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VC업계에서 -as-a-Service (이하 -aaS) 비즈니스 모델만큼 선호 받는 비즈니스 모델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실리콘밸리 입성한 2016년까지만 해도 해당 BM이 좋다는 인지도만 있었을 뿐, 이렇게까지 각광을 받을 줄 몰랐습니다.
당시 핫한 기업들을 보면 우버, 에어비엔비등 중개 플랫폼 운영사인 만큼, 대세 BM은 수수료였죠.
그러나 2019년 수익성에 대해 빈약한 기업들이 IPO 연달아 추진, 그리고 상장 후 가격방어 실패 등 이런 BM이 과연 건강하고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돌연 슬랙을 비롯한 비교적 관심을 받지 못한 SaaS 기업들이 관심 받기 시작했죠.
이제 업계에선 -aaS BM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이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이 -aaS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고 있는 걸까요?
단품 판매의 근본적 약점
단품 판매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BM이자 가장 이해하기 쉬운 BM이기도 합니다. 제가 무언가를 만들고, 이에 대한 소유권을 다른 이에게 판매하는 거죠. 법률상 약간 다르지만, 큰틀에서는 최근까지 소프트웨어도 비슷한 방식으로 판매가 되었으며, 자동차, 컴퓨터, 핸드폰도 오랫동안 이런 방식으로 거래가 이어져 왔습니다. 이런 BM을 기반으로 많은 기업들이 성장해 왔고요.
하지만 단건 판매를 하면 결국 재구매율에 집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게 왜 나쁘냐고 여쭙는 분들도 계시겠죠. 간단한 예시로 설명 드리면 쉬울 것 같습니다:
제가 자동차를 만든다고 가정합시다. 해당 자동차의 생명주기가 10년이라고 가정하고요. 그럼 소비자가 제 자동차를 사면 10년동안 재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그럼 제 업무는 10년 이내로 재구매 필요성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거를 위해 피처도 기획하고 개발하고, 마케팅도 활발하게 하고, 영업도 더욱 활발하게 해야죠.
경영하시는 분들이면 이해하시겠지만, 위 상황에서는 개발과 기획과 자본이 해당 업무에 묶일 수 밖에 없습니다. 기회비용이 어마어마 한 것이죠. 더불어, 경쟁사가 하나 더 느는 격이죠 — 저희 옛날 제품과도 경쟁하게 되는 것이니깐요.
플랫폼 운영사의 경우 다르긴 하겠지만, 편의상 위 상황과 비교해 -aaS BM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aaS의 강점
같은 상황이라 가정하죠. 제가 자동차를 판매하고 해당 차의 생명주기는 10년입니다. 단, 이번엔 차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리스를 통해 3년동안 차를 탈 수 있는 권리를 판매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3년 이후에는 새롭게 3년계약을 통해 신규차를 탈 수 있고요. 그럼 소비자가 느끼는 생명주기는 실재로 10년이 아닌 3년이 되버리는 거죠. 더불어 일시불로 돈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월마다 자금이 들어옵니다.
해당 상황과 윗 상황을 대조하여 -aaS 서비스의 강점을 말씀 드리자면 단건판매에선 판매주기가 길고 재구매를 제품 생명주기 중 유도해야 하는 반면 리스 모델에선 재구매에 대한 부담이 덜해지고, 3년마다 한번 재구매 유도에 집중하면 되는 겁니다. 더불어 소비자가 인지하는 생명주기가 줄어 옛제품과 경쟁하는 풀편함도 줄이고, 월마다 돈이 들어오는 관계로 자금 흐름에 있어 장기 계획 세우기도 쉬워집니다.
더 나아가 자동차의 감가상각 기준 이상으로 월 비용을 책정하면 unit economics 측면에서도 흑자나는 사업구조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월마다 자연스럽게 재구매로 연결되는 거나 마찬가지죠.
단 이 모델도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aaS의 단점
-aaS의 가장 큰 단점은 비용입니다. 제품에 대한 소유권을 넘기지 않는 만큼 해당 제품에 대한 유지보수 등 소유권을 지닌 회사가 책임 지게 됩니다. 일회성 비용으로 인해 자금 흐름에 타격을 입기 쉬운 구조죠. 더불어 계약/약정 기간 중 안좋은 경험으로 인해 갱신시기때 이탈에 대해서도 고민을 할 수 밖에 없고요. 따라서 이탈률에 대해 고민이 추가 된 것입니다.
더 나아가 -aaS에 대한 진입장벽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소비자들이 월마다 해당 서비스에 구독해 주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해당 부분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인지 시키고 이해 시키는 과정 역시 무시 못하는 비용입니다.
아마존도 프라임 첫 도입했을때 해당 어려움을 겪었고, 스포티파이도 겪었습니다.
VC들이 -aaS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최근까지 VC들의 기조는 “일단 모아보고 생각해보자”였습니다. 유저수를 모은 후에는 어떡하든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던 시대였죠. 하지만 그 시대를 지나본 결과 이런 논리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 증명 됐습니다.
현실은 더 가혹했죠.
따라서 일정 수익성이 보장되고, 더 나아가 unit economics를 통해 확장성에 대한 확신 및 명확한 성장 계획 — 이 모든걸 충족시키는 BM으로선 아직 -aaS만한 모델이 없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등 소프트웨어 대기업들도 애용하는 것도 한 몫을 했을 것이고요.
더 나아가 최근 Zoom, Slack, 등 유니콘 SaaS기업들이 상장하는 걸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증명된 BM인 만큼 더욱 신뢰성이 생긴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아직 해당 BM이 타 업계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된 사례가 많지는 않다보니 이런 VC들의 심리가 트렌드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단, 장점이 명확한 만큼, 당분간 해당 BM을 이용해 나오는 서비스들이 더 많아지고, 이에 대한 투자를 하는 VC들도 늘어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