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개발자 역할에 대한 고찰

개발자 채용 면접을 진행하면서 느낀 시니어 개발자에 대한 생각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프롤로그

안녕하세요, Delivery Hero Korea에서 서버 개발 팀장을 맡고 있는 김법중이라고 합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자주, 그리고 자연스럽게 구성원 개개인을 판단하고 구분 짓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이 존재하는데, 오늘은 그 중에 하나인 주니어/시니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이 주제로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최근 하나의 팀으로서는 적지 않은 규모의 팀원들을 리딩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팀원을 충원하던 차에 다양한 의견을 접하다 보니 개개인이 생각하는 바가 다름을 깨달았고, 그 과정을 정리를 하면서 느끼게 된 바가 컸습니다.

동료1 : 너희 팀에 T.O.가 세 명이 있어. 추가 팀원 구성을 어떻게 가져갈 거야? 시니어 세 명? 아니면 주니어 한 명에 시니어 두 명?

동료2 : 3년차 핏덩이를 데려다가 어떤 일을 하려고?

동료3 : 면접자들이 너무 준비가 안되어 있어. 우리 앞으로 풀스택(Full-stack) 시니어만 뽑자.

동료4 : 그 사람은 아직 시니어라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아?

면접관으로 개발자 채용 면접을 진행하면서 동료들과의 몇몇 대화들이 저에게는 이렇게 하나의 주제로 다가왔습니다.

‘어떤 경력과 능력이 있어야 시니어지?’ ‘우리 조직처럼 팀원 모두가 동등하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강조하는 조직에서 시니어가 하는 역할이 따로 정해져 있긴할까?’ ‘나는 그들이 말하는 시니어에 속하는 건가?’

면접관으로서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 마다 마치 발가벗겨진 기분이었으며, ‘이런 생각을 하는 시간이 과연 유익한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회의적이고 소모적이었습니다.

아는 만큼만 보인다

생각할수록 뭔가 알 것도 같지만 구체적이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질문을 하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질문1 : 주니어와 시니어를 구분 짓는 업무적 역할을 정의할 수 있는가?

질문2 : 10년 넘게 동종 업계에서 근무했다면 시니어라고 할 수 있는가?

질문3 : 이력서에 풀스택 개발 경력이 있고 그 역할에 자신이 있다고 한다면, 해당 지원자는 시니어 개발자인가?

더 나아가 시니어와 주니어에 대해 언급된 글이나 정보를 찾아보다 보니,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시니어’의 의미는 정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폭넓은 지식을 토대로 상황에 따른 최적의 해답을 제시해주는 지식인형’

‘엄청난 난제를 자신의 힘으로든 외부의 힘으로든 기어코 해결해버리는 해결사형’

‘여러 가지 업무를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빠르게 실행해 나가는 마스터형’

이미 막연하게나마 그 역할에 대해서는 생각해온 바가 같기에 공감이 되기도 했지만 좀 더 다른 것은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할 때 즈음, 마침 말을 걸어오는 아내에게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나 : 회사에서 시니어가 하는 역할이 뭘까?

아내 : 젊었을 땐 업무에 서툴고 모르는 거 투성이여서 맡은 일을 해내기에 급급 했었어. 팀의 일이라곤 하지만 나하고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일은 쳐다보지도 않았었거든. 그런데 지금은 여유가 생겼는지 뭔가를 선택하거나 어떤 업무를 할 때 이게 회사나 팀에 도움이 되는가를 먼저 생각하게 되네. 얼마 전에는 그런 선택에 대한 과정과 타당성을 후임들한테 열변을 토하고 있더라고. 내가…… 꼰대 같이ㅋㅋㅋ

나 : 뭐야~ 본인이 시니어라는 전제하에 이야기 하는 거야?

아내 : ^^

관련 업무의 오랜 경험을 통해 후배들을 리딩하고 가이드해줄 수 있는 사람도 시니어이고, 폭넓은 기술 지식으로 돌발상황이나 어려운 일에 적절히 대응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시니어지만, 아내의 대답을 듣고나서 그들 중에 오너십(Ownership)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라고 자신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럼 나는 오너십을 가지고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가?’

같은 직장인으로서 아내에게 조금은 부끄러운 하루였습니다.

단어의 의미를 넘어서

“함께 일하는 팀원으로서의 시니어”

이 기준으로 시니어를 정의 한다면 처음에 나열했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가능해집니다. 기존 팀원들이 메우지 못하거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믿고 의지할 곳이 필요하기 때문에 풀스택 시니어 채용을 원했고, 저 스스로가 당시 지원자에게 업무적으로 배울 점이나, 어떠한 영감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시니어로 보이지 않았던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얻은 결론은, 현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나의 가려운 부분을 잘 이해해주고 긁어 줄 수 있는 사람, 이렇게 나보다 한 가지라도 나은 것이 있고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을 시니어라고 생각한다는 공통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회사 관점에서의 시니어”

각각의 회사에는 다양한 문화가 존재 합니다. 하물며 저희 회사도 각 층의 부서마다 일하는 공기가 다 다를 정도입니다.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 그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중심에 시니어들의 역할이 크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으며, 그들이 갖는 오너십이야 말로 회사의 가장 큰 재산이며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오너십이 시니어들만이 가져야 하는 덕목은 아니지만, 시니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주니어들의 업무 방식과 가치관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 봤을 때 그 무게는 분명 다를 것입니다.

이를테면 자녀의 독서 습관을 기르기 위해 부모들이 평소에 독서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형태의 학습방법이 효과적이듯이 말이죠. 마찬가지로 업무를 대하는 자세와 회사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은 시니어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너십을 가진 개개인들이 모여 회의를 할 때 비로소 전달이 아닌 대화가 가능해지고, 그 수 많은 대화가 오가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문제 해결 방법이 나온다고 믿습니다. 또한 그러한 목소리를 내고 대화 하는 사람들을 회사가 주목한다고 믿고 싶습니다.

마치며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땐 동일한 고민으로 쓰여진 글들도 많았고, 주제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해 초반부터 안개 속을 헤메는 심정 이었으나, 적절한 시기에 아내의 한마디가 큰 도움이 되었고 그로 인해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 쓰는 내내 깊은 고민과 자기반성을 할 수 있어 좋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되짚어 봅니다. 저 또한 노력하겠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 주니어, 시니어분들.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대체품이 아닌 주인이 되어 보다 즐겁고 보람된 회사생활 하시길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법중, Backend Developer @Delivery Hero Korea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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