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그 좋은 회사를 그만두시고 이 일을 시작하셨어요?"
30대 후반의 창업자들과의 모임에 가면 그들에게 하는 공통적인 질문이다. 삼성, 현대, 포스코 등 국내의 굴지의 기업에서 10여 년씩 일하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구글, 경영 컨설팅 회사 등 해외 기업에서 잘 나가던 사람들이 회사를 박차고 스타트업을 시작한다. 그 사람들끼리 서로 모여서 하는 말. 왜 나오셨어요?
그들이 하는 공통적인 몇 가지 말들이 있다.
"이제 00 분야는 대기업에서 더 이상 비전이 없어요."
"00 회사에 있으면서 답답함/불합리함을 느껴서 이 분야를 꼭 다른 방법으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00 회사에서는 벼랑 끝에 몰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업하기 좋은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준생들은 대기업에 입사하지 못해 난리이고, 입사한 사람들은 퇴사하지 못해 난리다. 사표야 맘만 먹으면 낼 수 있지만 사표를 낸다는 것은 앞으로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준비하고 계획했다는 고민을 담고 있는 행동이기 때문에 오늘의 일이 싫어서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본인의 모습을 보면서 삶을 계획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다들 부러워한다. 급변하고, 불확실하며, 복잡하고, 모호한 환경에서 방향을 정했고 행동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은 현재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상황에 있는 사람보다는 훨씬 더 큰 용기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거나 스타트업을 창업한 사람들은 기존의 대기업의 문화들에서 답답함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잡플래닛의 후기들을 보면 하나같이 대기업의 위계질서, 군대문화, 남성 중심의 문화, 소통 부족 (결국 다 같은 이야기)을 단점으로 꼽는다. 대기업의 신입사원에게 가장 필요없는 교육이 리더십과 창의성 교육이란 말이 있듯, 특히 제조업 기업의 대기업들은 수십 년간 쌓아온 그들의 문화와 체계가 셋업 되어 있다. 이런 문화는 혁신과 변화 앞에서는 더 이상 장점이 아니다. 재빠른 산업의 변화 또한 신입 사원들이 차곡차곡 연차를 쌓아 실력을 늘리는 것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2014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글 <21세기 의 인재 발굴> 편은 시대별 인재들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 아티클을 요약 인용하자면
인재 발굴의 첫 번째 시대에는 피라미드를 세우거나, 수로를 파거나, 전쟁을 치러야 했기 때문에 가장 건강하고 튼튼한 사람을 찾았다.
두 번째 시대의 특징은 지능, 경험, 과거 실적을 강조하는 데 있다. 20세기 대부분에 걸쳐 IQ(언어, 분석, 수리, 논리에 대한 능력)가 사무직종의 채용 과정에 주요 요소로 간주되었고 학교 시험도 주요한 요소로 평가되었다. 많은 업무들이 표준화되었고 전문화되어 검증을 거칠 수 있었다. 만일 엔지니어, 회계사, 변호사가 필요하면 가장 똑똑한 엔지니어, 회계사, 변호가가 인터뷰하고 고용하면 그만이었다.
세 번째 시대인 1980년대에는 역량이 주도한 해이다. 데이비드 맥클러랜드는 그의 1973년 논문 '지능이 아닌 역량을 테스트하라'에서 수행할 역할에서 뛰어난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해주는 구체적 특성과 기량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리더십에서 감성지능이 IQ보다 중요하다는 연구도 있었다.
네 번째 시대는 초점이 잠재력으로 옮겨져야 한다. 급변하고 (volatile), 불확실하며 (uncertain), 복잡하고 (complex), 모호한 (ambiguous)환경에서 역량 기반의 평가는 갈수록 부적합해지고 있다. 오늘 누군가를 특정 역할에서 성공하게 만드 요인이 내일도 그렇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시대에서 과연 회사와 개인은 어떤 고용 관계를 맺고 성장해야 할까? 대기업의 구조가 빠른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것이 어렵다면, 20대에 학습한 고등 교육의 활용이 점점 단축된다면 (대학에서 배운 것으로 평생도 아닌 10년도 먹고 살기 어려워졌다.) 기업과 개인은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다른 고용/계약 관계를 이어 나가야 한다.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마음으로 충성을 다하는 조직원들도 없겠거니와 조직원을 평생 데리고 있겠다는 회사도 없어졌다. 구직자들은 안정적인 정규직을 보장하는 회사들 찾고 있지만 앞으로 그런 회사들은 극히 희박해질 것이다. 1인 기업의 성장과 디지털 노마드족들의 증가는 개개인이 프로젝트성 계약들을 통해서 일하는 새로운 고용 시장을 만들었다. 인재를 채용해서 팀을 꾸려 연구 개발을 하고 시장에 서비스나 제품을 런창하기 보다는 아예 비즈니스와 함께 인재들을 영입하는 회사 인수 사례들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시시각각 불안감을 이유로 더더 더욱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안착하기보다는 기업과 종속된 영속 계약이 아닌 파트너십의 관계를 맺으면서 커리어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링크드인은 비밀스럽게 관리되던 개인의 이력들을 미들맨(=헤드헌터)들을 최소화하여 거래하기 좋은 상품으로 만들어 놓았고 개개인들은 여행을 다니듯 커리어를 여행하기 시작했다.
이미 아마존에서는 베스트셀러가 된 얼라이언스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왔다. 1인 기업들이 증가하고, 기업들의 성장 사이클은 점점 짧아지고, 인터넷을 통해 여러 국가의 사람들이 함께 같은 대시보드에서 협업하는 이 시대에 커리어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그간의 고용자와 고용주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netflix의 예를 들어 팀원은 가족이 아닌 스포츠 팀의 팀원과 같은 존재로 절대 떠나면 안 되는 사람이 아니라 더 잘 맞는 팀이 있으면 이적을 하고 그 팀 또한 그 공백에 알맞은 사람들을 다시 영입할 수 있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그래서 조직은 팀원이 더 나은 직장과 커리어를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조직원 또한 팀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직장이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동맹 관계'를 맺는다. 책의 제목이 Alliance인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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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 - 급변하는 환경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자 대다수 기업은 전통적 노사 관계를 해체하고 법적인 계약 관계로 노사 관계를 전환해 유연성을 확보하려고 나섰다. 계약 관계에서는 직원과 일자리도 하나의 상품으로 간주된다. 비용을 줄여야 하는가? 그렇다면 직원을 해고하라. 새 기술을 갖춘 인력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직원들을 새로 교육하지 말고 그 기술을 지닌 인력을 채용하라. 기업에서는 '우리의 가장 귀중한 자원은 직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월 스트리트에서 비용 절감을 요구할 때마다 그들은 '가장 귀중한 자원'은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자원으로 둔갑한다.
P16 - 동맹 관계 고용 모델에서 고용주와 직원은 서로 상대에게 자신이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 그 이해관계를 토대로 관계를 구축한다. 고용주는 직원에게 이렇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그러면 당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우리가 돕겠소."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의 최고인재책임자 러스 헤게이는 직원과 컨설턴트에게 이렇게 말한다. "(노동 시장 전반에서) 여러분이 한층 더 시장성 있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만들겠습니다.
직원은 사장에게 이렇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회사에서 제가 성장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저도 이 회사가 성장하고 사업이 번창하도록 돕겠습니다." 직원은 기업의 성공을 위해 투자하고, 기업은 직원의 시장 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자한다. 일한 시간만큼 돈을 지불하는 단순한 금전 관계가 아니라 상호 이득이 되는 동맹 관계를 맺을 때 고용주와 직원은 유대감을 쌓고 미래에 더 큰 보상을 얻고자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기존의 위계 질서하의 갑갑한 조직 문화, 노예처럼 일한다고 생각하며 퇴사를 꿈꾸는 마음이 들뜬 대기업의 젊은 층들 때문에 기업 또한 보완책을 내놓았다. 안정과 혁신의 줄타기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어떤 방향으로 가져갈지는 개개인이 정하겠지만, 앞으로의 직장/직업/커리어에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안주하며 안정성을 담보받는 시대는 지났다. 기업의 구조도 고용 관계도 변화하고 있다.
아모레 퍼시픽과 삼성은 사내 스타트업 (벤처)를 만들었다.
http://www.apgroup.com/int/ko/misc/news/news-2016-05-04.html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투자도 시작했다.
http://www.amorepacific-techupplus.com/
그리고 대기업들은 사내 문화를 스타트업처럼 만들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6/27/2016062702021.html
이 선언을 미덥지 않게 보는 이들도 있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6636
튜터링 또한 조직 구조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아직 개념도 잡히지 않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조직원들의 역량을 어떻게 향상하여야 할지 늘 고민하고 있다. 작은 스타트업일수록 일당백인 사람을 조직의 성장에 따라 전문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조직/인재 관리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 과거의 경영이나 인재 선발/육성 방법과는 다른 방향의 고민을 해야 한다.
* 얼라이언스에서는 부록 부분에 '동맹 협약서'를 넣는데, 우리나라의 고용 계약서와는 완전 다른 개념이다. 나름 흥미 진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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