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조별 과제 때 이런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본인이었을 수도. 뭔가 무대에 나가 발표를 하는 것보다 사전에 긴 시간을 들여 발표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한 그런 사람들이 있다. 흥미롭게도 내가 아는 파워포인트를 가장 잘하는 TOP3 들은 극도의 내향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며 그들도 사회화된 외향인의 성격이 되었지만 그들이 파워포인트를 잘 만들게 된 계기는 비슷했다. 그들은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집중해서 자료를 만드는 것이 훨씬 쉬웠을 것이다.
국내에서 외국인들과 회화를 통해 영어실력을 늘렸다는 이야기 중 이태원에 가서 외국인들에게 말을 걸었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말에 몇몇은 어떻게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게다가 외국인에게 말을 거냐며 신기해하기도 한다. 이들은 내향인임에 틀림 없다.
흔히들 내성적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정확히 말하면 내성적이라는 표현보다는 내향적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표현인데, 이는 에너지가 내부로 향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다 보니 내향인은 외부 사람들과의 잦은 교류, 복잡한 곳보다는 혼자 조용히 생각을 정리해야 에너지를 회복한다. 주말이기 때문에 집에 가서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내향인과 클럽이나 여러 친구들을 만나는 외향인의 '쉰다'는 의미는 그래서 매우 다를 수뿐이 없다.
EBS의 다큐멘터리 <성격의 탄생>에서는 외향인과 내향인의 성격에 대해 다뤘는데, 내향인은 외향인보다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 실험으로 밝혀졌다. 실험에서는 실험자의 혓바닥에 레몬즙을 떨어뜨렸는데, 내향인들이 훨씬 많은 타액을 생산했다. 즉, 외부의 자극에 신체가 정말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내향적인 친구들에게 '긴장하지마!' 라고 이야기해봤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평상시 타액량은 외향인이 많은데, 레몬즙을 뿌리자 내향인의 타액량이 훨씬 많이 올라갔다.
이런 내향인들의 경우 언어를 학습할 때도 사람과 대면해야 하는 말하기는 특히나 더 어려울 수뿐이 없다. 영어 실력과 다양한 문화 경험을 위해서 해외에 나가게 되면 다양한 외국인들과 어울리거나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누군가에게는 더 피곤하고 에너지를 빼앗기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내향인이 외국인에게 쉽게 말을 걸거나 친해지기까지는 외향인에 비해 더 큰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말일 수도 있다.
내향적인 성격의 사람과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들은 언어를 배우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 좋다는 외국어 학습의 방법을 본인에게 적용하기보다는 본인의 성향을 이용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내향인과 외향인은 그들 각자에 맞는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 있을까? 국내외 연구자들은 이에 대해 수십 년 전부터 깊은 연구를 해왔다. 특히 제 2 외국어를 습득할 때 내향인이 외향인에 비해 언어 학습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가설을 세워 연구를 진행해왔다.
많은 논문들의 결과 외향인의 경우 쓰기나 문법 등보다 말하기 부분에 있어서는 내향인에 비해 좋은 결과를 나타낸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내향인들의 외국어 학습에는 어떤 강점이 있을까?
내성적인 사람들은 발음에서 우수하다. (Busch, 1982). 내향적인 학습자는 EFL표준 검사에서 문법과 읽기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Berry, 1994). 한편, 사교성이 있는 학생들은 제 2 언어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Ely, 1986). 따라서 사교성은 모국에서처럼 제2언어 학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나 높은 구조화된 문법을 실행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Ely, 1988)
출처: 성격유형과 영어 능력과의 관계,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초등교육전공 박현선, 2000년
3명의 내향성 피험자들의 공통점을 알아보았을 때, 다른 피험자들보다 기억 및 요약 전략을 선호하였고, 문법이나 쓰기 학습에 뛰어났다. 그러나 영어학습의 목표가 문법 능력에서 유창하게 말하는 능력으로 옮겨지면서, 자신의 성향이 외향성 쪽으로 조금 바뀌어졌다고 했다. 즉, 학습을 하면서 영어학습목표에 유리한 성향대로 자신을 스스로 변화시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출처 : 성공적인 영어학습자의 성격유형과 학습전략에 관한 사례 연구,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박현정, 2005
결론적으로 - 외향인 학습자들은 영어 공부를 할 때, 문법이나 글쓰기보다는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회화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아 회화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 내향인에 비해서는 회화를 조금 더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내향인 학습자들은 문법, 쓰기, 발음 등 학습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며 하기 때문에 말하기는 조금 더디나 다른 분야에서 조금 더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1. 대규모의 강의나 북적거리는 곳이 아닌 아는 사람, 친한 사람과 학습하자.
:시끌벅적한 모임보다는 1:1 또는 작은 그룹으로 진행되는 친밀도가 높은 학습을 진행해야 한다. 낯선 사람들 때문에 긴장하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잘 아는 개인 튜터나 소그룹의 사람들과 학습을 하는 것이 더 안정감이 든다. 왁자지껄한 모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영어 실력을 늘려보겠다고 하다가는 에너지만 방전된다.
2. 말하기 전 사전에 준비를 하자. 요약, 정리, 쓰기는 내향인의 강점이다.
: 내향적인 학습자에게 즉흥적인 상황에서 발표를 시키거나 말을 하라고 하면 외향인에 비해 훨씬 낮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사전에 생각해야 하는 시간을 준다면 내용의 깊이와 완성도는 외향인보다 훨씬 훌륭한 평가를 받는다.
3. 실제 상황과 유사한 상황을 상상하며 미리 예행연습을 해본다.
: 당황하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 오면 순발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사전에 예행연습이나 준비를 하게 되면 그만큼 불안감이 줄고 자시 감은 늘어난다. 어학연수 중 쇼핑을 해야 한다고? 그럼 쇼핑에 관련된 영어로 가상의 대화를 만들어보자. 커피를 주문하는 가상대화도 한 번 연습해보자. 작은 성공들이 누적되면 자신감이 생긴다.
4. 말하기의 기본이 되는 쓰기, 문법, 발음을 준비하면서 회화를 같이 하자.
: 기본 회화가 중급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단어나 표현, 문법들이 매우 중요해진다. 연구에서도 보듯, 내향인들이 쓰기, 문법, 발음에 대한 강점이 크다. 이 부분을 더 잘 대비한다면 익숙한 상황에서는 훨씬 더 큰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5. 명확한 목적의식과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 언어 학습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들에는 자아존중(self-esteem), 모험 시도(risk-taking), 불안(anxiety), 공감(empathy), 동기부여(motivation) 등의 요소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불안감은 잘 사용하면 불안감을 없애고자 하는 반작용으로 오히려 더 많은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 영어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와 목적의식을 갖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전 세계인의 성향을 분석해놓은 부분에서 꽤나 내향적인 내향인에 속한다. 그렇다 보니 외국어 학습에 대해 외향성이 높은 나라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두려움을 갖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학습을 진행하다 보면 언어를 학습하는데 좀 더 편하고 즐겁게 할 수 있을뿐더러 실력도 그만큼 빨리 상승할 수 있다.
튜터링 이용 고객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본인이 내향적인 성격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54% 정도였다. 그리고 실제 대부분의 응답자는 20분간의 수업을 하기 전 예습과 수업 후 복습을 한다고 했다. 예습이 불안감을 낮춰주고 학습의 완성도를 높힐 수 있는 준비 역할을 한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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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TED의 명 강의 중 하나인 The Poewr of Introverts. 수전 케인은 이 영상을 통해 부정적으로 인식되었던 내향적인 성격의 강점을 강의했다. 많은 내향인들에게 엄청난 공감과 지지를 받은 레전드 영상
무료로 자신의 성향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사이트
논문
성격유형과 영어 능력과의 관계,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초등교육전공 박현선, 2000년
성공적인 영어학습자의 성격유형과 학습전략에 관한 사례 연구,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박현정, 2005
외-내향성이 한국 중학생의 영어 말하기 실력에 미치는 영향, 연세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과 신윤수, 2006
불안감과 외향적/내향적 성격이 영어 말하기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 순천향대학교 박기표,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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