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학개론-매스프레소의 경우

직장인들에게 점심메뉴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업무를 보는 자리이다. 그것은 점심메뉴를 마음껏 정해서 먹을 수 있는 훌륭한 복지시스템을 가진 매스프레소도 피해갈 수 없는 고민이다. 물론 매스프레소는 본디 한달에 한 번 자리를 바꾸며 복불복으로 고통받는 사원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매스프레소(콴다)

그렇다면 어떤 자리가 좋은 자리일까? 이 물음의 답은 참 내리기가 어렵다. 본인의 일하는 성향에 따라서, 시기에 따라서 천차만별인 문제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필자의 경험과 몇몇 사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각 자리에 대한 장단점을 써보기로 했다.

아래는 현재 매스프레소의 자리를 간단하게 그려본 것이다.

1, 2, 3, 4번은 매스프레소 연구소 자리이다. 벽으로 가로막혀 있으며, 별도의 출입구가 있다. 저 자리들끼리는 크게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 1번과 3번 왼쪽에 창이 있어 낮에 조금 더 눈이 부실 수 있지만, 블라인드도 구비되어 있으므로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장점 : 겨울엔 꽤 따뜻한 자리다. 서버 컴퓨터가 있어 발열을 해주고, 정문, 후문과 거리가 있어 바람이 기습하는 경우도 별로 없다. 그리고 출입구가 따로있고 구석진 자리라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기도 좋다. 개발자의 경우에는 집중을 방해하는 모든 요소를 배제하고 개발에 힘 쓸 수도 있다.

단점 : 여름엔 엄청나게 덥다. 벽으로 막혀있어 에어컨 바람이 잘 안돌고, 겨울엔 든든하게 난방에 보탬이 되던 서버 컴퓨터가 여름엔 왠수가 따로 없다. 이전에 연구소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참다 못해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통풍구와 연구소의 천장에 붙은 창을 현수막으로 연결하여 바람이 통하게 만든 이력이 있다. 또한 의사소통이 많이 필요한 일을 하는 경우에는 동선이 멀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그리고 가끔 일에 몰두하다가 점심식사나 저녁식사 출발소리를 못 들으면 버려진다.

5번

장점 : 뒤편에 정수기와 싱크대(에 놓여있는 과자), 냉장고가 있는데 매우 가깝다. 일어나지 않고 의자만 움직여서 물을 떠 마시고, 음료수를 꺼내고, 조금 더 욕심내면 과자도 가져올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쌓이는 칼로리와 소모되는 칼로리의 괴리는 물론 본인이 감당해야한다.

단점 : 여름에도 춥고 겨울에도 추운 자리다. 에어컨이 가까이 있으니 시원하고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더운 여름날 온 직원이 시원함을 누리기 위해 에어컨을 빵빵하게 트는 편인데, 그럼 에어컨 바로 아래 위치한 자리는 찬바람을 계속 맞고있게 된다. 그래서 더운 여름날임에도 후드티 같은 것을 입고 일을 하는 직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겨울에는 닫힌 정문에서 솔솔 불어오는 겨울바람과 열린 정문에서 폭풍같이 불어오는 겨울바람을 둘 다 맞아볼 수 있게되어 굉장히 춥다. 체온을 깎고 동선을 취하는 자리. 또 가장 사람들이 주변을 많이 지나다니거나 머무는 자리라서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6, 7번

장점 : 무난한 자리 1. 크게 장점도 없지만 크게 단점도 없는 것이 어찌보면 가장 이상적인 자리일지도 모른다. 여름에 에어컨 바람은 적당한 거리로 불어주고, 겨울에 찬바람도 감히 몰아치지 못하니 체온걱정은 덜하다.회사 중앙부에 위치하여 이곳저곳 돌아다니기에 동선도 적합하고 모니터와 가장 가까운 자리들이다.

단점 : 여름엔 시원한 자리지만 겨울에는 문이 열릴때마다 조금은 추운 자리다. 아무래도 문과 가까운 위치다보니 겨울엔 조금 불리해진다. 그래도 문이 열리지 않으면 크게 춥진 않다.

8번

장점 : 5번처럼 의자만 옮겨서 이동하긴 어렵지만 정문과 가까운 자리라 싱크대, 냉장고 등과 거리는 가깝다. 그리고 겨울에는 5번과 6번이 찬바람을 어느정도 막아주기 때문에 비교적 따뜻하다. 회사 모니터도 앉은 자리에서 등 돌릴 필요도 없이 볼 수 있는 점이 편하다.

단점 : 5번과 마찬가지로 여름에 춥다. 그리고 등 뒤에 공간이 협소하여 등 뒤에 혹 사람이 지나가거나 하면 신경이 많이 쓰이는 편이다. 사실 여름에 추운 것 말고는 크게 단점이 없지만, 여름에 추운건 생각보다 상당히 큰 패널티다.

9번

장점 : 무난한 자리2. 여름에도 적당히 시원한 자리며 겨울에도 찬바람이 크게 괴롭히지 않는 자리다. 모니터도 6번과 더불어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고 가깝다. 싱크대와 냉장고, 정문과의 거리도 가까워 동선도 좋다.

단점 : 없다.

10번

장점 : 사실상 9번이랑 같다. 아니 오히려 더 좋을수도 있었던 자리다. 동선도 그다지 멀지 않고 에어컨과는 적당히 거리가 있으며, 찬바람도 거의 닿지 않는 자리다. 하지만 이 자리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단점 :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샌다. 그것도 녹과 이물질이 잔뜩 묻어서 시뻘건 물이 한 방울씩 똑 똑 떨어진다. 그래서 이 자리에 앉은 사람은 비가 오면 불안감을 호소하며 물방울이 떨어지는 자리에 컵을 받쳐놓는다. 혹 이 자리에 들르는 사람은 컵에 들어있는 것은 주스나 물이 아니니 절대 마시지 않도록 주의.

11, 12번

장점 : 책상의 방향이 측면인 자리들이다. 그래서 고개 돌리지 않고도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회사의 정중앙에 위치하여 직원들과의 대화에도 편한 자리다.

단점 : 여름엔 에어컨 바람이, 겨울엔 후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린 자리다. 또 11번과 12번이 등을 맞대고 앉아있는 자리인데, 사람이 은근히 많이 지나다니므로 신경이 좀 쓰인다. 장점에 비해 단점이 크게 부각되는 자리라고 느껴진다. 여름과 겨울에는 피하는게 좋은 자리

13번, 16번

장점 : 오래 생각해보았지만 장점이 딱히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나마 후문이 가까워 퇴근을 남들보다 1,2초 정도는 빨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일까.

단점 : 여름에 에어컨 바람이 직접 닿는 자리다. 후문과의 거리는 그나마 있어 겨울에도 5번보다는 낫지만 겨울에도 조금 춥다. 사람들도 꽤 지나다니는 자리인데 특히 16번은 뒤에 공간도 협소하여 신경이 꽤 쓰인다. 모니터도 멀어 회의 등의 활동때에는 자리를 옮겨야한다. 이는 우측 자리 전원이 해당하는 얘기지만, 유독 장점이 덜한 자리들이라 더욱 아쉽다.

14,15번

장점 : 무난한 자리3. 14번은 여름에 조금 추울 수 있으나 그럭저럭 괜찮고 겨울에는 찬바람이 덜 들어오는 자리라 좋다. 우측 테이블의 중앙부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자리 주인의 성향에 따라서 장점으로 발휘될 수 있는 자리다.

단점 : 이쯤되면 정수기, 싱크대, 냉장고, 정문과의 동선이 꽤나 멀다. 즉 일하다가 휴식을 취할 때는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자리다. 가는 길에 턱이 없어서 돌아가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다행이다.

17,18번

장점 : 겨울에 가장 따뜻한 자리들 중 하나에 속한다. 연구실 자리들과 달리 여름에도 시원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 회사에서 가장 구석진 자리라 온전히 집중을 유지해야하는 인원들에게 유리하다.

단점 : 동선이 길다. 중간에 돌아가야 하기도 하고 16번 뒤쪽 자리가 협소하여 16번이 앉아있으면 서로 눈치보면서 빠져나가야 한다. 18번은 휴식공간과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자리라 배탈이라도 나면 굉장히 곤란해질지 모른다.

19번

장점 : 후문과의 거리가 가깝다.

단점 : 후문과의 거리가 가깝다. 이것이 왜 단점에도 적혀있냐하면, 보통 흡연을 하는 직원들이 후문을 나간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곤 하는데, 그 담배냄새가 모든 자리중에 가장 심하게 나는 자리다. 흡연자는 그나마 내성이 있지만 비흡연자에게는 굉장히 불편할 수 있다. 또한 에어컨 바람도 직접 들이치는건 아니지만 조금 추울수 있는 자리고, 겨울에는 후문이 열릴때마다 찬바람이 들이치는데다가 문이 닫혀있어도 이상하게 발이 시린 자리다. 여름의 연구실과 겨울의 19번은 절대 피해야하는 자리다. 또 블라인드를 하지 않으면 햇빛이 비치는 자리이기도 하다.

20번, 21번

장점 : 여름엔 적당한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다. 또 구석진 자리라서 온전히 집중을 발휘해야 할때 유리하다.

단점 : 17, 18번처럼 돌아가는 동선은 없지만 정문과의 거리가 꽤 멀다. 그리고 19번과 마찬가지로 겨울에 발이 시리고 햇빛이 비친다. 19번보다는 조금은 낫지만, 마찬가지로 겨울에는 꽤 서러움을 느낄 수 있는 자리다.

적고보니 장단점이 꽤 식상하고 뻔하여 번호가 뒤로 밀릴수록 분량이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동시에 이 뻔한 차이들이 자리바꾸는 날에 누군가는 만세를 외치고, 누군가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게 되는 것임을 생각하면 또 재밌다. 이 사소한 편함과 불편함도 회사 생활의 한 재미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곧 이사가 예정되어 있으니, 그 곳에서도 새로운 풍수자리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아보게 될 것이다.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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