스의 주주이기도 하다면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정해진 유지보수 기간 이후의 확장성도 염두에 두게 됩니다. 개발 외에 기획, 마케팅 적인 조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제공하려고 하게 되고요.
그래서 저 역시 단순 외주 보다는 지분 참여와 조합하는 것이 더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겠구나 하고 마음이 열린 상태가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더 많은 기회들을 제안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일반적인 외주와 지분 참여를 병행하며 더욱 많은 서비스와 플랫폼 구축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법률, 세무, 의료 등 전문 서비스나 미디어 등 컨텐츠가 있는 팀이나 회사에는 웹과 모바일 플랫폼 구축을 제공함으로써 수익쉐어 모델로 제휴를 하기도 할 거구요.
그 동안 몇몇 스타트업에서 좋은 자리에 채용 제안을 주셨는데 너무 매력적이지만 거절한 이유는 저의 기여도와 열정이 사업 초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여러 경험을 통해 알았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구축 단계, 즉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거나 기존 플랫폼을 갈아 엎는, 사업의 생사가 걸려 있는 초기 2~4개월에서는 저 역시 열정을 가지고 구축을 하게 되고 기여도가 집중됩니다.
하지만 그 이후 운영 및 성장 단계에서는 구축 단계만큼 많은 기술 투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기술 집약적인 회사라면 물론 내부 개발팀 구축과 지속적인 기술 투자가 필요하지만 기술 집약적인 사업 분야는 오히려 희소합니다. O2O나 커머스, 컨텐츠 기업은 기술 집약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초기 구축 및 중간중간 대대적인 개편시에는 기술이 집약되지만 그 외에는 운영의 미학이 중요하고 분석과 영업과 마케팅과 자잘한 유지보수로 서비스가 성장합니다.
구축 단계가 지난 후에 저의 역할은 매니징으로 넘어가고 보상도 커지지만 뭔가를 끊임없이 만들고 싶은 열정을 불태울 대상이 사라지고 핵심적인 일에 대한 기여도가 감소한다는 느낌이 들어습니다. 적절하게 일을 분배하고 평가하는 것, 다른 사람들이 열정을 불태우도록 돕는 것, 사내에서 적절한 정치를 하고 다른 팀과 조율하는 것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아니고 저보다 이 일을 즐겁게 훨씬 잘 할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적절한 비용으로 초기 구축을 책임져주고 출시 후에도 적절한 비용으로 안정적인 서비스 개선을 제공해 준다면 개발팀을 채용하고 고정비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분명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유지보수 시에 지나친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가 위협 요인이겠지만 저 역시 그런 비용을 합리적으로 정하고 이를 납득시키기 위해 신뢰를 쌓아나가야 하겠죠.
저는 현재 나온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기술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가능한 한 많이 구축하는 것이 가장 즐겁습니다. 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프로덕트를 구축하기 위해 기획, 개발,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과 하는 협업도 즐겁습니다.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구축 단계가 지나가면 열정도 줄고 기여도 줄고 월급만 축내는 게 아닌가 스스로 회의감이 찾아오는 시점이 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대표님들의 비전을 인정하고 매력적인 사업이고 좋은 자리임에도 거절을 해왔었습니다. 그 중 투자받은 회사도 여럿이고 인수된 회사도 몇 있고 심지어 상장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큰 보상의 기회가 있었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도 잠깐 갖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 결국 같은 결정을 내렸을 거라는 알게 되니 그냥 주어진 운명이라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외주 개발을 하며 종종 자체 서비스도 만드는 것이 제가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 구축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예전보다 중심을 더 잘 잡게 되었습니다. 외주 제작을 위해선 확실하고 안정적인 기술을 사용해야 하기에 새로운 기술이나 익숙하지 않은 기술들을 사용하고자 할 때는 자체 서비스를 먼저 만들어봐서 익숙해진 후에 클라이언트에게 장단점을 설명하고 적절한 기술을 제안해 오고 있습니다.
타이퍼 앱빌더 역시 제가 성향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 구축을 더 효율적으로 더 저렴하게 해내고 더 많은 클라이언트와 접점을 만들기 위한 자연스러운 스탭이었고, 출시 전에 가급적 더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는 것이 타이퍼의 효과적인 구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개발하되 서두르지 않고 있습니다.
1인 기업가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1인 기업가 형태가 되었고, 얼마 전에는 1인 기업가 모임에도 참석해 보았습니다. 외주 개발사는 저 혼자이고 영상, 출판, 하드웨어,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의 1인 기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사업 규모가 커지더라도 누군가를 채용하는 형태 보다는 신뢰하는 사람들과 협업하는 형태를 하고 싶어서 작은 규모로 일하시는 다양한 분야의 대표님들을 뵙고자 했고 그런 분들이 많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외주 개발비이든 지분이든 적절한 대가를 받고 다양한 서비스 구축을 도와드리고 자체 서비스로 다양한 기술적인 시도를 하는 인썸니아를 오랫동안 운영하고 싶습니다.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서, 작년 매출을 처음 합산해봤는데 제가 받았던 가장 많은 연봉보다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매출과 연결된 업무 시간은 오히려 절반 이하로 줄었는데 말이죠. 아버지의 일을 돕고 어머니와 산책하고 케익이 맛있는 카페를 사무실로 삼는 등 자유롭게 시간과 공간을 쓰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는 삶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