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예전에 모 복사기 회사를 홍보했을 때 메일 ID가 noprint@ 인 기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 기자와 나는 만나자마자 “만나지 말아야 하는 사이였는데 만났다”며 우스갯 소리를 한 적이 있다.
사실 페이퍼리스(paperless) 시대가 가까이 오면서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회사가 복사기 회사와 신문사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7 언론 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종이신문 열독률은 매년 꾸준히 줄어 2017년 16.7%대로 하락했다. 반면 모바일을 통해 뉴스를 보는 비율은 매년 꾸준히 늘어 73.2%까지 상승했다.
# 사람들이 점차 신문을 읽지 않고 있다는 것.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을 타면 신문을 읽고 있는 대학생, 어르신이 칸 마다 종종 보이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하철에서 신문 읽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남녀노소 열이면 열 스마트폰을 들고 있을 뿐.
필자가 올해 초 모 경제지 기자를 만나, 태블릿으로 해당 신문을 읽고 있다고 하니 오히려 기자가 놀라는 반응이었다. 기자 왈 “제 주변에 이 앱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었네요. 사실 거의 서비스 안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온라인으로도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굳이 종이신문을 읽어야 할 이유가 희박해 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언론에 대한 낮은 신뢰도,
종이신문을 사고, 넘기고, (태블릿으로 하면) 다운받는 번거로움
스마트폰 기술의 발달로 온라인 뉴스를 읽기는 점점 편해지고 있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신문을 읽는다.
PR을 하고 싶다는 대학생들에게 내가 가장 첫 번째 권하는 일도 바로 ‘신문읽기’다.
필자가 PR하는 사람으로써 이 글을 통해 신문을 읽는 몇 가지 이유를 말하고자 한다.
첫 번째, 지피지기면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
신문읽기는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가장 첫 번째 단계다. 이제까지 물리적으로 기자미팅만 300번 이상 해온 것 같다. 기자 미팅 때 기사 피칭률을 높이려거든 반드시 해당 신문에서 자신이 담당하는 기업 지면을 최소 2주치는 읽고 갈 것을 권장한다.
최근에 온라인 매체의 영향력이 커졌다지만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매체는 아직도 지면 중심의 편집 프로세스로 운영된다. 취재기자가 기사를 발제하고, 편집회의를 통해 지면을 짜고, 해당 기사가 송고되면 다시 지면에 맞춰 기사가 재편집된다. 어느 요일에 우리 기업에 해당하는 지면이 있는지, 그리고 그 지면을 담당하는 기자는 누구인지, 해당 지면에 인터뷰 등이 잘 실리는지, 주로 어떤 꼭지의 인터뷰가 실렸는지. 시장 데이터 기사가 실리는 지, 지면에 대해 파악하고 간다면 기자와 나눌 수 있는 대화가 더욱 풍성해 진다.
준비해 간 기사 아이템을 피칭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해당 기자가 그 아이템을 다른 부서에서 소화할 수 있다고 팁을 준다든지. 또한 지면을 분석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기삿거리도 생각 날 수 있다.
두 번째, 오늘 자 신문에 반영된 기사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survive한 기사다.
전통적인 매체에서는 아직도 해당 면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종이신문에 있는 금일 자 기사는 어제 기자들이 송고한 수많은 기사들 중에서 1,2차 경쟁을 이긴 기사들이다. 해당 과정에서 분명 지면에서 탈락하는 기사들도 있고, 면 TOP 기사였다가 하단으로 내려가고, 분량이 줄어드는 등 여러 가지 재편집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survive 한 기사만이 금일 자 신문에 타이틀을 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 사회적인 관심도에 따라, 그리고 광고 물량에 따라 편집이 조정 될 수 있다. 하지만 한정된 지면에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되는 점은 어느 신문사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신이 오늘 자 신문에서 보는 그 기사들은 편집자 입장에서, 기자들이 송고한 기사 중 가장 매력적이고, 당신(독자)의 이목을 끌만하다고 판단된 기사다. 많고 많은 기사들 중에서도 뉴스 가치가 높기에 경쟁을 이기고 살아 남았다는 뜻이다.
세 번째, 잘 편집된 기사를 정독하는 것은 그 자체로 도움이 된다.
보통 신문 기사는 담당 기자가 1차로 작성, 해당 데스크가 2차 검토, 편집기자가 3차 편집 등 전문가의 손길을 1-3차 거친 콘텐츠다. 해당 과정에서 부자연스럽거나, 이해하기 어렵거나, 호흡이 긴 문장은 매끄러운 문장이 되고, 기사의 제목은 언어의 마술사인 편집기자의 재량으로 독자의 이목을 끌만한 보다 매력적인 타이틀로 편집된다. 해당 과정 중 디자이너들은 기사의 이해를 돕는 이미지나 그래프 등을 디자인해 지면에 싣는다. 이렇게 담당기자가 1차로 잘 작성한 기사는 많은 콘텐츠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신문으로 완성된다.
지면 기사는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콘텐츠 일 때가 많다.
해당 기사를 속독하지 말고, 꼼꼼히 정독하다 자연스럽게 ‘좋은 콘텐츠란 무엇인지’ 감각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어떤 새로운 트랜드가 있는지, 요즘 사람들은 어떤 콘텐츠에 주목하는지, 기자가 A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기사에서 어떤 데이터를 썼는지, 그리고 그 데이터를 잘 보여주기 위해 그래픽은 어떻게 디자인 했는지, 독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타이틀은 어떻게 뽑았는지, 타이틀, 디자인, 기사 구성, 내용 면에서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 콘텐츠를 익히게 되는 것이다.
네 번째,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단시간에 알게 된다.
사실 요즘에는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까지 끊임없는 이슈와 뉴스 거리가 넘쳐난다. 이슈를 쫓아가기도 바쁜 세상이다. 정치-사회-외교-경제-산업-부동산-모바일-유통-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뉴스가 있다.
이런 분주한 사회에 신문만큼 다양한 이슈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매체가 있을까.
신문은 면 당 보통 3-6개 기사가 들어간다. 기사의 위치, 사이즈, 컬러에 따라 기사의 주목도가 다르다. 편집자들은 주요 이슈에 맞게, 해당 신문사의 기조에 맞게 기사를 다시 배치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사 배치와 관련해 저널리즘이 논해지긴 하지만, 여기서는 해당 내용은 논외로 하고) 보통 신문을 정독하는데 1시간이 걸린다고 하자. 1시간 안에 신문처럼 다양하고 광범위한, 현 시대에 가장 뜨거운 이슈를 그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몇 개나 있을까.
바로 신문이 그런 역할을 한다.
인터넷 뉴스는 뉴스 큐레이팅 서비스 때문에 자칫 오히려 (우리 산업군에는) 중요한 뉴스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전 영역에 걸쳐 사회 이슈를 빠르게 파악하려면 신문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홍보 담당자는 대외적으로 기자나, 관료조직 등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므로,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기본 상식을 습득하는데도 신문을 읽을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 글쓰기
전 직장의 사수 중에 정말 글을 잘 쓰는 선배가 있었다. 죽은 문장도 그녀가 다시 쓰면 생동감이 넘치는 문장으로 바꼈다. (정말 부러울 정도로)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는 필자에게 그녀는 “정말 잘 썼다 싶은 글, 매끄럽게 읽히는 글이 있으면 하루에 1-2개씩 정독해봐”라고 말했다.
정말 잘 썼다 싶은 글을 매일 어디서 찾을까? 정답은 신문이다. 신문에는 담당기자뿐만 아니라 소설가, 수필가, 논설위원 등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글쟁이들이 모여 글 솜씨를 뽐내고 있다. 신문을 읽다 보면 훔치고 싶을 정도로 정말 잘 쓴 글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해당 기사를 온라인으로도 읽을 수 있잖아요!” 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글은 포탈 메인에 뜨지 않고,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몇 번의 클릭을 통해, 마치 보물 찾기 하듯 찾고 찾고 들어가야 되는 경우가 많다. 즉, 찾기가 어렵다.
이상이 내가 오늘 아침에도 신문을 읽은 이유다.
신문읽기에 대한 글을 마치며, 언론홍보 담당자가 알아야 할 신문 지면에 대한 정보를 간략하게 아래 정리했다.
[신문 지면 사이즈]
신문은 세로(단) X 가로(컬럼)기준으로, 광고 단가를 책정하고, 광고단가를 기준으로 PR Value 를 측정한다.
- 가로 30m를 1칼럼이라 하고, 높이 34mm (또는 33mm) 를 1단이라고 한다.
- 신문은 가로 51cm * 세로 37cm (15단, 12컬럼으로 구성된다)
- 신문의 광고 영역은 전면광고, 5단 광고, 5단 2/1 광고, 9단 광고로 나뉘어지는데 아래 이미지를 보면 그 사이즈를 가늠할 수 있다.
- 최근에는 면 상단이나, 특집면, 네이티브 AD 같은 기사형태의 다양한 기사형 광고 등이 있다.
(이미지 출처: 한국일보 회사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