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주고는 안 사지만 있으면 좋은 것
받고 싶은 선물이 있는지 물었다. 언제부턴가 내 대답은 항상 똑같다.
부담주기 싫지만 그렇다고 아무거나 받기는 싫었던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하다. 선의를 베푸는 사람에게 선의를 베풀어 협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경험적으로 이렇게 받은 선물은 ‘아낌없이’ 유용했다.
데일리펀딩 유저에게도 ‘아낌없이’ 유용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 돈 주고는 안 사지만 있으면 좋은 금융 서비스, 부담스럽지 않지만 최대한 높은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는 전략적인 협상의 결과물. 내게는 보험이 그랬다.
위험은 언제나 존재한다. 눈에 보이는 위험이라면 큰돈을 써서라도 기꺼이 막겠지만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섣불리 비용을 지불할 헤라클레스는 그리 많지 않다. 분명히 어딘가에 존재하는 위험임에도 우리의 선택은 늘 역설한다. 왜? 돈이 아까우니까.
우리가 현대해상과 무료보험을 만든 이유다. 내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까우니까. 사용자가 아까워하는 보험료는 데일리펀딩이 대신 지불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자는 보험금만 가져가면 된다. 그렇다면 데일리펀딩은 어째서 보험료를 대신 내면서까지 ‘아낌없이’ 유용한 서비스에 집착하는 것일까.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찾아서 완전한 비즈니스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충분한 리소스를 들여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한다 하더라도 기대만큼의 퍼포먼스가 나올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그만한 시간이 없다.
우리는 제한된 시간에 충분한 퍼포먼스를 보여야 한다. 신규 사업보다 가벼운 ‘덤’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소소한 만큼 아낌없이 유용해야 했다. 우리의 철학을 이해하고 혁신을 수용하는 보험사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온 현대해상이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기획은 거창했지만 대단한 퍼포먼스를 목표로 잡은 것은 아니다. 애석하게도 정량적인 목표치도 없었다. 단지 맥주 뚜껑에 커피땅콩을 붙이거나 도시락에 음료수를 증정하듯 일상에서 ‘덤’이 주는 말랑한 감정을 금융 플랫폼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다소 허무맹랑한 가설을 검증하려는 게 전부다.
플랫폼 유저가 어떤 리액션을 보일 지조차 가늠할 수 없다. 무형의 서비스가 주는 ‘덤’의 퍼포먼스를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이해의 영역보다는 감정의 영역에 의존한 위험천만한 가설이다. ‘아낌없이’ 유용한 서비스라면 무엇이라도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기인한다.
데일리보험 서비스를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났다. 현재 데일리펀딩을 통해 매달 1000건 이상의 보험이 가입되고 있다. 사용자의 의사결정 과정에는 데일리펀딩과 현대해상이 공존했고 60년이 넘게 쌓아 올린 현대해상의 브랜드 파워가 매일 사용자에 의해 데일리펀딩으로 유입되고 있다.
우리가 사용자에게 제공한 말랑한 감정이 만들어낸 퍼포먼스는 꽤나 역동적이다. ‘연체율 0%’, ‘성장률 1위’ 등 데일리펀딩을 따라다니는 수식어에 현대해상이라는 공룡이 더해졌고 우리의 신뢰는 견고해졌다. 무엇보다 우리는 P2P금융 플랫폼으로 누구도 하지 못한 보험 데이터를 쌓았고 투자와 보험을 융합한 첫 사례로 고객 친화적인 서비스의 선두에 섰다.
커피땅콩이 혁신이 되는 순간이다.
글 / 기획팀 한종완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