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구하려면 꼭 발품을 팔아야 하나?'
'서울에서 자취방 구하기 정말 어렵다!'
열정과 패기 넘치는 32살 청년 한유순, 한국에서 자취생활 총 10년, 이사만 10회(사실 제대로 세면 더 많다) 진행한 그는 매번 새로운 집을 구할 때마다 발품을 팔아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기 느껴지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원룸 구하기에 이골이 난 것.
당시 회사생활 때문에 바빠 따로 방을 보러 다닐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자취방을 구하려면 반드시 시간을 내서 부동산에 직접 방문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당시 유행했던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N 부동산, D 부동산으로 방을 보긴 봐도 아뿔싸.
허위매물이 태반이었다. 공동중개가 허용되는 한국 부동산 시장 특성상 부동산 플랫폼에 주소, 사진을 투명하게 올리면 다른 공인중개사에게 매물을 빼앗기므로 온라인에는 미끼 성 매물만 올려놓고 고객 유치전을 펼친 것이다. 당시 온라인 부동산의 90% 가까이는 허위매물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비슷한 시기에 방을 구하고 있던 동료도 같은 고민을 했다.
함께 대화를 나누다가
그냥 서울 지도를 확~ 펼쳐서 여기에 방 몇 개 있다...
이렇게 보여주는 간단한 서비스 없을까?
물음을 던지기 시작한 것.
다방은 이렇게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초창기 다방 앱 콘셉트
지난 11월 29일 부산창업진흥원 주최로 <성공 창업의 신화, 도전하는 청년> 행사가 열렸다.
인테리어, 푸드테크, 부동산 분야에서 업계를 주름잡는 3명의 스타트업 대표를 모시고, 그들의 창업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이날 연사는 바로 오늘 다방의 신화를 일군 한유순 대표였다.
강연장에는 약 150여 명의 학생, 창업자들이 몰려들었다.
나이대도 20대 초반부터 40대까지 매우 다양했다.
한유순 대표는 이번 강연을 위해 하루 일정을 빼고, 부산까지 달려왔다.
사실 부산은 그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 도시였기 때문이다.
초창기 다방 서비스가 부산에서 잘됐어요. 부산에서는 저희가 따로 광고를 진행한 적도 없고, 영업을 뛴 적도 없는데, 다방 서비스를 부산 지역 공인중개사분들이 먼저 알아봐 주신 거죠. 지금도 부산지역에선 타사 대비 압도적으로 매물 수가 많을 정도(약 4만 개)로 부산에서 다방이 성황하고 있죠. 그래서 부산에는 남다른 애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날 한 대표는 부산 지역 스타트업 대표님들에게, 대학생들에게 본인이 터득한 창업 노하우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
화려한 디자인이나 효과를 자랑하는 발표자료가 아닌, 조금은 투박하지만, 그의 창업 실전 노하우가 닮긴 발표에 부산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마음이 열렸다.
오늘의 주제는 성공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3가지 조건.
어찌 보면 여러 창업 강연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한 대표의 발표에 힘이 실리는 건
그의 직접적인 경험담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창업 강연에서 늘 강조하는 게 있다.
첫 번째는 팀 빌딩
'신기하게 다들 그 시기가 딱 맞았어요. 창업동료가 총 4명인데, 그 중 한 명은 이직을 앞두고 잠깐 쉬는 타이밍이었고, 또 한 사람은 군대 병역특례기간이 끝나고 다음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때였어요. 마치 위에서 누군가가 '너희 지금 창업해!' 라고 하는 것처럼 각자 타이밍이 딱 맞았어요.'
한 대표는 하나의 기업을 키워가는 게 마치 자녀를 양육하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 어머님이 안에서 자녀가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는 것처럼,
하나의 회사도 여러 사람이 팀 빌딩을 이뤄 제 역할을 수행했을 때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자란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스케일업(Scale up)
우리는 동네 치킨집이 새로 오픈했다고 이 회사를 '스타트업'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하지만 치킨을 유통하는 배달 앱을 보고는 스타트업이라고 불렀다.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핵심은 바로 스케일업에 있다. 내가 이 비즈니스를 계속하면 어느 정도 규모를 키워갈 수 있는가? 가 관건이다. 당연히 시작은 미약할 수 있다. 하지만 꾸준히 내 서비스, 비즈니스를 잘 만들면 서비스 사용자와 직원들은 몰려들기 마련이다. 그럼 점점 규모가 커지고, 매출도 늘어나게 된다. 그 상황에서 한 번 더 스케일 업 하기 위해 투자를 받으면 된다.
세 번째는 바로 자본금이다.
자본금에 관해서 이야기를 할 때 투자유치를 안 짚고 넘어갈 수가 없다. .
현재 국내 많은 스타트업들은 마치 투자를 잘 받는 게 성공인 양 말하지만 사실 투자 이전에 어느 정도 흑자를 낼 수 있는 수익 모델을 안정적으로 세팅하는 게 중요하다. 그 이후 투자를 통해 매출이나, 비즈니스의 스케일업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투자를 받는 타이밍이다. 스케일업이란 매출 1~2억이 오르는 그 정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 매출 10억이던 게 투자를 받아, 마케팅을 강화하고, 인력을 늘림으로 매출 100억으로 점프를 뛸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스케일업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자본금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첫 번째는 내 돈으로 한다. 두 번째 엔젤/시드 투자를 잘 활용한다. 세 번째는 투자사 /VC를 공략할 것을 이야기 했다. 내 돈으로 시작하라는 말은 많은 창업서에서 나온 말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반대로 말하고 있지.
하지만 현실에선 내 돈으로 시작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한 대표 역시 초기에 자신이 직장생활을 하며 번 돈 3천만 원으로 시작했다. 이후 엔젤투자를 받아 1억여 억 원을 유치해 지금의 다방 서비스를 만들었다. 어찌보면 초기 자본금은 1억 3천만 원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13년과 지금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금은 정부의 창업지원금이 늘고 있다는 사실.
창업한 후 양식을 갖춰 정부 지원사업 등에 지원하면 1-2여 억 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고 시작할 수 있다.
한 대표는 몬티 홀 문제를 제시하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미국의 TV 게임 쇼 <Let's Make a Deal>에서 유래한 퍼즐로, 추가적인 변수가 생겼을 때 이에 대처하는 법을 보는 것이다.
몬티 홀 문제:
세 개의 문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문 뒤에 있는 선물을 가질 수 있는 게임쇼에 참가했다. 한 문 뒤에는 자동차가 있고, 나머지 두 문 뒤에는 염소가 있다. 이때 어떤 사람이 예를 들어 1번 문을 선택했을 때, 게임쇼 진행자는 3번 문을 열어 문 뒤에 염소가 있음을 보여주면서 1번 대신 2번을 선택하겠냐고 물었다. 참가자가 자동차를 가지려 할 때 원래 선택했던 번호를 바꾸는 것이 유리할까?
그는 사업을 하면서 여러 변수가 생기지만 초기에 비즈니스 모델 그대로를 고집하는 게 아니라
상황, 추가적인 정보가 들어왔을 때 이에 맞게 유동적으로 비즈니스 모델, 서비스 등이 바뀔 수 있음을,
그게 유연하게 상황을 대처하는 지혜임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끝까지 버티라고 많은 스타트업 분들을 격려해주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