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 당일치기 여행,
겨울 향기와 함께한 남한산성 나들이
바람이 쌀쌀하게 부는 추운 겨울이 되면 기자는 집 밖, 아니 이불 밖으로도 발을 뻗기 힘들어진다. 이대로 침대와 하나가 되기 전에 어디로든 떠나자고 생각할 무렵, 기자는 병자호란을 다룬 영화 ‘남한산성’을 보게 되었다. 남한산성은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하고, 자연을 배경삼은 분위기 좋은 카페가 많아 주말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에 바로 남한산성으로 출발하였다.
나라의 운명이 갇힌 남한산성의 역사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때 조선의 16대 왕 인조가 청나라에 대항한 곳으로 잘 알려졌다. 험준한 산세를 이용하여 방어력을 극대화한 곳으로, 백성과 함께 왕조가 대피할 수 있는 조선 왕실의 보장처(전쟁 시 임금과 조정이 대피하는 곳)였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으며,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의 휴식처이자 인기 있는 등산 산책 코스이다. 백제의 온조왕이 세운 성이라는 설이 있으나, 현재는 통일신라 문무왕 때 당나라 군대를 막기 위해 쌓은 주장성의 옛터라는 이야기가 힘을 얻고 있다. 조선 시대 선조 때부터 수리 문제가 논의되었고, 광해군 13년에 일부 보수가 이루어졌으며, 인조 2년부터 4년 사이 대대적인 중건이 이루어졌다. 1907년 일본군이 남한산성의 각 사찰에 보관 중인 무기와 탄약을 폭파하며 훼손되기도하였다.
수어장대를 향해 올라가며
남한산성을 가기 위해 먼저 남한산성 주차장에 주차했다. 이곳은 차의 종류나 시간, 요일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남한산성에는 다양한 문화유적이 있는데, 만약 남한산성 행궁을 관람하고 싶다면 나이와 인원에 따라 800원~2,000원 사이의 요금을 내야 한다. 오늘은 여러 문화유적 중 화려하고 웅장한 수어장대를 보고 그 기운을 얻기로 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4개의 성문 중 남문인 지화문을 볼 수 있다. 왕이 다니는 문답게 사대문 중에서 가장 크고 웅장하며, 인조도 병자호란 때 이 문을 이용하여 남한산성에 들어왔다고 한다. 추운 날씨지만 햇볕이 따스해서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있었다. 나뭇잎이 없는 나무는 황량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 자리를 눈이 채워주며 색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추위 속에서도 소나무는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푸름을 유지했다. 수어장대를 향해 가다 보면 지름길과 돌아가는 길로 두 가지 길이 나온다. 지름길로 올라오면서 새 둥지 조형물도 볼 수 있었다. 산성에 도착하여 거대한 산으로 둘러싸인 아파트를 보며, 우리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수어장대를 향해 올라갈수록 상쾌한 공기가 폐 속을 가득 채웠다. 비밀스러운 통로인 암문을 보며 과거 선조들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30분 정도 걸으니 어느새 수어장대에 도착했다.
군사적 요충지 수어장대
거대한 소나무와 더불어 고고하게 서 있는 수어장대의 모습에서 위엄이 느껴졌다. 수어장대는 지휘와 관측을 위한 군사적 목적에서 지은 누각으로, 남한산성에 구축된 5개의 장대 중 유일하게 남아있다. 청량산 정상에 세워져 있으며 성내에 현존하는 건물 중 가장 화려하고 웅장하다. 수어장대의 왼쪽에는 청량당이 있다. 수어장대에서 경치를 바라보니 서울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만일 수어장대의 꼭대기에서 바라봤다면, 어디서 적군이 쳐들어오는지 한눈에 볼 수 있었을 것만 같다. 역사적인 장소에서 가장 현대적인 공간인 도시를 내려다보니 과거와 교감하는 것 같았다. 수어장대 앞의 테이블에서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 위해 텀블러에 담아온 따뜻한 차를 한잔 마셨다. 겨울의 산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따뜻한 차를 마시니, 실내에서 쌓인 마음속 먼지들이 씻겨나가는 것만 같았다. 정화된 몸과 마음을 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남한산에서 내려왔다.
차가워진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두부 요리
남한산에서 내려와 근처에 맛있는 음식을 즐기러 갔다. 남한산 아래에 있는 모든 건물은 한옥으로 되
어있어 특이하면서도 정겨웠다. 차가워진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순두부찌개를 먹으러 근처의 ‘두부
공방’이라는 음식점을 찾았다. 두부전골이 메인인 음식점으로, 우리는 순두부와 콩비지 찌개를 시켰다.
순두부는 건강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맛이었고, 콩비지 찌개 역시 건강하면서도 적당히 간이 되어있어
맛있게 먹었다.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에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자연과 함께하는 카페
남한산성에서 차로 대략 5분 정도만 가면 산을 배경으로 하는 경치 좋은 카페, ‘카페 산’이 있는데 맛있는 케이크와 음료 등을 판매하고 있다. 케이크는 미국의 ‘치즈케이크 팩토리’ 케이크로, 입에서 녹아내
리는 듯이 부드럽고 달콤했다. 겨울의 감성도 좋지만, 단풍이 아름답게 물드는 가을이나 봄에 책 한 권과 함께 남한산을 바라보며 커피를 즐겨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다.
그렇게 ‘카페 산’을 즐긴 후, 집에 가려다가 고양이가 있다는 카페 소식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카페 ‘르방’은 인도네시아 그릇이나 소품을 팔고 있어서 그런지 마치 인도네시아에 사는 친척 네 집에 놀러 온 것만 같았다. 아기자기한 소품을 보며 맛있는 빵과 음료를 즐길 수 있었다. 고양이를 찾아 나서던 중, 별채와 본관 사이의 통로에서 고양이 식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상냥하고 귀여운 친구들로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고 즐거웠다. 겨울의 남한산성 근처 카페는 정적인 자연 속 포근하고 따뜻한 오두막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집에만 있기엔 세상엔 즐거운 일이 많다
집 안에만 있으면 집 밖의 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들을 놓칠 수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겨울의 자연과 외부 공간이 주는 포근하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또한, 겨울 남한산성의 정적이고 고요한 풍경을 배경으로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번 겨울, 남한산성에서 소중한 경험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 정보 출처 : 경기도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www.gg.go.kr/namhansansung-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