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재직 중인 일정 데이터 스타트업 히든트랙(린더)은 현재 SKT NUGU, Google Assistant에서 '아이돌 캘린더'라는 이름의 일정 검색/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삼성 빅스비와 협업을 통해 내년 상반기 전시/공연 일정 검색/구독 서비스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https://blog.naver.com/nuguai/221387861674
세계적으로도 아직 음성 관련 서비스 사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VUI 기반 서비스 개발에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국내에서 찾기는 더더욱 쉽지 않았고, 향후 음성 기반 서비스를 준비하는 다른 이들이 우리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간단하게 5부작 형태의 글로 우리가 고민해온 과정을 준비해보았다.
음성 서비스 시장의 확대
해외 리서치 업체 닐슨에 따르면 2018년 2분기 기준 미국 가구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24%가 최소 1대 이상의 AI 스피커를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 성인의 20%가 하루 1회 이상 음성 검색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 리서치 전문 기관인 컨슈머 인사이트에 따르면 국내 AI 스피커 사용 경험률은 11%에 달하며 올해 안으로 세계 5위 수준의 스피커 시장 점유율(3%)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 에코는 시각 장애인들이 콘텐츠에 접근하는 속도를 최대 10배까지 빠르게 만들어주었으며 SKT 내비게이션 서비스 T-Map은 NUGU의 음성 인터페이스를 통해 터치 인터랙션을 26%까지 감소시켜 사고 위험을 줄였다.
음성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과, 그 변화가 사람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일상 속 음성 서비스 만족도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일상 속 음성 서비스 경험의 만족도는 어떨까?
지난 4월 진행된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음성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만족률은 49%로, 절반에 채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음성 서비스 만족도 - 49%"
주요 불만족 이유로는 ‘음성 명령이 잘되지 않는다’(50%), ‘자연스러운 대화가 곤란하다’(41%), ‘소음을 음성 명령으로 오인한다’(36%) 등이 꼽혔으며, 아직도 대다수의 사용자들에게 AI 스피커는 기업들의 서툰 시도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음성 기반 서비스 만족도는 타 스피커 상용화 국가들과 대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편인데, 유독 국내의 사용자들이 만족스러운 음성 서비스 경험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이번 글을 통해 잠시 논해보고자 한다.
1. 과열된 AI 마케팅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타 국가 대비 매우 치열한 점유율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애플 시리의 삼파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는 KT 기가지니, SKT NUGU, 네이버 클로바, 카카오 i, 삼성 빅스비 등 5개가 넘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이 작은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
AI, 즉 인공지능은 사전적으로 '인간의 지능으로 할 수 있는 사고, 학습, 자기 개발 등을 컴퓨터가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뜻하는데, 현존하는 대다수의 속칭 'AI' 서비스들이 해당 수준에 다다르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을듯 하다. 경쟁이 과열되다 보면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다소 공격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고, 현재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AI라는 용어의 지나친 남발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각 나라에서 스피커를 부르는 호칭을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AI 스피커'라 부르는 구글 홈, 아마존 에코 등 대다수의 스피커는 미국 내에서 '스마트 스피커'라는 단어로 통용된다.(구글에 AI Speaker를 검색해보면 Smart Speaker로 자동 대체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 내 AI 스피커 검색 결과(첫 두 검색은 광고)
즉, 아직은 '스마트'하다고 부를 수밖에 없는 수준의 기능에 대한 과장 된 'AI 마케팅'으로 인해 국내 사용자들은 시장 생성 초기부터 고도화된 인공지능을 기대하게 되고, 이는 결국 자연스레 낮은 사용자 만족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향후 AI가 음성 기반 서비스의 핵심 기술이 될것은 분명하지만 당장의 지나친 기대감은 되려 국내 음성 기반 서비스의 *캐즘 기간을 장기화시킬 수 있을것으로 우려된다.
*캐즘: 첨단기술 제품이 선보이는 초기 시장에서 주류시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단절 현상
2.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기술력
앞서 언급한 컨슈머 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사용자의 불만족 이유 중 TOP 3 모두가 '낮은 인식률'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1. 음성 명령이 잘되지 않는다(50%)
2. 자연스러운 대화가 곤란하다(41%)
3. 소음을 음성 명령으로 오인한다(36%)
컨슈머인사트 AI 스피커 만족도 통계
음성 서비스 경험은 사용자의 명확한 의사가 전달되지 않는다면 애초에 시작될 수 없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의 언어, 즉 자연어를 분석하여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래에 소개 된 ASR(음성 인식)과 NLU(자연어 처리)가 높은 수준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T map X NUGU 디자인 사례로 알아보는 음성인터페이스 디자인 1강 - https://youtu.be/Dz-rxGV-dOA
ASR과 NLU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는 음성 서비스는 아무리 고도화 된 서비스 로직이 준비된들 '대화'가 진행될 수 없으며 부족한 성능은 결국 국내 대다수 스피커들이 "죄송합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 못했어요"를 출력하며 사용자 불만족도를 상승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인식 정확도를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더 많은 양의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며 대다수의 업체가 아직 관련 기술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공격적으로 스피커를 출시하는 이유 또한 결국 초기 점유율 높여 이 학습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쌓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아직 높은 수준으로 두 단계를 구축한 메이저 업체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기술력을 가진 국내외 다양한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http://www.zdnet.co.kr/view/?no=20170223162836
3.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음성 사용자 경험(VUX) 디자인
이번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VUX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사례를 포함한 몇 가지 재미있는 질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질문1. 음악 앱이 재생되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앞으로 10초"라고 말했다면, 빨리 감기를 하는 게 맞을까 되감기를 하는 게 맞을까? - 네이버 클로바 사례
질문2. 자정이 살짝 넘은 새벽 1시, 사용자가 "내일 일정 알려줘"라고 말했다면, 향후 23시간 동안의 일정을 알려주는 게 맞을까 23시간이 지난 그 다음날 일정을 알려주는 게 맞을까? - 히든트랙 린더(빅스비, SKT 파트너 스타트업) 사례
질문3. '오늘'이라는 이름의 기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오늘 기업 정보 알려줘"라고 말했다면, 오늘의 주요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게 맞을까 주식회사 '오늘'의 정보를 제공하는게 좋을까? - 딥서치(빅스비 파트너 스타트업) 사례
앞서 언급했던 1,2번의 사용자 만족도 문제가 이미 어쩔 수 없는 국내 시장의 지나친 경쟁과 더 시간이 필요한 기술력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면, 3번의 VUI상의 새로운 경험에 대한 고민들이 이번 글을 쓰게 된 계기이자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도 각 질문에 대한 뚜렷한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고민들을 함께 논의하며 최대한으로 정답에 가까운 선택을 내릴 수 있었으면 한다.
클로바의 "앞으로 10초", 린더의 "내일 일정 알려줘", 딥서치의 "오늘 기업 정보 알려줘"에 대한 해답과 같이 '최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가이드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현 VUX 시장은 더욱더 깊은 고민과 통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해외 사례를 그대로 인용하여 국내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이 아닌 정서와 문화, 그리고 각 콘텐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적절히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올해 초 처음으로 챗봇을 디자인해보며 겪었던 애로사항들을 적은 부족한 글이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http://magazine.ditoday.com/ui-ux/일정-구독-서비스-린더의-탄생/
이에 용기를 얻어 이번에는 다소 길지만 조금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을 준비하게 되었다.
SKT NUGU, 삼성 빅스비와의 협업 과정에서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VUI)'는 챗봇과는 확연히 다른 또 다른 형태의 디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단순히 대화형 인터페이스(CI: Chatting Interface)를 음성의 형태로 재가공하는 것이 아닌, 서비스 기반부터 리디자인이 필요하다는것을 깨달았다.
이미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메이저 업체들이 수년간의 경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VUX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SKT NUGU, 네이버 클로바 등 국내 업체들도 조금씩 VUX 서비스 제작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https://developers.nugu.co.kr/docs/voice-service-design-guideline/
앞으로 약 다섯 달간 연재 진행 예정인 향후 4편의 내용들은 위 가이드 문서들에서 언급하는 다양한 해외와 국내 사례들을 바탕으로 주제를 선정하였으며, 각 편의 내용들은 VUI 서비스 제작 경험이 있는 다양한 국내 회사들의 고민 과정을 조금씩 담고 있다.
1편: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의 등장
2편: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와 TPO
3편: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와 페르소나
4편: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 vs GUI
5편: 국내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 현황
음성 인터페이스는 정말 유용할까?
음성 인터페이스는 먼 미래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수 년 전부터 다양한 종류의 음성 인터페이스를 접해왔으며, 그중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보았을 ARS, 자동응답 시스템이다.
각종 정보를 음성으로 저장 한 후, 사용자가 전화를 이용하여 시스템에 접속하면 음성으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사용법을 알려주고, 필요한 정보를 찾으면 이를 음성으로 들려 주는 바로 그 시스템이 현 음성 인터페이스 경험의 모태라 할 수 있다.
예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제품군을 수리 맡기고 싶은지, 냉장고인지, 컴퓨터인지, 노트북인지, 핸드폰인지 '말로 검색하고 말로 예약 확인을 받는' 바로 그 과정이 바로 수년 전부터 존재해온 음성 인터페이스이다. 우리가 말로, 음성으로 수리하고 싶은 제품을 말하고 응답을 받아온 이유는 간단하다.
더 편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음성 인터페이스가 모든 분야를 혁신시킬 변화의 축이 되기는 힘들다.
음성 입출력의 한계는 매우 명확하며, 시각적 입출력이 반드시 필요한 산업과 분야(음식, 지도 등)는 꾸준히 기존과 같은 시각 기반의 인터페이스를 필요로 할 것이다.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는 없는 음성 인터페이스이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다소 장황하고 부족한 이 글이 조금이나마 앞으로의 험난한 여정을 도울 기초적인 가이드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재를 시작해본다.
저도 아직 많이 낯선 분야인만큼 의아하시거나 틀린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많은 지적 및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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