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나우 마케팅 팀의 피그마 활용기
얼마 전 마케터를 희망하는 대학교 후배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난 최대한 솔직하게 대답했다.
미안하다 많이 당황했지..?
마케터에게 디자인 툴이 필요한 이유
내 머리 속의 뭉실뭉실한 그림을 말로 표현하는게 어려울 때가 있다. 어느 날 만들고 싶은 소재가 있어서 디자이너님께 소재 제작을 요청 드렸다. 그런데 결과물은 내가 원하던 느낌과 달랐다. 분명히 나의 요구사항은 모두 포함되어 있었는데 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메세지를 어떤 그림으로 그리면 될지 빠르게 예측하는 능력이 있어야한다. 내가 퍼포먼스 마케팅을 시작했을 때는 이 능력이 없어서 디자이너님과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높았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소재를 직접 만들어보며 시행착오를 겪어야했다. 결국 디자인 툴이 필요했다.
또한 퍼포먼스 마케팅 중 신규고객 유입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한다면, 소재 퀄리티가 최상급이 아니어도 타이밍과 메세지와 타겟으로 효율이 잘 나오는 경우가 있다. (소재의 퀄리티가 영향은 주지만, 절대적이진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조합을 알아내기 위해 마케터에게는 많은 소재, 많은 실험, 빠른 실패가 필요하다. 그래서 마케터의 디자인 능력은 많은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강점이 된다.
정리하자면 퍼포먼스 마케팅을 해야되는 저연차 마케터라면 빠른 실험과 다양한 소재, 커뮤니케이션 비용의 절감을 위해 디자인 툴을 다루는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디자인 툴, 솔직히 정말 어렵다. 일러스트레이터는 너무 어렵고 파워포인트로 잘 만들기는 더 어렵다. 난 포토샵과 어도비 XD로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디자이너님이 나에게 피그마를 알려주셨다. BOOM! 한번 써보자마자 피그마와 사랑에 빠졌다. 디자이너님과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줄었으며, 컨텐츠 퀄리티가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컨텐츠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 마케터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의 피그마 활용법을 공유하려고 한다.
나는 피그마의 이런 점을 좋아한다
인터넷만 되면 어디서든 작업할 수 있다
컴퓨터만 있다면 어디서든.. 주말에 집에서도..
피그마는 웹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툴이다. 값비싼 어도비 툴을 쓰지 않아도 되고, 작업환경이 달라질 때마다 30분씩 포토샵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뿐만 아니라 저장한 파일을 드라이브에 업로드 하거나 ‘내 메일로 보내기’ 하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만 되면 접속할 수 있고, 동기화 속도도 엄청나게 빨라서 다른 마케터님, 또는 디자이너님과 동시에 협업도 가능하다. (그리고 팀 플랜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무료다)
2. 필요한 파일을 모두 보드 위에 올려둘 수 있다
포토샵으로 작업할 때는 필요한 소스를 불러오고 복사하고 붙여넣는 과정을 반복했다. 하지만 피그마는 하나의 보드 위에 여러 파일을 올려두고 작업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다른 파일의 소스를 쉽게 재사용할 수 있다.
뚝딱뚝딱 AB테스트 소재 만들기
오일나우의 기름값 상승 알림 기능과 기름값 하락 알림 기능 중 어떤 소재가 더 효율이 좋을까? AB테스트를 하고 싶다면 이렇게 텍스트만 수정해서 소재를 뚝딱 만들어버리면 된다.
나의 피그마 보드
뿐만 아니라 보드형 작업환경이 좋은 이유는 목적 별로 보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광고 소재, 앱 내 공지사항, 보도자료, 제휴 제안서 등 다양한 컨텐츠를 제작해야한다. 그래서 목적에 따라 보드를 분리해서 사용한다.
광고 소재를 만들 때는 위 이미지처럼 앱 화면, 로고, CTA 버튼 등 자주 사용하는 소스를 미리 세팅한다. 소재를 만들 때마다 필요한 소스를 계속 로딩하는 과정이 굉장히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광고 소재 보드 예시
뿐만 아니라 GDN이나 Facebook ads는 권장하는 이미지 소재의 사이즈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우측처럼 미리 사이즈별 템플릿을 만들어두고 복사해서 사용한다. (모니터 옆에 채널별 사이즈를 인쇄해서 붙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250x250 기준으로 소재를 하나 만든 후, 다른 사이즈에 맞게 폰트만 조절해서 variation만 하면 된다.
공지사항 컨텐츠은 앱에서 사용자들이 보는 환경이기 때문에, 글자가 너무 작으면 기기에 따라 가독성이 아주 떨어진다. 그래서 폰트 크기가 정해져 있으며, 톤앤매너도 통일된 편이다. 이 경우에는 과거에 사용한 템플릿을 복사해서 붙여넣은 후, 내용과 이미지를 수정하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사실 가장 피그마의 활용도가 뛰어난 건 보도자료 이미지를 제작할 때다. 이 주제는 내용이 많아서 따로 작성하려고 한다)
3. 퀄리티를 높이는 다양한 플러그인
피그마에는 강력한 기능은 다양한 플러그인이다. Iconify 플러그인의 예시를 보여주겠다. 나는 오일나우의 기름값 하락 알림 소재를 제작하고 싶은데, 텍스트 옆에 알림 아이콘을 넣어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하지만 알림 아이콘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1) 앱에서 사용하던 리소스가 있으면 디자이너님께 요청한다 (2) 없으면 구글에서 무료 소스를 찾아 헤맨다 (3) 디자이너님께 아이콘 제작을 요청한다.
나는 아주 작은 알림 아이콘이 필요할 뿐인데! 무료 소스도 없고 디자이너님께 제작해달라고 요청하기엔 너무 소소한 일이다. 예전이라면 그냥 아이콘은 포기하고 텍스트로만 소재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Iconify 플러그인으로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다.
Iconify 플러그인 창에서 검색을 할 수 있다
플러그인 설치도 다른 웹페이지에 접속할 필요 없이 피그마에서 바로 진행할 수 있다. 피그마 메뉴에서 미리 설치한 Iconify라는 플러그인을 클릭하면 검색창이 나타난다.
검색 결과 중 원하는 아이콘을 삽입한다
내가 원하는 아이콘의 이름을 검색한다. ‘noti’라고 검색하면 다양한 알림 아이콘을 찾을 수 있었다. 보편적인 아이콘은 다 구할 수 있으며 내가 그리던 이미지보다 더 정교하거나 더 기발한 아이콘을 구할 수도 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플러그인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Iconify : 아이콘을 검색해서 찾을 수 있다.
Rename it : 작업물들의 이름을 통일된 형태로 한번에 변경할 수 있다.
Autoflow : 연결하고 싶은 도형과 도형을 클릭하면 화살표가 생성되어 개요도를 쉽게 만들 수 있다
Brands Colors : 브랜드 시그니처 컬러판을 보드 위에 추가할 수 있다. 컨텐츠를 만들 때 색조합하기에 참고하기 좋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Brands Colors 플러그인
4. 다른 팀원과 원활한 협업 가능
피그마는 팀 단위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컬러보드를 공유할 수 있다. 디자이너님이 오른쪽처럼 오일나우 컬러를 세팅해주시면 나는 사용만 하면 된다. 예전에는 브랜드 컬러판을 따로 이미지로 저장해서, 작업할 때마다 스포이드로 컬러판에서 컬러를 일일이 찍어서 사용했다. 정말 불편했었다.
내가 만든 초안(좌), 디자이너님 수정안(우)
협업 과정도 빠르고 쉽다. 중요한 앱 컨텐츠는 디자이너님의 수정을 거친다. 예전이라면 (1) 초안을 작업하고 (2) 파일과 폰트를 저장해서 (3) 디자이너님께 메일로 보낸다. 디자이너님도 (4) 이메일 로그인하고, (5) 내 파일을 저장하고, (6) 열고, (7) 작업하고, (8) 다시 나에게 메일로 파일을 첨부한다.
이제는 디자이너님을 (1) 내 보드에 초대만 하면 된다. 디자이너님도 보드에서 나의 초안을 보면서 바로 (2) 수정안을 만드신 후, 나에게 ‘이미지 수정 확인해주세요'라고 (3) 슬랙만 보내주시면 된다. 완전 깔끔하게 일이 마무리된다.
대단한 노하우는 아니지만 다양한 컨텐츠를, 퀄리티 있게,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나의 피그마 사용법을 공유해보았다.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도 없으니 마케터라면 한번 피그마를 사용해보길 적극 추천한다. www.figma.com
참고로 난 피그마와 아무런 금전적인 관련이 없다. (하지만 관련되는 것도 환영한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당신이 디자이너라면,
이 사실을 알아달라. 마케터도 디자이너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내 손에서 나온 컨텐츠를 보면 속이 터져서(…) 디자이너님을 찾게 된다. 하지만 당신의 동료 마케터가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피그마를 알려주면 된다. 우리 디자이너님도 손수 피그마로 날 이끄시고, 컬러판을 세팅하시고, 플러그인을 알려주시고, 컨텐츠 템플릿을 만들어주신 후 나에게서 자유를 얻으셨다. 자, 어서 동료 마케터에게 이 글의 링크를 보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