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면 좋은 제품”에서 “꼭 있어야 하는 제품”으로
지난 2000년대 초 중반 인터넷 서비스가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급부상한 분야가 있다. 바로 APM(Application Performance Management)이다. 당시 APM은 금융 업종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엔터프라이즈 IT 분야의 화두이자 주요 트렌드로 등극했다. 한국에는 글로벌 벤더가 먼저 APM을 소개했고, 시장이 갓 형성된 2000년대 초반에는 기술 우위를 앞세운 와일리·베리타스와 같은 글로벌 벤더들의 솔루션들이 주목을 받았지만, 이내 제니퍼소프트와 같은 한국 솔루션이 시장을 주도했다. 무겁고 분석적인 측면이 강한 외산 제품에 비해 고객들의 미션 크리티컬한 측면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실시간 성능 분석까지 제공한 까닭에, 한국 고객들의 까다로운 구미를 맞추며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었다. 제니퍼는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일본, 중국에서도 인정을 받아 아시아 시장에도 APM을 서서히 알리게 시작했다.
그러나 APM 분야에 대한 전망은 당시에도 마냥 낙관적이지 않았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시장조사기관들은 대략 2010년부터는 포화상태에 달하고 성장보다는 유지에 머무를 것으로 관측했다. 애플리케이션의 성능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일부 업종에서만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있으면 좋은 제품’으로 인식됐던 것이다.
하지만 APM 시장은 예상과는 다르게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한국IDC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APM 시장은 2010년 이후에도 매년 꾸준히 성장했다. 가트너 또한 2014년의 APM 시장 규모를 26억 달러로 추산하며 2013년 대비 15.8%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참고로 이는 ITOM(IT operations management) 분야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에 해당한다.
APM 시장의 성장세는 심지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인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왜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있으면 좋은 제품’으로 여겨졌던 모니터링 솔루션을 확대 도입하고 있는 것일까? APM은 어떻게 ‘꼭 있어야 하는 제품’ 이 되었을까? 경제 불황 혹은 저성장이라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기업 사정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동향이다.
어려운 시기 왜 APM에 투자할까?
웹 서비스가 사내 시스템뿐 아니라, 기업 비즈니스의 거의 모든 분야에 활용되면서. 그 중요성이 함께 높아졌다. 자연스레 이를 모니터링 하는 APM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특이한 사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포함하여 최근 몇 년 동안의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도 APM시장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복잡해진 IT 환경을 안정적으로 운영
APM 확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IT 환경의 복잡성 증가가 있다. 초기 APM 시장은 금융 기관들이 주도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경쟁력 확보를 위해 IT가 필요했던 일반 기업들도 점차 IT 인프라를 도입하고 확장했다. 다량의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들은 복잡해진 IT 환경으로 인해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됐고, 시스템 장애에 따른 비즈니스 위험이 큰 곳부터 APM 수요가 확대되었다. 한편 이러한 경향은 APM 업계에 다시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의 APM은 새로운 최근 IT환경의 복잡성 증가에 따른 안정성 확보를 위해 웹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다양한 시스템, 프로그램적 요소와 함께 연동되어 성능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상용과 오픈소스 진영을 포함한 다양한 시스템 플랫폼(OS, Web Application Server, DB 등), 여기에 더해 수많은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와 문제없이 작동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다양한 고객 운영환경 기반에서 안정성 및 호환성 검증된 제품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모바일, 클라우드로 인한 변화에의 대응
APM 분야가 점점 더 중요하게 대두되는 데에는 모바일, 클라우드라는 기술적 배경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먼저 모바일을 살펴보면 다양한 모바일 기기의 출현과 시간 및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인터넷 사용은 트랜잭션 종류와 양적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변화를 초래했다. 그리고 클라우드 환경은 트랜잭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더라도 서비스를 운용하는 시스템을 확장하여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 입장에서 더 많은 서비스를 관리하고, 더 많은 사용자의 요청을 안정적으로 서비스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APM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바일 및 클라우드의 확산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기술적 이슈라는 점에서 APM 분야의 성장에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우수한 투자 효율성
글로벌 금융 위기가 나타났던 2008년 글로벌 IT 시장에서는 불황 속에서도 APM 시장이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던 바 있다. 투자 대비 효과가 명확하고 가시적이었기 때문이다. 고객과 서버(기업 인프라) 사이에 존재하는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의 성능을 모니터링 하면, 웹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든 고객의 요청에 대한 성능을 측정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기업 입장에서 APM을 도입할 경우 고객이 웹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문제가 되는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 핵심 비즈니스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APM은 폭증한 IT 인프라 관리를 간소화하고 관련 비용을 줄여주기도 한다. IT 서비스가 급증하면 서버와 애플리케이션, 네트워크 관리 업무도 함께 증가하기 마련인데, 그러면서도 관리 인력 및 여타 자원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APM은 적은 인력으로도 운영 중인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모니터링 해 최적의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단 이를 위해서는 관리 및 유지 보수 편의성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APM이 필수적이다. 자칫하면 관리를 위해 도입한 모니터링 솔루션이 오히려 관리 포인트를 늘리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현업 부서의 대응성 개선
현대의 기업들은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IT 서비스에 크게 의존한다. 이제는 영업, 회계, 마케팅, 고객 서비스 등 다양한 현업 부문에서 IT 서비스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PM은 IT 담당자만 보는 시스템 및 서비스 현황을 다른 부서에서도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일례로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IT 부문만 이를 파악하는 것과 콜 센터에서도 즉시 파악하는 것은 고객 대응성 측면에서 차원이 다른 서비스로 이어진다. 단 이러한 현업 부문 활용을 위해서는 APM이 실시간성을 지원하고 우수한 시각화 기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사용법이 쉬워야 한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