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고를 준비하는 커리 큘럼은 기본적으로 동일합니다. 20년전의 과고 초창기 시절과 비교해도
진도가 조금씩 빨라지는거 말고는 달라진게 없어요.
그 원리를 이해하셨으면 좋겠어서 쓰는글입니다.
영재고 커리큘럼이 되게 특이한게 있을거라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데 사실 너무나 단순합니다.
이번 글은 길어지면 헷갈리실 까봐 최대한 단순하게 적어 볼게요.
일단 커리큘럼의 원리는 ,
똑똑해진다 -> 필수적인걸 배운다 -> 시험 유형에 익숙해진다 -> 시험을 본다. ‘ 입니다.
이 세 개는 완전히 다른 공부에요.
한 번의 공부로 3개를 잡으려고 하는거 만큼 비효율적인게 없어요.
일석삼조를 기대하고 싶지만 정작 아무것도 얻는게 없어요.
그럼 이제 저 3개에 대해서 좀 자세하게 설명해볼게요.
1. 똑똑해진다.
말 그대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거에요. 이건 생각하는 방법과 양에 달려있어요.
뭘 알고 모르냐의 문제가 아니에요.
스스로 사소한 것도 궁금해하고 그거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똑똑해지는거에요.
예를 들면 어릴 때 아이들이 질문이 굉장히 많죠? 이 때 부모님이 선택할 수 있는건,
1) 알려준다.
2)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3) 귀찮다고 무시한다.
보나마나 2번 아이가 가장 똑똑해지겠죠. (논외긴한데 어릴 때 환경이 굉장히 영향을 많이 미치는거 같아요.) 어릴 땐 단순한 질문과 대답으로도 똑똑해지지만, 수준이 올라와지면 필요해지는게 경시대회 또는 올림피아드 공부에요. 현재 가지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서 최대한 머리를 끝까지 써가면서 풀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고민거리들이죠.
한 문제에 2~3시간을 고민해야 되는 문제들은 아이들 수준에서는 KMO 문제 밖에 없어요.
과학은 평균적으로 훨씬 짧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적당히 고민할 수 있는 난이도의 문제들을 모아놓은 곳이 없어요. 세상의 문제거리들은 1) 답이 없거나 2) 너무 어렵거나 3) 너무 쉽거나 가 많아요.)
결론은 이 과정에서 가장 좋은게 KMO 공부에요. KMO 문제가 제일 고민하기 좋거든요.
예전엔 똑똑하면 수학을 좋아하고 그러다 보니 KMO를 접하게 되는데, 공부가 너무 재밌고,
그 공부를 하다보니 실력이 저절로 늘어있고 상이 나오면서 동시에 영재고에 합격합는 시나리오였어요.
예전엔 이게 예외가 없었던게 KMO 상이 있으면 가산점이 있으니까 예외가 아예 없었죠.
이제는 예외가 조금씩 생기니까 자꾸 거기에 초점을 맞추시고 이상한 얘기들이 돌곤 하는데, 예외는 예외인거고
그냥 KMO는 재미있는 공부이면서 동시에 하다보면 똑똑해져 있는 유일한 공부에요.
근데 이런 KMO 시험을 시험 성적 잘 받겠다고, 2번처럼 유형 다 외워버리기 스타일로 공부해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겠죠?
성적은 사실 외워서 은상 까지도 가능한거 같은데 정말 아무 의미 없어요.
창의 수학이라고 불리는 문제들은 보통 KMO에 이 때 까지 나온 유형을 제외한 머리쓰는 문제들을 창의 수학이라고 불러요.
유형이 종잡을 수가 없죠. 대신 고민해야 되는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쉬울 수 밖에없고,
굳이 이걸로 1. 똑똑해진다와, 3. 시험 유형에 대비한다를 동시에 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걸로 똑똑해지는거 보다 KMO로 똑똑해지는게 훨씬 효과가 좋아요.
2. 필수적인걸 배운다.
필수적인건 미적분, 기벡 같은 선행과, 물화생지 같은 과학을 얘기하는거에요.
얘네 잘한다고 절대 똑똑해지거나 실력이 늘지 않아요. 원래 똑똑한애들이 잘하는거에요.
(중등 과정과, 수1, 수2, 확통은 KMO에 필수과정이라 2번에 포함 안 됩니다. )
그리고 쟤네는 제대로만 배우면 공부하는데 진짜 얼마 안걸려요. 자꾸 잘 못 배우고 머리가 못 받아들이니까,
오개념이 생기고 그 위에 자꾸 다른걸 쌓아서 나중에 고생하는거지, 저 과목들이 어려운게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저런 공부에 힘 쏟고 있으면, 일단 똑똑해지는데 투자하는 시간이 적어지니 문제고,
애초에 안 똑똑한 상태에서 저걸 배우면, 오개념 투성이에 결국 다시 배워야 합니다.
미적, 기벡은 입학하고 나서 내신 잘 받을 땐 필수니까 붙고나서 신경쓰셔도 충분합니다.
(시간이 남아 돌면 조금씩 미리 봐두세요;)
물리, 화학은 가장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이 중1 겨울방학 때부터 고등학교 선행에 조금씩 시간을 쏟다가 물올, 화올 시즌에 집중하는게 가장 효과적이에요. 그러고 나면 실력은 충분히 쌓이죠.
3. 시험 유형에 익숙해진다.
이건 파이널 기간에 하시면 됩니다.
파이널 기간이라고하면 길게 잡으면 2학년 2학기부터 영재고 시험까지,
짧게 잡으면 KMO 끝나는 2학년 11월 부터 영재고 시험까지를 얘기합니다.
1번 2번을 충분히 했다면 그냥 대형학원 가셔서 죽어라 문제만 뺑뺑이 돌면 됩니다.
아무리 똑똑하다고해도 이 과정은 필수에요. 유형에 익숙해지는건 실력을 발휘하는 필수조건이니까요.
그런데 반대로 이 유형에 아무리 익숙해져 있다고 해도 안 똑똑하면 시험을 잘 볼수가 없어요.
왜냐면 결국 시험장에는 내가 이 때까지 못 본 새로운 문제가 나오니까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창의수학이나 기출문제로 공부하는건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부라는건 기본적으로 내가 못 푸는 문제를 배울 때 하는거고, 창의수학이나 기출문제는 마지막으로
내 실력을 점검하고, 유형에 익숙해지고, 요령을 배울 때 써야 됩니다. 그래서 제일 마지막에 하는거죠.
문제는 이런 이상적인 커리큘럼이 아닌 뒤늦게 시작한 경우인데, 솔직히 제가 그 상황이라면
1번은 이미 되어있다고 (나는 원래 똑똑하다고) 가정하고,
2번 3번을 동시에 죽어라 할 거 같습니다. 2번 3번은 투자하는 시간에 비례하는거기 때문에, 잠 안자가면서
죽어라 하면 뒤늦게 시작했더라도 어느정도 준비할 수 있습니다.
단지 1번이 안 되어 있다면, 입시 합격 여부는 반반이겠구요.
자꾸 이 곳 저곳에서 들리는 말들 또는 상술에 휘둘리지 마세요.
너무 단순하면서 명확한 원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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