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건 이래서 안될 것 같고, 저래서 안될 것 같은데.. 이 시장은 없어.
이 기능은 안쓸거야.. 이건 연매출 10억은 할 수 있어도 1000억은 못할 것 같은데..
최근의 고민이었다. 사업을 시작하고 나이가 들면서 경험은 강화됐고, 지적으로도 많이 성장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러한 지적 성장은 오히려 나를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었다. 어떠한 행위를, 어떠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고자 할 때, 그것이 안 되는 이유가 수백 가지가 떠오른다. 계속해서 이길 수 없는 이유만이 내 머릿속을 떠돈다. 그것을 깨버리고 이기는 전략을 짜려니, 머릿속에 콘셉트들의 파편만 떠돌아 명확하게 단순화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비캔버스로 여러 아이디어를 끄적이던 도중, 내 시각이 체스 말의 시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없이 죽고 죽어 체스판 위에서 사라진 체스 말이 잔뜩 움츠려 들어,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지 좁은 시선으로 찾아보듯 나 또한 지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편협하고 미시적인 시각으로 '지지 않을 방법'만 찾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제야, 내가 체스 말 안에 들어가서 세상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업에서 버려야 할 것은 감정인데, 내 감정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 있었다. 마치 '사업=나=비캔버스'와 같은 사고방식으로 인해,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매우 감정적으로 내 사고방식을 틀어막고, 시야를 좁히는 꼴이었다.
이제까지는 지지 않기 위한 전략을 찾기 위해 사업의 전체적 콘셉과 무관한 서비스의 특정 기능과 같이 아주 작은 부분에서의 변화를 주도해왔다. 그러나 '체스 말에서 기어 나와 체스판을 바라보자'라는 시각은 내 모든 것을 흔들고 있다.
이 미세한 마인드 컨트롤이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마치 사격을 할 때, 사격하는 입장에서 아주 조금만 각도를 틀어도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큰 각도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과 같다.
사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정신적, 심리적 무능감과 박탈감, 좌절감은 사업의 성과와 상관없이 찾아온다. 매일 밤, 가슴 뛰는 콘셉과 아이디어가 떠올라 설레는 마음으로 잠들더라도, 아침에 일어나면 수십 가지의 '안 될 이유'가 머릿속을 감싸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감과 확신은 매일, 매 시간, 매 분 파도처럼 들썩인다.
혼자서도 수많은 생각을 했지만, 사실 체스 말 안에서의 고민은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의 약 반년의 걸친 심리적, 정신적 무능감과 박탈감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준 것은, 단 몇 권의 책과 몇 편의 영화, 그리고 약 1주일간의 미국 출장이었다. 즉, 체스 말 바깥으로 나와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확장할 때, 오히려 그 효과가 크다.
운동과 같이 나의 한계를 이겨내는 것은 나를 채찍질하여 이겨낼 수 있으나, 사업은 나의 한계를 이겨낸다고 해서 이기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이기기 위한 전략'을 만들어 내기 위해 물불을 안 가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객을 만나던, 사람들 만나던, 영화를 보던, 여행을 가던, 책을 보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이길 수 있는 콘셉을 떠올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일본의 기업인 고야마 마사히코는 사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속전속결'이라고 말하였다. 다양한 의사결정이나 문제에 대해 70%의 확신 만으로도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근데, 사업이 감정이 많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 시각이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100%의 확신으로 결정을 내리고 싶어 하게 된다.
감정을 버리고, 냉정하게 체스 말 하나가 죽더라도 체스판에서 승리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각을 전환하면 조금은 더 결정을 더 빠르게 더 과감하게 내릴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횡설수설하였지만, 뻔한 말로 들릴 수 있는 한 줄의 문장이 진짜 도움이 된다. 나는 자기계발 콘텐츠로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 믿어봐도 좋은 것 같다.
체스 말에서 기어 나와 체스판을 바라보자.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처럼 1승 9 패해도, 그 1승만으로 이기는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