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미션은 계륵같은 존재다. 미션 없이 가자니 핵심 가치도 없이 방황하는 회사같고, 막상 미션을 잡아도 사용되지 않아 없느니만 못하다. 딜라이트룸 역시 오랜시간 미션의 필요성과 효용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리고 최근에 이르러 미션을 정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우리 팀이 미션의 필요성을 느껴온 과정과 이를 통해 배운 교훈을 공유하고자 한다.
미션이 필요하지 않은 초기
초기에는 어디로 갈지 고민하기 보다 빠르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피드백을 반영하고 수익을 내기위해 최선을 다하다보면 자연스레 어딘가 도착하게 된다.
초기에는 사용자가 필요한 기능을 더 잘 알고 있다. 알라미를 출시하고 가장 우선시 했던 것은 사용자들이 겪는 불편 사항을 해결하고 개선하는 것이었다. 사용자로부터 들어오는 피드백이 최고의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몇명의 사용자가 수학 알람 해제 방법에서 쉬움 난이도도 너무 어렵다고 했다. 당시 쉬움 난이도는 두 자릿수 덧셈 (23 + 17)이 었는데, 더 쉬운 한 자릿수 덧셈(3 + 7)도 추가해달라고 한것이다. 한 자릿수 덧셈은 너무 쉬워서 잠을 깨우는데 아무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지만, 이런 사용자도 있겠구나하면서 기능을 추가했다. 이렇게 추가된 한 자릿수 덧셈은 현재 전체 난이도 사용률 중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초기에는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우선순위를 정하면 대부분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초기에는 수익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한다. 미션이 있든 없든,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 팀은 계속 함께하기 어렵다. 지금은 투자없이 자체 수익으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지만, 초기에는 알람 앱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매우 불확실했다.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모든 방법을 시도했다. 이 당시 미션의 필요성에 대해서 우리팀이 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미션이 아침에 사람들을 깨우는 것으로 정해져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아침에 사람들을 깨우는것과 관계가 없지만, 앱에 추가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하지 않을 것인가? 당연히 해야한다는 것이 그 당시 우리의 답이었다. 몇 번이고 미션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될때마다 우리의 답은 “지금 미션에 대한 고민은 의미가 없다. 수익을 얻도록 최선을 다하자" 였다.
미션이 필요하다는 두가지 증상
이러한 노력은 다행히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사용자수도, 수익도 엄청난 성장을 했다. 하지만, DAU가 100만이 넘어가고 팀원도 7명이 넘어가자 미션에 대한 필요성이 드러났다.
첫번째, 의사결정 시간이 너무 오래걸린다.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피드백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초기와 다르게 모든 피드백을 바로 바로 반영하는것은 불가능해졌다. 이미 백로그에 일들이 쌓여있어, 어떤 일을 먼저할지 우선 순위를 잘 결정해야했다. 소수 팀원으로 구성된 팀에서 잘 못된 우선순위 선택은 큰 타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션이 없는 상태에서 팀원들 각자가 자신의 기준으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다보니 합의를 이뤄내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어떤 팀원은 수익과 관련된 기능을 중요시하고, 어떤 팀원은 리텐션 관련된 일을 중요시했다. 이때, 각 팀원들이 모두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주장을 하다보니 무엇이 더 중요한지 판단하는데 매우 어려웠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위해 합심하기 보다는, 어쩌면 누가 더 똑똑한지 판단하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두번째, 팀 응집력이 감소한다. 초기에는 어떤 기능을 개발할지 이야기할때, 모든 팀원이 함께 미팅을 진행했다. 무슨 일을 하든지 함께했고, 회사 내부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그게 왜 중요한지 모든 팀원이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팀원이 점점 늘어나자 모두 함께 미팅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또 비효율적이었다. 팀원이 늘어나면서 각자가 맡은 분야가 점점 명확해져갔다. 문제는 서로 모르는 부분들이 늘어나다보니, 업무 시간에 팀원들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스타트업은 인원이 적어 보통 각자가 독립된 분야를 맡다보니 그 영향이 더 극적으로 나타난다. 나의 경우도 어떤 날에는 회사에서 하루종일 팀원들과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느끼기도 했다. 우리 팀이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함께 한다는 느낌이 줄어들었다.
사람들의 아침을 깨우는 사람들
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론들이 언급되었다. 분기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 개인 마일스톤 관리가 되지 않는다 등. 수 시간의 긴 논의 끝에 모든 것들에 앞서 미션을 정해야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팀원들 모두가 공유하는 미션 아래 분기 목표가 세워지고, 그 아래에 팀의 목표가 세워지고, 그 아래 개인의 목표를 세우는 그림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겪는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렇게 정해진 우리의 미션은 이것이다.
Help people wake up, Effectively
알라미가 깨우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 변화.
우리는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도록 효과적으로 도와주는 일을 한다. 알람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아침에 사람들을 깨우는 것이 그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느낄 수 있었다. 아침에 잘 일어나는 것은 단순히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었다. 직장인들에게는 제 시간에 출근하도록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생업의 문제이고, 재수생은 원하는 시간에 하루를 주도적으로 시작한다는 측면에서 자존감의 문제이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고 싶지만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일어나도록 효과적으로 도와주는 알람 서비스를 만드는것이 우리의 미션이라는 결론이었다.
마치며
우리 경험을 기반으로 생각했을 때, 초기에는 미션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 이때는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피드백을 반영하고 수익을 만들기 위해 모든 방법을 시도해야하는 시기다. 나타나는 증상은 팀마다 다르겠지만 제품과 팀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미션에 대한 필요성이 드러나게 된다. 이때가 바로 미션이 필요할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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