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 사무실에 처음 방문했을 때 몇 가지가 기억에 남았다. 할리퀸 분장의 혜리 X 배너, 통유리 회의실, 널찍한 라운지, 다방 로고, 그리고 파란색. 이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게 다방 로고다. 사무실 입구로 들어서면 곧바로 마주치는 다방 로고는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간단하고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다방은 확 바뀐 새 로고를 내놨다.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다방이 사용자들에게 이미 익숙해져 있는 로고를 변경하게 된 이유는 뭘까.
▲ 다방 신규 BI와 서비스 화면
사실 국내에서 다방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혜리가 광고하는 부동산앱'이라고 하면 단 번에 '아 거기'하고 금새 알아차린다. 한 번이라도 집을 구해본 사람들에겐 말할 것도 없다. 높은 인지도는 주변 스타트업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다방에게는 또 다른 고민을 안겼다. 단순히 인지도 쌓기에서 나아가 기업의 가치와 철학을 응축한 브랜딩의 필요성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공인중개사 매물 관리 시스템 '다방프로', 임대 관리 플랫폼 '방주인' 등 관련 서비스들이 다양해지면서 브랜드 통합이 시급했다. 이미 지명도가 높은 다방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새 로고 디자인을 결심한 이유다.
▲ 다방 구 로고(왼쪽)와 신규 로고
다방은 본격적인 리브랜딩 작업에 앞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핵심가치와 목표, 차별점, 기업문화에 대해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로 도출된 다방의 핵심 키워드는 '더 나은 삶, 수평, 주도, 신뢰, 소통' 다섯 가지. 이를 기반으로 기존의 로고가 담고 있지 못했던 가치를 녹여내 형태적 불안감, 심미적 아름다움, 제한된 확장성을 보완했다.
4년 간 유지했던 집 모양의 심벌도 과감히 없앴다. 다방은 단순히 주거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집을 연결하고 더 나은 삶의 방식을 고민하기 때문이다. 대신 브랜드명인 ‘다방’ 글자를 그래픽에 반영, 로고가 곧 심벌인 워드마크 형태로 디자인했다. 브랜드 상기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 다방 신규 BI에 담긴 의미
새 로고는 국문 'ㅏ'를 화살표로 그래픽화해 다방과 사용자가 함께 더 다은 삶의 방식으로 향하는 방향성을 나타냈다. 자음과 모음을 수평선에 맞춘 디자인은 다방 특유의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상징하고, 모듈형 디자인은 '사용자분들께 딱 맞는 방을 제공한다'는 다방의 신뢰를 의미한다.
▲ 다방 '2019 iF DESIGN AWARDS' 수상 발표 내용
리브랜딩을 한 지 얼마되지 않아 기쁜 소식도 들려왔다. 다방 신규 로고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2019 iF DESIGN AWARDS'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기업 아이덴티티·브랜딩상을 수상하게 된 것. 'iF 디자인 어워드'는 독일 레드닷 어워드, 미국 IDEA와 함께 손꼽히는 세계 대표 디자인 어워드로, 매년 60여 개국, 각 분야별 6000점 이상의 출품작들이 접수돼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다방은 현대적인 디자인, 핵심 가치 상징성, 브랜드 확장성, 브랜드 상기도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번 수상이 의미있는 것은 국내 유수 대기업의 무대로만 여겨지던 글로벌 디자인 수상의 영예가 스타트업인 다방에게도 주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영문 없이 한글로만 이뤄진 브랜드 로고가 수상을 차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 다방 신규 로고가 적용된 어플리케이션
브랜드는 어떻게 구축하느냐 보다 어떻게 지켜나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다방 임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다방은 신규 로고를 통해 부동산 시장에 일관적인 철학과 메시지를 전달,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정립해나갈 계획이다.
다방 수상작은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iF 디자인 어워드 전시장에서 1년 간 총 3회에 걸쳐 전 세계인 앞에 전시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iF가 발행하는 웹, 매거진 등 수많은 매체를 통해 다방이라는 브랜드를 전세계 시장에 알린다. 다방 디자인팀은 이번 달 iF 디자인 어워드 시상식 참석을 위해 독일로 떠난다. 동료들의 도전과 열정은 신선한 자극제, 긴장감을 준다. 이번 수상은 단순히 영예를 넘어 다방이 한 걸음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