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프레소의 서비스 ‘콴다’는 일본에서 2018년 11월에 런칭했습니다. 2019년 3월에는 일본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앱 스토어 무료 교육분야에서 1위를 기록한 후, 꾸준히 최상위권을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좌) iOS의 App store에서 1위, (우) Android의 Google Play Store에서 1 위
오늘은 일본 콴다의 브랜딩 과정에 대해서, ‘욕망’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아래와 같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브랜딩이야말로 서로 다른 욕망이 교차하는 접점이기 때문입니다.
1.사용자의 욕망 : 일본 10대 중고등학생의 욕망은 뭘까?
교육 어플리케이션을 서비스하는 입장에서 가장 경해야 할 것은, 나의 경험을 과대평가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 고등학생 시절을 거치기 때문에 학생들의 마음을 ‘잘 안다’고 착각하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이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 한국과 일본 마케팅 담당자들은 매일 1회씩 다양한 소스로 User 분석을 진행하여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학생 타깃의 욕망과, 그 욕망을 어떤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는지, 그리고 그 욕망과 표현방식은 시기에 따라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확인하고자 함인데요.
User분석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집에서는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무엇인지, 어떤 대화를 나누면서 하루를 시작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양말은 어떤 것을 고르고, 머리스타일은 어떤 것을 고르고, 신발을 어떤 것을 고르는지, 그리고 문밖을 나설 때는 어떤 기분으로 나서는지, 가방은 백팩인지 크로스백인지 색상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노트나 교과서 등을 들고 다니는 스타일인지, 노트는 유선노트를 좋아하는지 무선노트를 좋아하는지 혹은 과목마다 다르게 사용하는지, 따로 필기구를 넣을 필통을 들고 다니는 스타일인지,
집을 나서면 — 걸음걸이는 빠른지, 어떤 교통수단을 통해서 학교에 가는지, 가면서 보는 풍경에는 무엇이 있는지, 가면서 풍경을 보지 않는 스타일이라면 책을 보는지, 지나가는 광고를 보는지, 스마트폰을 보는지, 스마트폰으로는 무엇을 하는지, 다른 사람들을 보는지, 교통수단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학교에 도착해서 교실로 올라갈 때는 무엇을 보게 되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어떤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이야기가 지루하다고 생각하고, 어떤 선생님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지, 어떤 선생님이 지루하다고 생각하는지, 입고 있는 교복은 어떤 형태이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교실에서 앉는 자리는 어디인지, 자리 배정은 어떻게 되는지, 수업이 시작되면 책을 펴는지 책을 덮고 눕는지,
통학길에 볼 수 있는 풍경
공부를 할 때에는 — 공부를 학원에 가서 하는 스타일인지, 과외를 받는 타입인지, 혼자서 끙끙 앓는 타입인지, 모르는 문제는 트위터나 인스타에 업로드해서 가르쳐달라고 하는 스타일인지, 학생들이 보는 책은 어떻게 생겼는지, 받아보는 시험지는 어떻게 생겼는지, 문제집에서는 해설이 잘 되어있는지, 답만 있지는 않은지, 교과서는 또 어떤지, 해답이나 해설지가 아예 없이 문제를 프린트하기만 한 숙제는 얼마나 자주 많고,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결할지, 누구에게 물어보는지, 주로 자습은 몇시부터 시작하는지,
스마트폰을 만질 때에는 — 한 사람 한 사람이 쓰는 SNS는 무엇인지, 좋아요를 누르는 것은 무엇인지, 즐겨쓰는 어플리케이션은 무엇인지, 책상은 어떻게 꾸미는지, 이어폰은 어떤 것을 쓰는지, 음량은 어느 정도로 하는지, 공부할 때 음악을 듣는지 듣지 않는지, 이어폰은 무엇을 쓰는지, 어떤 멘션이 오가는지, 첫 멘션에는 주로 어떤 말로 시작하는지, 마무리 멘션에는 주로 어떤 말로 마무리를 짓는지, 어떤 이모티콘을 쓰는지, 어떤 용어를 쓰는지, 공부나 시험에 대해서 자세하게 무엇을 공부했다고 이야기하는 스타일인지, ‘아 난 죽었다’ 같은 말을 올리고 웃음을 자아내는 스타일인지, 업로드하는 사진의 구도는 어떤지, 어떤 해시태그를 사용하는지, 프리쿠라(일본의 스티커 사진)는 얼마나 자주 찍는지
방과 후 동아리 개념인 부활동(部活動)을 하고 있는 학생들
…
이러한 질문과 관찰내용을 통해 설정한 일본 콴다앱의 유저 페르소나는 다음과 같습니다.
도쿄에 거주하고 있고, 방과후 농구부 활동에 더 적극적이고, 시험 직전과 같이 공부를 피할 수는 없는 순간이 왔을 때에는 공부법을 찾아보거나 공부 명언을 보면서 자극을 받으면서 ‘음 이렇게만 하면 되겠군! 자신감이 생겼어!’라고 뿌듯해하면서 공부가 아닌 곳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공부계정을 만들어서 공부한 노트나 공부 책상을 인증하기도 하고, 아이묭과 요코하마 류세이를 좋아하고, 어벤저스보다는 코난을 보러 극장에 가고, 대학생이 되면 오사카에 있는 Universal Japan에 가겠다는 목표가 있고, 주말에는 타피오카 버블티를 친구와 먹고, 시험이 끝난 기념으로 친구와 찍은 프리쿠라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아오하루(アオハル, 미성숙한 연애 또는 청춘을 의미하는 말)라는 말에 설레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유이(ゆい).
우리의 타깃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유이ゆい라는 학생에게 공부는 어떤 존재일까요?
지루하고 / 어렵고 / 머리를 싸매야 하고 / 시험이나 숙제는 계속 있고 양은 많고 / 모르는 건 많은데 물어볼 곳은 마땅치 않고 / 답지는 없고 / 답지가 있더라도 답밖에 없을 때도 있고 / 답지에 해설이 잘 되어있더라도 이걸 이해 못하겠고 / 답답하고…. 그런데 아무튼 잘하면 좋기는 한, 그런 존재가 공부입니다.
이 시점에서, 브랜드 마케터로서의 욕망이 등장합니다.
2. 마케터로서의 욕망 : 일본 콴다는, 일본 학생 타깃에게 어떤 기억을 주고 싶은가?
일본 콴다가 주고 싶은 기억은 아래와 같습니다.
“スッキリ! これなら私も出来る!”
“슷키리! 이거라면 나도 할 수 있어!”
민중서림 엣센스 일본어사전에 의하면, 슷키리는 ‘산뜻한 모양’, ‘세련된 모양’, ‘말끔한 모양’, ‘상쾌한 모양’을 뜻합니다.
여기에서의 ‘슷키리’란, 일본 학생들에게는 ‘시원한’ 감각이지만, 시원한 감각 뒤에는 결국 ‘아, 이렇게 하면 되는 구나!’라는 자신감을 줍니다. 모르는 걸 알기 위해서 질문이나 검색을 했을 때,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 다음에 또 생각하게 됩니다. “아, 또 모르는 게 있을 땐, 또 콴다에서 찾아보면 풀리겠구나.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언제든지 물어볼 곳이 있다는 안전감과, 물어보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렇게 질문 한 개를 콴다에서 해결하는 것은, 아주 작은 성공경험 한 개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작은 성공경험이 여러개가 쌓이면, 그것이 바로 자존감과 자신감, 용기, 희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유이가 공부 앞에서, 이렇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는 바로 그 순간의 ‘슷키리!’라는 기억을, 그리고 그것이 모여 만들어내는 자신감, 더 나아가서는 희망의 기억을 일본 콴다는 전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슷키리!’의 순간을 어떻게 하면 선사할 수 있을까요?
그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콴다가 자랑하는 USP 인공지능입니다. 현재 일본 콴다에서는 풀기 어려운 수학문제의 사진을 찍으면, 그 사진에 해당하는 문제의 해설이 인공지능으로 검색되는 기능을 주요한 판매 포인트로 잡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정확하고 / 신뢰할 수 있고 / 편리하고 / 빠르고 / 신기하고 / 나에게 맞춤형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에서 서술한 공부가 가진 어려움, 인공지능으로 상쇄하여 ‘슷키리!’의 기억을 남겨주는 것이지요. 이러한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일본 콴다의 메인슬로건인
勉強にぴったりな人工知能 (공부에 딱 맞는 인공지능)
입니다.
공부에 딱 맞는 인공지능!
‘공부’라는 문제 상황에서, ‘딱 맞’아 떨어지게 필요한 내용을 제공해서 날 안심시키고 희망을 주는, 신뢰감 가고 똑똑한 ‘인공지능’이라는 뜻입니다. 세계 로봇 산업을 선도해왔고, 이에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자 하는 일본에 어필하기 충분한 포인트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ぴったり(핏타리, 딱 맞는다)는 느낌 자체가 スッキリ!(슷키리, 시원하다)는 느낌과도 이어지기도 하고요. 실제로 이 슬로건은 구글애드워즈에서 테스트를 했을 때 가장 많은 학생들의 지지를 받아서 선정된 문구이기도 합니다. (*콴다의 마케팅팀은 구글애드워즈의 A/B 테스트를 통해서 핵심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참고 : 마케팅 채널 사용기#1 — 구글 애드워즈 )
3. 이 두 욕망을 어떻게 만나게 할까?
일본의 교육시장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라는 자신감은 있었지만, 일본 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까요? 이를 위해서 여러가지를 시도했고, 또한 여러가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다행인 점은 초기에 빠르게 여러가지를 시도하고, 실패했고, 이를 통해서 빠르게 배우고, 여러가지 기준들을 다시 세울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한 수많은 사람들이 만나며 스쳐가는 시부야역의 스크램블 교차로
먼저 콴다 마케팅팀에서는 일본 콴다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광고를 내부에서 직접 제작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크게 두 축을 잡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1) 기능적 측면 강조 : 인공지능 첫번째 축은, 일본에서 최초인 ‘수학문제의 사진을 찍으면, 해설이 검색된다’라는 기능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수학문제에는 수식이나 그래프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텍스트로 검색하는 게 불편합니다. 이를 ‘사진’으로 찍어서 문제의 해설을 ‘검색’할 수 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광고에서 자랑하고 있습니다. 너무 설명적이어서 지루할 것 같지만, 콴다 마케팅팀이 자랑하는 컨텐츠 디자이너분들은 풍부한 경험을 무기, 기획을 바탕으로 가장 효과적인 컨텐츠를 위해 여러번 함께 논의하며 제작해주고 계십니다. 덕분에 (1)번 방식은 높은 효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본인에게 친숙한 인간형 인공지능 로봇의 모습을 본딴 일본 콴다 캐릭터 피코(ピコ)
(2) 공감대 형성 : 일상 또 다른 축의 컨셉은 ‘일본 고등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우리의 타깃 사용자들은 많은 경우 ‘학습의 장면’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학습의 장면’이 꼭 책을 펴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요즘 일본 중고등학생들은 공부를 하다가 Youtube를 보며 정보를 얻기도 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질문을 SNS에 업로드하기도 하고, 친구에게 메신저로 묻기도 하고,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기도 합니다. 본인이 공부한 내용을 인증하기도 하고, 익명 기반의 메신저 그룹을 만들어서 서로에게 응원이 되는 메시지를 주고 받기도 하고, 인터넷에 있는 공부법이나 공부 명언 컨텐츠를 익히기도 합니다. 이렇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Pain point를 초반에 보여주고, 이에 대한 해결 책으로, 서비스 콴다를 제시합니다.
이외에도 채널 확장, 유튜버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바이럴 효과 제고, SNS 를 통해 일본 콴다 선생님의 공부법 컨텐츠 유통과 학생 사용자 피드백, 일본 인터넷 문화에 맞는 이벤트를 개최하여 인지도를 제고하고, 학생 사용자들이 대상화하여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캐릭터를 제작하는 등의 시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나가며 1
저는 덕후입니다. 그리고, <덕후에게 환승은 있어도 하차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무언가에 쏟는 애정을 에너지의 기반 삼아 살아가기 때문에, 애정을 쏟는 대상이 이것에서 저것으로 옮겨갈 수는 있어도 그 애정 자체가 사라지는 일은 없다는 뜻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애정을 쏟는 대상이 있을 때, 저는 주로 글을 씁니다. 내가 알아본 그 대상의 좋은 점과 그것이 나에게 주는 좋은 감정을, 내가 가진 가장 적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그 시점의 가장 중요한 미션이 됩니다. 이 대상의 이러한 좋은 점은, 좀 더 알려질 필요가 있고 그 좋은 점을 가장 적확하게 읽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 대상이 바이럴되어 유명해지고 큰 인기를 얻게 되었고, 그 대상이 저에게 감사인사를 보내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저에겐 일본 콴다도 그렇습니다. 이 서비스를 나의 언어, 우리 팀의 언어로 내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 한 명 한 명(일본 학생)에게 알릴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나가며 2
일본 마케팅은 초기에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시도해보고, 많은 가설들을 폐기하거나 수정하면서 발전해왔습니다. 다행인 점은, 가설검증이 빨랐기 때문에 그로부터 다음을 위한 팁들을 얻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여전히 콴다의 일본 마케팅에는 새로 시도할 가설들이 많이 있고, 이를 통해 노하우를 축적해가고 있습니다. 다음편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가설을 어떻게 폐기하고 수정하고 그 결과는 어땠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글에 관한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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