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리뷰 (Review)라는 개념은 서평, 즉 서적물에 대한 평론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컴퓨터와 웹문서가 존재하지 않던 20세기까지 사람들이 소비하는 컨텐츠라는건 사실 서적, 음악, 미술 등이 주를 이뤄왔고, 특히 서적 리뷰는 다양한 장르 + 누구나 본인의 전문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뷰의 핵심이던 시절이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한정된 자본으로 거의 무한대의 소비 대상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항상 누군가의 리뷰를, 특히 써본사람의 반응이나 전문가의 평가를 갈구할 수 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즉, 옛날 소비할 재화 자체가 희소하던 시절에는 리뷰라는건 그저 옆집 김아저씨가 쓰는 물건이라는 딱 그정도의 가치밖에 없었겠지만, 지금처럼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이 쏟아지는 현대사회에서 잘 작성된 하나의 리뷰의 가치는 그 어떤 마케팅 컨텐츠를 능가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이런 재화-리뷰 역전현상에 힘입어 수 많은 리뷰 컨텐츠가 쏟아지고, 브랜드들 역시 리뷰를 그들의 마케팅 컨텐츠로 활용하다 보니 이제는 리뷰 공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리뷰 공해 현상은 보통 다음 두가지 영역으로 대표된다. 첫째, 브랜드의 마케팅 컨텐츠의 하나로서 활용됨으로써 발생되는 리뷰 공해이다. 네이버 파워블로거들의 리뷰는 이미 수 많은 PR대행사들의 원고료를 지급받으면서 작성되는 저급 낚시글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이고 (그런데도 여기에 낚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게 나는 놀라울 뿐이다.), 옛날에는 이런 마케팅 공세의 성지였던 뽐뿌같은 커뮤니티들 조차 요즘은 아주 지능화된 방법으로 추천글을 조작하고 있다.
하지만 리뷰 공해의 가장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건 바로 두번째 영역인 '취향이 빠진 리뷰'이다. 다시 20세기 이전까지 리뷰 컨텐츠의 세계가 어떻게 역할하고 있었는지 한번 조명해 보자. 그 당시 리뷰라는건 일단 자본력이 있어서 재화를 소비할 수 있는 특정 세력에게나 가능했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름의 전문지식과 교향을 갖추고 있던 귀족 집단이나 저널리스트들을 중심으로 생산되어 왔다. 특히 이 귀족 집단은 리뷰의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는데 (물론 산업혁명 이후 부르주아 자본주의 이후에는 신문사/잡지사가 이 역할을 빼앗아 가긴 하지만), 그 이유는 귀족들 나름의 취미생활, 관심분야에 따라 그들의 취향이 반영된 리뷰 컨텐츠들이 식사자리에서의 만담으로,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글로, 신문사의 인터뷰 등의 수 많은 채널로 자연스럽게 흘러나가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즉, 이들의 리뷰가 가치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들의 생활과 취향이 반영된 리뷰'가 태생적으로 가능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처럼 서론이 좀 길었다. 이제 디에디트라는 새로운 리뷰 매거진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리뷰공해에 시달리는 요즘, 그리고 특히나 IT분야 리뷰들은 하나같이 이 제품의 기능이나 기술적 측면만 조명하는 요즘 이 리뷰 매거진은 철학적 배경에서 부터 리뷰의 기본중의 기본을 갈구하며 탄생하였다. 바로 '여자의 취향'이다. 이 '여자의 취향'과 접목된 디에디트의 리뷰는 항상 다음과 같은 기본 뼈대로 생산된다.
디에디트의 모든 리뷰의 핵심은 이 IT제품이 (여성으로서) 내 삶과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조명하는 것이다. 즉, 디에디트에서는 이 제품의 기술적 내용이 어떻고, 어떤 최신 기술이 사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아무리 시대를 앞서가는 기술이 사용되더라도 그게 내 삶에서 아무런 가치를 줄 수 없다면 리뷰의 대상으로서도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실제 본인의 생활 속에 쓰여지는 기술만 콕콕 찝어서 리뷰한다. 예를들면 이런식이다. 얼마전 애플뮤직에 대한 리뷰의 일부분이다.
주말엔 잠시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카플레이에서 바로 애플뮤직을 플레이했는데, 차에 타고 있는 세 사람의 음악 취향이 모두 달라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재생목록 리스트에서 다양한 샘플을 발견했다. ‘우아한 저녁식사’, ‘여름을 테마로 한 팝’ 등 직관적인 제목 덕에 선택이 어렵지 않았다. 선곡도 좋았다. 돌아오는 길엔 ‘JYP의 추천리스트’를 들었는데, 박진영의 자기애를 실감할 수 있었다. 본인이 프로듀싱하거나 본인이 부른 노래가 자꾸 나와…
애플 뮤직의 근간이 되는 플레이리스트 생성의 복잡한 알고리즘, 애플 에디터-프로듀서-음반기획사와의 전략적인 생태계에 대한 설명을 하는 대신 실제 그녀들의 드라이브에서 어떤 곡을 들어야 할지 몰라서 이미 차는 움직이고 있고 신나는 기분의 클라이막스를 이미 때리고 난 후에도 아직도 플레이리스트 선곡을 하지 못한 불쌍한 DJ의 폐해를 M브랜드의 제품에서 많이 겪어본 그녀들의 위트있는 리뷰이다.
디에디트 리뷰를 매번 기다리는 독자로서 개인적으로 이번에는 또 어떤 위트있는 태그라인을 걸어서 리뷰를 배포할지가 항상 기대된다. 그녀들의 리뷰에는 항상 키치스러움이 느껴지는 재미난 태그라인과 펀치라인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가장 인상적이었던 몇가지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겠다.
인생도 노이즈 캔슬링이 되나요? - 소니의 노이즈 캔슬링 해드폰 리뷰이다.
밀당은 모르는 iOS 10 - 이번 iOS 업뎃의 들어서 깨우기, 알림센터 개편등에서 느껴지는 적극적인 인터페이스를 표현한 헤드라인이다.
이런 씨타입 - 뉴 맥북의 USB Type-C 포트가 초래한 수 많은 애로사항을 한마디로 위트있게 표현했다.
애플에게, 난 음악은 잘 몰라 - 애플 뮤직의 고차원 음악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표현이다.
이런 헤드라인 외에도 각 리뷰에는 위트와 키치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다양한 펀치라인들이 가득 들어있어서 디에디트의 리뷰글은 리뷰 이상의 소비 가치를 선사한다.
디에디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보통 리뷰매거진들은 사실 컨셉 자체가 본인이 써본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진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안쓰는 편이다 (물론 전통적인 오프라인 잡지가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디에디트의 모든 사진 컨텐츠는 그들 잡지의 페르소나를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위 주요 사진들에서 보다시피 대부분의 사진은 1/비비드한 컬러톤, 2/아웃포커싱의 아주 얕은 심도, 3/보일듯 말듯한 여성 피사체, 이 3가지 속성을 담고 있다. 이런 속성들이 뭔가 이 제품을 쓰는 사람은 20대의 자유분방하면서도 본인만의 개성이 뚜렷한 팝아트나 서브컬처, 다소 힙스터 스러움도 느껴지는 뚜렷한 페르소나를 충분히 전달해 주고 있다.
디에디트는 기본적으로 리뷰매거진이기 때문에 아마도 주 수익원은 트래픽장사일 것 같다. 또한 직접 써본 제품을 리뷰하는게 모토인지라 제품협찬 정도를 넘어서는 광고성 리뷰는 아마도 지양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우리 모두 돈을 벌어야 먹고 살기에, 내 개인적으로 디에디트에 어떤 사업모델들이 가능할지 한번 상상해 보았다 (아마 지금 하고 있는것도 분명 있을것이다).
1. 컨텐츠 중심의 멀티 채널 미디어
가장 기본적인건 아마도 버즈피드 방식의 미디어 수익채널을 구상중이지 않을까 싶다. 옛날에는 (물론 지금도 대다수가 이렇다..) 온라인 미디어들이 최대한 트래픽을 본인 사이트로 '낚아'서 거기에 각종 배너광고를 태워서 광고비를 먹는게 주 수익원이었으나, 버즈피드가 이를 완전 뒤엎어 버렸다. 버즈피드의 웹사이트는 배너광고 따위 있지도 않고, 컨텐츠를 버즈피드 웹사이트만으로 유통하지도 않는다. 버즈피드가 페이스북, 유투브, 웹사이트 등 멀티채널을 최대한 활용해서 각 채널별로 다양한 수익원을 발굴한 멀티 채널 미디어를 지향하고 있듯이 디에디트도 현재 운영중인 유투브, 페이스북, 인스타, 웹사이트, 브런치 등의 채널을 계속 확장하여 각 채널에 맞는 수익원을 찾음으로써 컨텐츠 사업을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특히나 컨텐츠의 경쟁력만 확보된다면, 요즘처럼 큐레이션 미디어가 넘쳐나는 시대에 컨텐츠 유통 수수료에 집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사업모델이다.
2. 리뷰 콜라보레이션 미디어
아마도 현재 디에디트가 지향하는 핵심 영역이 아닐까 생각한다. 즉, 디에디트 팀의 까다로운 취향에 부합하는 제품군들만 선별해서 콜라보한 리뷰 컨텐츠를 생산하고 광고비를 받는 방식이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저게 광고라는걸 아는 순간 리뷰로서의 가치가 반감될 수 있는 리스크는 있지만, 이건 팬덤 층만 두텁게 형성된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부분이다. 이미 이런 모델로 대박을 친 미디어들로 '리뷰왕 김리뷰'나 '반도의 흔한 애견샵 알바생'이라는 페북 페이지가 있다. 특히 리뷰왕 김리뷰는 토스, 지그재그, 모씨 등이 이미 거쳐갔을 정도로 콜라보가 아주 활발하게 진행되는 리뷰미디어고, 김리뷰가 리뷰하면 고정적으로 그 제품을 사용해주는 팬덤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3. 커머스와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테크 가젯들을 판매하는 쇼핑몰은 대부분이 남성 위주의 제품구성 및 디스플레이를 이루고 있고, 타겟도 대부분 남성이다. 그런데 타겟이 남성이라고 스타일도 뭔가 남성스럽고 아재스러울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디에디트처럼 뭔가 여성의 취향으로 추천해주는 셀렉트샵이 있다면 남성에게 더 큰 가치를 전달해 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컨셉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독특한 IT 커머스 몰이나 큐레이션 몰 같은 사업모델이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뭐, 쇼핑몰까진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트래픽 쌓이면 리뷰한 브랜드와 제휴해서 쿠폰, 경품행사나 컨버젼에 대한 수익쉐어 같은 어필리에이트 마케팅도 가까운 시일내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4. 여성의 취향이 메인 컨셉인 구매력 있는 30-40대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2번에서 더 나아가서 아예 테크제품뿐 아니라 30-40대의 구매력 있고 뭔가 라이프스타일에서 차별화 욕구가 뚜렷한 남성들을 위한 큐레이션 커머스로 확장할 수도 있을것 같다. 실제로 디에이트 리뷰 대상 제품들이 IT제품 뿐 아니라 술, 아웃도어 등 라이프스타일 관련 다양한 제품군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이런 라이프스타일 몰들이 대부분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시선에서 그들 취향에 맞는 맞춤형 큐레이션에 집중하고 있는 이 때, 아예 젊은 여성들이 '이런 제품을 사용하면 섹시해 보인다' 던지 '여자의 까다롭고 세련된 취향으로 선별된' 제품들을 큐레이션 해주는 30-40대 남성 타겟 커머스몰도 제법 가능성 있지 않나 생각한다.
5. 스튜디오와 비디오 커머스
디에디트의 컨텐츠는 글 뿐만 아니라 동영상 형태로도 유통된다. 특히 유투브 채널은 시작한지 얼마 안됐는데도 벌써 구독자수가 2,700명을 넘었다. 아프리카 TV에도 유통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렇게 여자들이 테크 제품에 대해 토크쇼를 진행하는 컨셉이 왠지 먹힐것도 같고, 이미 아프리카 TV에서 이런 컨셉으로 활동하는 BJ들이 제법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아예 전문 스튜디오를 구축해서 이런 테크톡 채널을 확장함으로써 유투브 광고수익, 별풍선, 제품제휴, 광고 등 다양한 수익원 창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이런 여성 전문 리뷰어를 양성해서 뭔가 스타 리뷰어를 탄생시키는 엔터테인먼트 사업모델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온라인 리뷰미디어 시장에 '여자의 취향'이라는 독특한 컨셉으로 혜성처럼 등당한 디에디트. 아직 출시된지 반년도 채 안된 이 신생 미디어의 앞날이 매우 기대된다.
디에디트 웹사이트 - http://the-edit.co.kr/
디에디트 브런치 - https://brunch.co.kr/@theedit
디에디트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page.theedit/
글쓴이는 스팀헌트 (Steemhunt) 라는 스팀 블록체인 기반 제품 큐레이션 플랫폼의 Co-founder 및 디자이너 입니다. 비즈니스를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기획자로 일하다가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본업을 디자이너로 전향하게 되는 과정에서 경험한 다양한 고군분투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현재 운영중인 스팀헌트 (Steemhunt)는 전 세계 2,500개가 넘는 블록체인 기반 앱들 중에서 Top 10에 들어갈 정도로 전 세계 150개국 이상의 많은 유저들을 보유한 글로벌 디앱 (DApp - Decentralised Application) 입니다 (출처 - https://www.stateofthedapps.com/rank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