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패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버버리, 구찌, 루이 비통의 디지털 전환

옴니어스

  명품 패션이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온라인, 디지털이 함께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많은 지표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맥킨지는 2018년 보고서에서 2016년 온라인 명품 판매가 2009년 대비 5배 증가했으며 이 수치는 다시 2025년 3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베인앤컴퍼니는 명품 구매의 70%가 온라인에서 영향을 받아 이루어지는 데다 18세부터 24세까지의 연령대에서는 14%가 첫 명품 구매를 온라인에서 경험한다고 이야기하고요.


  밀레니얼과 Z세대는 명품 소비 시장에서 30%의 구매 비중을 차지합니다. 2025년에는 이 비중이 4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명품 브랜드가 디지털과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채널과 친해져야 하는 이유는 숫자로 명확히 드러납니다.


  이번 글에서는 패션과 디지털의 만남 부문에서 돋보이는 시도를 보여주는 버버리, 구찌, 루이 비통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버버리(Burberry)
: ‘럭셔리 민주주의’로 시작된 디지털 혁신



  1856년 이후 대표적인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해 온 버버리. 그러나 차브족(Chav, 저급 문화를 즐기는 젊은 세대: 버버리 체크무늬 야구 모자가 그들의 상징)의 등장,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주요 소비층이었던 베이비 부머들의 소비력 약화 등이 겹쳐 낡고 저속한 이미지로 고생하게 됩니다.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버버리는 전면적인 브랜드 전환을 시도합니다. 핵심 제품인 트렌치코트, 소셜 미디어, 새로운 고객층인 영 제너레이션에 집중해 전체 마케팅 비용 중 60%를 디지털 미디어에 투자한 것입니다. 


ART OF THE TRENCH 캠페인


  버버리가 전략적으로 밀고 나간 문장은 ‘럭셔리 민주주의' 였습니다. 고객들이 쉽고 편리하게 제품을 접하도록 한 것인데요. 2009년 11월 진행된 ‘Art of the Trench’ 캠페인이 그 시작입니다. 버버리는 고객들이 웹사이트에 직접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입은 사진을 올리고,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SNS나 이메일로 공유할 수 있게 했는데요. 지금에야 흔한 마케팅 방식이지만 패션 업계 최초 소셜네트워킹 사이트 구축입니다. 


버버리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 모습


  이후에도 버버리는 디지털을 이용해 고객 경험 개선을 개선하고자 다양한 실험을 진행합니다. 2012년 런던에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직원들은 아이패드로 고객 프로필을 조회하고, RFID 칩이 장착된 옷은 피팅룸이나 스크린을 통해 제품 정보를 보여줍니다. 매장 내의 모든 제품은 온라인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습니다.


  버버리의 매출은 2006년 1조 900억 원에서 2015년 3조 7천억 원으로 상승, 330%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꾸준히 데이터를 수집하고 매출 상승의 기회를 잡았기에 가능한 성장입니다. 지금도 버버리는 페이스북·트위터와 협력해 고객들이 버버리 제품을 착용한 사진을 올리는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고, 페이스북 챗봇을 이용해 고객의 후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최근에는 머신러닝을 이용한 제품 추천, 생산 효율화, 유행 상품 예측 등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중입니다.  



구찌(Gucci)
: 밀레니얼을 사로잡은 디지털 전략 



  2018년 5% 성장을 보였던 명품 시장, 구찌는 36.9%의 성장률을 보이며 연간 매출 1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온라인 판매가 70.1% 급증하며 매출 상승에 크게 기여했고 35세 미만의 구매고객이 매출액의 62%를 차지하는데요. 이 수치는 밀레니얼을 잡으려 디지털에 집중하는 구찌의 전략을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구찌의 성장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Allessandro Michele)의 역량만큼이나 큰 역할을 차지하는 것이 디지털 전략일 것입니다.


  2015년 구찌 CEO로 취임해 성공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끄는 마르코 비자리(Marco Bizzarri)는 명품의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게 될 밀레니얼에 주목했습니다. “밀레니얼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으면서 콘텐츠, 감정, 주위 사람과의 연결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이야기한 그는 밀레니얼 세대의 문법에 맞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곁에 두고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밀레니얼, 그들을 잡기 위해 온라인 채널을 개발하고 디지털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는 것인데요.


          

  지난 2018년 SS 컬렉션에서 구찌는 아티스트 이그나시 몬레알(Ignasi Monreal) 와 협업해 광고 캠페인을 작업했습니다. 구찌 앱을 실행, 매장 쇼윈도의 스캐너를 스캔하면 아티스트의 더 많은 일러스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잡지나 신문의 광고를 스캔하면 시선을 사로잡는 AR(증강현실) 화면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텍스트 메시지 등 고객 상담에 응답이 빠른 채널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그들이 CS 채널 중 전화 상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구찌는 이런 밀레니얼 고객들의 특징을 살펴 빠르게 소통 가능한 페이스북 챗봇을 만들었습니다. 온라인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들도 지속해서 출시 중입니다. 최근에는 iOS 앱에서 AR을 활용해 운동화 피팅 서비스를 시작해 호응을 얻었고요. 승승장구하는 구찌의 사례는 성장 안정기에 놓인 명품 시장에서 어떤 타깃을 향해 어떤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루이 비통(Louis Vuitton)
: 1위 럭셔리 브랜드가 선도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포브스 선정 2019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럭셔리 브랜드 1위(전체 카테고리 중 12위)를 차지한 루이 비통. 루이 비통이 서비스하는 앱에서는 루이 비통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패션쇼나 상품 런칭 등의 이벤트에 독점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잡지 등에 실린 루이비통 앱 아이콘을 스캔하면 캠페인 관련 제품 정보, 동영상, 이미지 및 메이킹 영상을 살펴볼 수 있고요.


  루이 비통과 디지털의 만남이 태생부터 성공했던 건 아닙니다. 1854년 설립된 유서 깊은 럭셔리 브랜드인 루이 비통의 모회사 LVMH는 이럭셔리(eLuxury)라는 온라인 리테일 사이트를 오픈했다 2009년 문을 닫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2015년 애플뮤직의 수석 디렉터 이안 로저스(Ian Rogers)를 LVMH 그룹 최초 CDO(Chief Digital Officer, 최고 디지털 책임자)로 영입, 이때부터 적극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시작됩니다. 



  이전의 실패를 딛고 2017년 오픈한 LVMH의 온라인 쇼핑몰 24S는 루이비통을 포함, 하이엔드급 명품부터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220여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100개국에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24S의 국가별 매출 순위에서 한국도 10위권에 든다고 하는데요. LVMH 회장이 이 사이트를 직접 이용하며 서비스를 체크한다는 24S CEO 에릭 고게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디지털 전환에 얼마나 무게를 두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안 로저스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얼리어답터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얼리어답터의 위치에 있었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른 적 있으니까요.”라 답한 적 있습니다. 이럭셔리를 염두에 둔 그의 말은 럭셔리 브랜드가 지향해야 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방향을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패션 비즈니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디게 일어나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네이티브인 밀레니얼, Z세대가 주 고객이 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유행을 주도하는 명품 브랜드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흐름에 적극 참여 중입니다. 매 컬렉션 고객의 탄성을 자아냈던 그들이 어떤 시도로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을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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