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을 따라다니던
긴 그림자가 사라지고 나서야
퇴근하게 되었다.
낮술에 취한 노인과도 같은 하루였다.
오늘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날이었다.
퇴근길,
집근처 동네슈퍼 개는
앞다리를 쳐들고 춤이라도 추듯
짖어대고 있다.
'비웃는건지, 반기는건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민해져있었다.
여름 냄새가 듬뿍 적셔진 봄바람이다.
그 바람은 도롯가 긴 능선을 타고
고물들을 쓸어대고 있다.
...
터벅이며 걸었지만
고개 중턱에 있는 집까지
한참을 걷고나니
목이
컬컬~한것이
흥부전을 완창한 사람마냥
따갑고,
간지럽다.
콧날을 때리던
차가운
바람의 계절은
돌고 돌아...
해가 중천이면
목에 땀이 엉기는
6월이 되어버렸다.
여름이 눈앞인 계절...
그래서 인지
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집에 도착.
깊은 한숨을
푹푹내쉬며
신발을 벗고 있다.
가방과 겉옷을 정리하고
컴퓨터 책상에 앉았다.
이유없이, 뜻도 없이,
의식흐름대로 글을 쓰고있다.
이제 컴퓨터를 끄고
샤워하러 가야겠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