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깨면 부스스한 머리를 감지 않고선, 바람막이 하나 걸치고 대모산으로 뛰어간다.
천천히 뛰다가, 스텝 밟다가, 잠이 깨면 빨리 뛰다가, 산오르막은 전력으로 뛰다가, 동네 아저씨들 헬스하는 곳에서 역기를 들다가, 스쿼트를 들다가.
'하기싫다.'
잠깐 그런 느낌이 꼭 한번 찾아온다. 이런 느낌이 있을 때 '나아지는게 있구나.' 생각하고 잠시 버틴다.
그렇게 운동하고 집에 오면, 커피 한 잔을 내린다. 뭔가를 잠깐 견딘 하루 시작이 좋다. 텀블러에 커피를 담고, 가방을 확인하고 출근한다.
버스를 타면 일단 오늘 실천할 만한 영감거리를 찾는다. 구독 중인 서비스들을 빠르게 넘긴다. 역시 돈 준 값을 한다. 사냥한 글들은 실천 사항으로 바꿔서 친구들에게 공유한다.
어느새 도착한 역삼역.
머리가 살짝 돌아간다. 일할 시간이다.
백엔드 개발자 형님이 나보다 일찍 와있다. 빨리오시면 커피 한 잔 나눠드림. 드립 커피 200ml, 얼음은 6개. 나만의 레시피다.
'맛있는 커피 찾으러 다닐 필요가 없네요.'
'카페 하셔도 되겠는데요?'
덕담으로 시작하는 아침, 괜찮다.
아침의 시작 : 커피와 함께
아무도 없고, 빛이 들어오니 좋다.
잠시 핫데스크로 입주한 역삼동 Wework의 아침은 내 현실과 달리 여유롭다. 적당한 음악에, 따뜻한 햇살에, 쾌적한 느낌.
집에서 일할 때보다 일하는 시간이 80%정도 증가했다. 한 시간은 더 일해야 월세가 싸지는 듯한 기분 덕분이다. 타고난 거지근성은 사람을 일하게 만든다.
주변 일하는 사람들 자극에, 매일 이어지는 이슈에, 우리는 오늘도 야근하겠지.
'저는 일이 취미에요.'
우리 일 맡아준 디자이너님 한마디다. 나도 다를바 없다. 정신이 업무에 시달려서 꼬질해질때쯤, 잠깐 눈을 돌리면 화려한 공간이 둘러져있다. 일만 했다는 궁핍함을 가려준다.
예전에는 Wework하면 '돈 많은 사람들의 사업공간'처럼 느꼈는데, 나름 이모저모 잘 활용하면 돈 값 한다.
아니, 쓴 만큼 뽑아버릴거다.
공간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에, 가끔 판매해야 하는 제품 상품 촬영도 한다. 라운지 분위기가 괜찮으니 업체분들은 꼭 이 장소에서 협의보려 노력한다. 커피값과 시간이 아껴진다. 그리고 영상이나 스토리텔링 겸 사진을 찍을 때 일부러 아름다운 공간 찾을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내가 기획하고 있는 모임 공간으로 적절하다.
'돈 값 할 수 있겠는데'
우린 앞으로 모임사업과 각종 Networking을 늘려갈 참이다. 팀은 2-3명 빼곤 원격으로 일하니 월세 부담도 크지 않다.
수서역과 지하철로 10분, 강남 중심인 선릉 2호점 Wework Labs로 이제 곧 옮긴다.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매니저인 Jason의 '뤱수'라는 발음이 날 사로잡았다.
뤱수 가야지.
사무실의 여유로움과 달리, 우린 바쁘다. 플랫폼도 구축하고, 사업도 기획하고, 모임도 기획하고, 또 6개월 뒤 1년 뒤 사업계획들의 핑퐁도 기다린다.
늦게 일어난 날이면, 갈 길이 급하니 오늘은 간헐적 단식이다. 입에서 가끔 자연스레 욕이 나오는데, 일을 스포츠처럼 해서 그런거 같다.
어느날 20뽀모 업무 터진날, 머리가 승화하는거 같아서 한마디 뱉었다.
'형님, 스타트업 원래 이래요?'
다른 스타트업 Co-Founder였던 개발자 형님한테 가끔 묻는다. '그루여 어떻게 이 길을 걸어오셨습니까.'
'계속 그 마음 잃지말고 열심히 하세요.'
지나온 사람의 한 마디는 위로가 되곤 한다.
가끔 식사 후 여유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하지만.. 오늘 할 일을 다 못하고 집에 가는 느낌은, 새벽 5시까지 클럽가서 혼자 춤만 추다온 그 느낌과 다를 바 없으니, 우린 오늘 달려서 우리 일을 끝내고 가자.
노력은 밀도다.
오래 버틴다고 잘하는거 아니다.
Front 담당하는 한솔 개발자님
'개발' 예전에는 멀어보였던 단어가, 지금은 현실이 됐다.
'개발' 스트레스는 만성 아토피 환자가 치료에 잘 반응 안해서 매주 컴플레인오는 그 기분이랑 비슷하다.
고치다 보면 하나 삐죽.
하나 성공하면 다른게 삐죽.
다 나았는지 알았는데 다시 삐죽.
형님 고치세요.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회의를 한다. 서로 짜증내면 안되니, 대신 영혼을 최대한 빼고 이야기한다. 나는 사람이 아니다. 기계다.
회의를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런데 일이 틈이 매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평행만 그릴때가 있다.
그래서 원격으로만 일하다가, 오프라인 공간을 구했다. 원격으로만 일하다보니 텍스트와 음성이 필요한 시기가 있었는데, 덕분에 느린 듯 하지만 빠르게 일의 구멍들이 매워져간다.
오프라인의 말과 촉감은 까다로운 이야기들을 둥글둥글하게 만들어준다. 식사도 하고, 커피 한 잔 따르며 웃다보면 정리되는 협의점도 있다.
우리가 약속한 기한이 생각보다 늦어져서, 마음이 다루기 까다로워진 것도 사실이다. 완성도를 높이고자 하는 마음은 다들 같은데, 왜 늦어진걸까. 각자 진단도 다르고, 처방도 다른 상황. 열심히 정리한 문서가 걸어온 상황을 말해줬기에 큰 흔들림이 없었다. 결론적으로는 팀웍이 맞춰지는데서 생긴 틈이라 서로 말했다.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까. 항상 개선책을 던져본다.
축구팀도 발 맞추는데 1년 반 걸린다. 개발팀을 3개월 안에 발 맞춘다는 건 욕심인 거 같다며, 그러면서도 완성 기준은 유지한다.
끈끈하게 짜놓은 Jira와 Confluence. 문서들은 다급한 노력들이 전체방향을 잃지 않도록 인도해준다. 덕분에 별 다른 이탈없이 목표를 향해간다.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 배당을 나누고, 프로젝트를 쪼개고 나누고. 나아가는 길을 조금이라도 부드럽게 만들어본다.
슥슥 스크롤하는 어플 뒤에는 어떤 팀웍이 있었던걸까. 어플도 만든 사람들을 닮아있다. 가끔 환상적인 어플을 보면, 팬심을 갖고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의 밀도있는 노력이 보인다.
우리는 원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를 운영했다.
이제 플랫폼도 직접 구축하고, 씨앗이 될 콘텐츠도 만들어야 하고, 강의 외 오프라인 모임도 시작하니, 일이 요즘 많다.
우리가 꿈꿨던 세상 만들려면, 역시 삽질부터 해야한다. 어디서 지휘관 행세만 하려하면 무시당하기 딱 좋은 이 바닥. 삽질을 해야 기둥을 세우는거다.
덕분에 나날이 머리에 잔근육이 늘어간다.
예를 들어, 우리는 풀타임 사전 강의 제도를 가지고 있다. 플랫폼에 강의를 띄우고 싶으면, 기존 강의를 검토하든 사전 강의를 하든 둘 중 하나를 해야한다.
들으며 개선점을 적고, 계속 피드백한다. 완성도를 높이는 건 마찰을 많이 일으키되 열이 나지않도록 하는게 관건이다.
이렇게 해야 컴플레인이 나왔을 때, 강사자가 상처를 덜 받는다. 그리고 추후 개선점과 유지해야할 장점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피드백과 개선 실천 속도가 완성품을 만든다.
Agile process.
말이 멋있어서 그렇지, 시행착오의 광속 쳇바퀴를 뛰는거다.
우리팀 케이스 모임 런칭하기전 사전 점검날.
각자 퇴근 후 마지막 시뮬레이션 시간이다.
'구리기만 해봐'란 분위기가 팽배한 상태에서, 마지막 시연 을 진행한다.
그러던 도중에 뛰고 있는 개발팀.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 스티브 잡스가 했던 한 마디. 사람 울린다. 나에겐 이 여정 자체가 보상이고, 우리는 우리가 목표한 사회적 가치를 달성할거다.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가는 하루하루다.
우리는 해낼거다. 어느순간 우연히라도 만나면, 사용자를 향한 묵직한 진심이 느껴지는 product를, 하나하나 선보일거다.
언젠가는 우리 노력이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닿아가기를.
범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