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라운드 밖의 언성(unsung) 히어로, 풀무원푸드앤컬처 김지윤 매니저

 

(주) 풀무원

잘 먹어야 잘 뛴다! 선수들의 식탁을 책임지는 스포츠영양사

 

최근 20세 이하 월드컵에서의 선전에 이어 K-리그까지, 대한민국 축구의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지는 90분의 각본없는 드라마는 선수 들 뿐 만 아니라 코치진, 구단 관계자 등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데요. 풀무원푸드앤컬처도 선수들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숨은 조력자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 풀무원푸드앤컬처 김지윤 매니저

 

 

풀무원푸드앤컬처는 프로축구단 3개 팀(포항스틸러스, 전북현대, 제주유나이티드), 축구센터 1곳(창원축구센터), 그리고 프로야구단 1개 팀(롯데자이언츠) 총 5개곳의 프로스포츠구단 식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바른먹거리’ 풀무원의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하여 정성껏 구성한 식단으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구단 관계자분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풀무원푸드앤컬처 김지윤 매니저는 지난 2015년부터 포항스틸러스 영양사로 4년째 근무 중입니다. 조금은 생소한 직업인 ‘스포츠영양사’로서 선수들의 식단을 과학적으로 설계하는 일은 물론 조리원님들 인건비 관리까지, 포항스틸러스 주방의 총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일반 급식과는 다른 특별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김지윤 매니저의 주 업무입니다. 하루 중 2끼(점심,저녁)를 점심은 탄수화물, 저녁은 단백질 위주로 꾸리는 것은 기본이고, 경기가 있는 날 저녁에는 단기간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탄수화물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면서도 영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심혈을 기울입니다. 이 모든 것을 한정된 비용으로 이루어 내는 것도 모자라 선수들의 남다른 입맛에 맞는 메뉴를 고르는 일까지, 김지윤 매니저는 언제나 고민이 많습니다.

 

 



▲ 김지윤 매니저가 포항스틸러스 선수단을 위해 준비한 메뉴들

 

 

스포츠영양사는 사실 아직은 발전 단계에 있는 영역입니다. 이들이 무슨 일을 하며 어떠한 고충이 있는지 아는 사람도 많지 않고, 그들의 존재도 크게 부각되지 않았죠.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개척해가고 있는 스포츠영양사 김지윤 매니저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 인터뷰 질문에 답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김지윤 매니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스포츠영양사의 세계, 김지윤 매니저가 답한다!

 

Q. 매니저님은 포항스틸러스의 스포츠영양사로 일하고 계신데요, ‘스포츠영양사’는 어떤 직업인지 소개해주세요.

 

A. ‘스포츠영양사’는 말 그대로 운동선수를 비롯하여 일반인의 건강 증진에 조언과 도움을 주는 영양사예요. 그래서 넓게 보면 일반 헬스장의 영양사님들도 스포츠영양사라고 할 수 있지요. ‘스포츠영양학’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운동과 영양을 접목시킨 학문이에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하고 계신 분이 많지는 않아요. 영양학과의 커리큘럼으로 개설되어 있는 경우도 드물고, 대한영양사협회에서 해당 자격증을 발급받은 사람은 100명도 채 되지 않을 정도거든요.

 

Q. 축구 구단은 특수한 업장일 텐데요, 포항스틸러스에서 영양사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첫 직장을 그만두고 배낭여행을 갔는데 여행이 너무 재미있어서 빨리 돈을 벌어서 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휴대폰으로 풀무원푸드앤컬처의 축구단 영양사 모집 공고를 봤는데, 축구는 비시즌이 있어서 시즌 동안의 업무를 마치면 2~3달 정도 여행도 다니고 여가 시간을 좀 더 활용할 수 있겠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지원하게 됐죠.

 

계기는 그랬는데, 선수들이 3~4군에서 1군으로 성장하는 과정까지 지켜보니 애정이 남달라져요. 그래서 식단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더 잘 챙기려 하죠. 주로 식사 시간에만 마주치지만 가끔 클럽하우스에서 중심지로 이동하기 어려운 선수들이 있으면 차도 태워주고 운동 얘기, 연애 얘기로 수다도 떨면서 속을 터놓고 지내요. 저도 ‘원 팀’이라는 생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죠.

 

 

▲ 풀무원 수서 본사 2층에서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지윤 매니저

 

 

Q. 축구 구단에서 일하는 스포츠영양사의 고충은 어떤 건가요.

 

A. 슬프게도 제가 입사한 당시에 포항 성적이 썩 좋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식단이 부실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질책도 많았어요. 선수들이 경기를 지고 나면 어깨가 축 처져있거든요. 그러면 저 때문에 진 것 같아서 매일 울면서 퇴근했죠. 상처를 많이 받았었는데 그 이후로 제가 노력하는 걸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소셜미디어에 하고 있는 일들도 올리고 선수들한테 편지도 써주고 하면서 먼저 다가가려고 많이 노력했죠. 그러니 구단에서도 점점 인정해주시고 팬들에게도 인정을 받게 됐어요.

 

최근에는 40명이었던 선수단 규모가 R리그를 시작하면서 60명으로 늘어났어요. 그런데 주방 인원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주방과 홀을 쉴 새 없이 드나들다가 주방 일이 끝나면 사무실에서 밀린 업무를 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Q. 일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하루는 메뉴에 전골이 있었는데, 국물 간이 좀 잘 안 맞았던 것 같아요. 식사 중에 한 코치님이 저를 부르시는 거예요. 선수들도 다 식사하고 있는데 그 앞에서 “영양사님 드셔보세요” 하면서 숟가락을 주셨어요. 어떤 것 때문에 그러시는지 물으니 그냥 드셔보라는 말만 반복하셨어요. 저는 코치님 가시고 난 뒤에 가져가서 먹어보고 개선해야 할 점이 있으면 개선하겠다고 답했는데, 코치님이 갑자기 “설탕, 고춧가루, 된장 다 가지고 오세요” 하시더니 본인이 직접 간을 해서 드시더라고요. 그날은 상처를 좀 받았었죠.

 

Q. 정말 상심이 크셨을 것 같아요. 여러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는 일이 그만큼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분위기를 바꿔서, 신나는 이야기를 해 볼까요? 이 일을 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때는 언제였나요.

 

A. 선수들이 이적으로 구단을 떠나거나 잠시 대회 준비로 다른 지역에 가있거나 할 때 연락이 많이 와요. 편지도 오고 전화도 오고 영상통화까지 하는 선수도 있는데 다들 같은 이야기를 해요. ‘영양사님이 해주시던 밥이 그리워요’ 라고. 이런 얘기를 들을 때는 정말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자화자찬하고 싶지는 않지만, 주변의 평을 들어보면 포항스틸러스 구단 식사가 맛으로는 K리그 12개 팀 중에 못해도 3~4번째는 되지 않을까 싶어요.

 

구단에서는 ‘우주최강 영양사’라는 별명도 지어주셨고요. 구단과 회사에서도 인정해주신 덕분에 2017년 하반기에는 풀무원푸드앤컬처 ‘CS스타상’도 받을 수 있었어요.

 

 

▲ 김지윤 매니저(맨 오른쪽)가 포항스틸러스 외국인 코치 실바(가운데),

풀무원푸드앤컬처 최진호 조리실장(왼쪽에서 두번째), 주방 식구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축구선수들은 무슨 음식을 좋아할까? 선수들이 좋아하는 ‘바른먹거리’는?

 

Q. 축구선수 식단에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나요.

 

A. 경기를 앞두고는 선수들이 90분을 뛸 수 있도록 탄수화물 위주로 식단을 구성해요. 탄수화물은 경기를 하는 동안 바짝 힘을 내도록 돕는 영양소거든요. 보통 탄수화물과 단백질 비율을 3:1로 하는 게 최선이라고 하는데, 이론처럼 딱 맞아떨어지게 하기는 힘들지만 최대한 비율을 맞추려고 하고 있어요.

 

그리고 시합 날 저녁에는 식단에서 빨간 음식은 아예 다 제외를 해버려요. 지방은 소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지방이 많은 음식도 피해야 해서, 고기라도 장조림처럼 지방이 아예 없는 것을 넣죠. 섬유질이 많은 해조류도 장에 자극을 줄 수 있어서 배제하고요. 생선의 경우에도 등푸른생선은 기름이 많아 배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주로 흰살생선을 제공해요. 또한 축구선수들은 평소에 체중을 조절해야 해서 간식도 바나나, 감자, 고구마, 구운달걀 같은 다이어트 식으로 제공하고 있죠.

 

Q. ‘바른먹거리’ 풀무원이라서 특별한 원칙도 있을까요.

 

A. 선수들은 하루에 3,500~4,500kcal 정도를 섭취하고 있어요. 일반 성인 남성 하루 권장 칼로리가 2,500kcal 정도니까 크게 차이가 나죠. 그런데 활동량이 워낙 많아 칼로리를 다 소비하니 뚱뚱한 선수가 없어요.

 

일반적으로는 그렇지만, 체중 감량을 해야 하는 일부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되도록 저녁 메뉴 하나씩은 다이어트식으로 하고 있어요. 양념을 덜 하거나, 샐러드바에서 채소와 과일을 많이 제공하고요. 밥을 대체할 수 있는 탄수화물로 바나나, 계란 등을 제공해요. 우유도 일반우유와 저지방우유를 함께 제공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이런 부분은 풀무원의 LOHAS 전략인 ‘Low GL’을 식단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죠.

 

Q. 선수들도 풀무원 제품을 많이 먹나요? 어떤 제품들을 좋아하는지도 궁금해요.

되도록이면 풀무원 제품을 이용하려고 해요. 선수들도 풀무원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구요. 많이 이용하는 품목은 역시 두부와 나또예요. 선수들이 나또를 정말 많이 좋아하는데,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1일1팩은 섭취하고 있어요. 한번은 풀무원 ‘살아있는 실의힘 국산콩 생나또’와 타사 제품을 번갈아 주고 맛을 비교해보라고 했어요. 당연히 우리 제품 평가가 더 좋았죠.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풀무원 제품에 대한 홍보도 이루어지고 있어요. ‘아임리얼’ 제품 겉면에 선수들과 코치진을 응원하는 스티커를 붙여서 선물처럼 주고 있기도 하구요.   

 

완제품 중에는 ‘허브딜 훈제연어스테이크’, ‘리얼직화그릴함박’, ‘우리쌀바삭 깐쇼새우’ 등을 자주사용했고, 소스류도 다양하게 쓰고 있어요. 또, 선수들이 만두를 매우 좋아하거든요. 만두 제품 중에는 ‘생가득 납작지짐만두’, ‘쫀득이복만두’가 인기가 많아요. 그 외에도, ‘찬마루 사골우거지국’ 같은 국류 제품이나, ‘치즈랑소시지랑 더블도그’, ‘대만식지파이’ 같은 간식류 제품들도 자주 내고 있어요.

 

 



▲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스티커가 붙은 아임리얼 및 아임유어 제품사진

 

 

공부하는 열혈 스포츠영양사, 전문 분야를 개척한다

 

Q. 소셜미디어에 올리신 근황을 보니 여러 가지를 공부하고 계신 것 같아요. ‘공부하는 스포츠영양사’로서 해온 노력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일을 정말 재미있게 느끼고 열심히 하다 보니 저의 부족한 점들을 많이 알게 됐고, 그래서 공부를 하게 됐어요. 공부를 하다 보니 또 새로운 목표가 생기더라구요. 생활체육지도자 시험도 준비했는데, 선수들이 비시즌 때는 두 자릿수였던 체지방이 시즌 시작하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한 자릿수로 바뀌거든요. 그런 걸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저도 관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거예요. 운동을 알면 제가 영양적인 면과 함께 조언도 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죠.

 

평소에도 꾸준히 책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A매치를 소집했을 경우에는 선수들이 어떻게 식사했는지, 회복할 때는 어떤 걸 섭취했는지 등의 유용한 정보가 기사에 자세히 나오거든요. 그런 것들도 공부해서 적용하려 해요. 앞으로도 꾸준히 해야 할 노력이에요.

 

Q. 방금 말씀해주신 것처럼 실제 사례를 찾아 보는 과정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네요. 최근에 다른 구단이나 업장을 방문하신 적도 있는지요?

 

A. 사비를 들여서 제주유나이티드, 전북현대, 창원축구센터, 파주국가대표센터까지 4곳을 방문해서 식사를 해봤어요. 한 곳도 빠짐없이 맛있고 건강한 식단을 운영하고 계시더라구요.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제 입맛에는 저희 포항스틸러스 음식이 제일 맛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파주국가대표센터를 방문했을 때 현장에 커피머신이 있는 걸 발견했어요. 카페인이 선수들 집중력, 민첩성 향상에 좋거든요. 안 그래도 머신 구입을 고민했던 차에 이거다 싶어서 망설일 필요가 없었어요. 우리 선수들도 사용하게 해주려고 파주를 다녀오자마자 우선 제 돈으로 구입을 했어요. 이렇게 우리 업장에 적용할 수 있는 건 다 적용했어요.

 

Q. 앞서 잠깐 언급도 했지만, ‘파워 인스타그래머’세요. 매일같이 식단도 찍어 올리시고 그 외 여러 게시물들을 자주 업로드하고 계시더라고요. 최근엔 바비큐파티 사진도 올리셨더라고요. (김지윤 매니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계정 @yuni.kim0310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포항스틸러스 선수들 및 팬들과도 소통하고 있다.)

 

A. 식단 사진은 매일같이 거의 다 찍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게 된 건 제가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개인 PR 차원이었는데, 선수들이 인스타그램을 보고 주방의 고충을 알게 되니 고생한다고 연락도 하고 힘내라고 선물도 주곤 해요.

 

최근에 코엑스에서 강연을 하게 됐는데요, 스포츠 구단이 조금 특수하잖아요. 강연에서 스포츠 구단의 식단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설명했어요. 이번 강연 요청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연락을 받았거든요. 저는 인스타그램으로 시작해서 인스타그램으로 끝나는 것 같아요(웃음).

 

 


▲ 김지윤 매니저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다양한 사진들

 

 

Q. 영양 면에서 운동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 더 발전해야 할 분야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길을 개척해나가는 한 사람으로서 김지윤 매니저의 포부를 말씀해주신다면요.

 

A. 제가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건 최진호 조리실장님을 비롯한 주방식구들이 다 배려해주시고 도와주셔서 가능했거든요. 제게 너무 잘 맞고 보람을 느끼기에 이 일을 오랫동안 할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풀무원푸드앤컬처, 그리고 포항스틸러스 구단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김지윤 매니저

 

 

스포츠영양사라는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며 항상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린다는 풀무원푸드앤컬처 김지윤 매니저. 포항스틸러스 선수단의 식탁을 책임지는 그녀의 열정과 전문성을 풀무원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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