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요기요&배달통 기술연구소의 CTO로 합류하신 첫 해의 현준님 인터뷰입니다. 2018년 12월, 알지피코리아의 사명이 Delivery Hero Korea로 변경되었습니다.
“우리가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Tech 본부를 맡고 있는 CTO 조현준입니다.
- 먼저, CTO로써 많은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고 계십니다. 그들에게 이것만은 꼭 약속해주고 싶다 하는 것이 있을까요?
우리가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동시에 개인의 성장도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 기회를 드리고 싶어요. 제가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저에게 크게 다가왔던 점이 있었는데요. ‘세상에는 정말 뛰어나고, 다양한 사람이 많구나’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런 면에서 해외에서 하는 컨퍼런스 등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소위 말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세상을 더 멀리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 상당히 오랜 시간을 대기업에서 보내셨습니다. 알지피코리아에 조인하며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대기업을 다니면서 “왜 이렇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었어요. 누군가 만들어 둔 길을 따라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알지피코리아에서는 제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더 효율적으로 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제가 CTO로서 생각을 잘 펼칠 수 있는 회사라는 믿음이 생겼죠. 지금도 이 결정은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 입사 직후 보내신 메일에 “참 많은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고 시장에 내 놓았다”라고 하셨는데요. 어떤 것이 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어떤 것이었나요?
제가 모바일 서비스를 처음 접한 것이 삼성에 다녔을 때였는데요. ‘Bada Platform’이란 것을 만들 때 가장 힘들었기에 기억에 남아요. 이 서비스를 내보낸 이후에는 삼성앱스, 널리 알려져 있는 챗온, 지금도 쓰고 있는 S-cloud와 같은 서비스들을 만들고, 전세계 삼성 갤럭시 폰이 나가는 곳에는 모두 이 서비스를 탑재하고 제공했죠. 지금 남아있는 것들은 많지 않고요. 삼성 푸시나 삼성 어카운트는 삼성이 망하지 않는 한 전세계에서 계속 쓰일 거라 생각합니다.
SK로 넘어가서는 호핀이라는 서비스가 기억에 남는데요. 정말 좋은 서비스였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서비스를 종료했어요. 정말 아쉬웠던 순간입니다. 제가 참여하고 만들었던 프로젝트 중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T맵은 제가 관두고 나서 경로가 이상해졌다는 농담을 지인들에게 자두 듣고 있어요. 하하
- 주니어 시절, 현준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워낙에 오래 전 일이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데요. 지금도 이 생각들 중 일부는 가지고 있는 것이 ‘자유롭게 생각하자’라는 것이에요. 앞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만 “모두가 이렇게 하니 나도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안 하려고 했어요. 제가 믿고 있는 것이 있다면 누구와 대화하더라도 그 믿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거든요.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은 없어요.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들어간 첫 직장에서 사장님 간담회를 했었는데요. 그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은 잘 안 하는 질문들을 거침없이 해서 사장님이 곤란해 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때 동료들이 제 별명을 ‘회장님’이라고 붙여줬죠.
- 지금 대답을 듣고 갑자기 생각난 질문인데요. 만약 알지피코리아의 주니어들이 예전 현준님처럼 곤란한 질문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받아드릴 것 같으세요?
가끔 그런 친구들을 볼 때가 있어요. 아직 어리고, 생각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마구잡이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또 어떤 면에서는 그 나이 때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이런 생각을 계속 가져 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직장생활을 하며 가장 행복했던 기억, 가장 큰 실수나 실패의 기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제가 더 좋은 것을 추구하는 부분이 있어서 늘 현재도 충분히 좋음에도 불구하고 더 잘하려는, 더 높은 곳으로 가려는 갈증이 있어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는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 저를 다시 바라보며 이게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제 마음을 더 편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을 바꾼 거죠. 이제는 점심시간에 회사 앞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도 ‘행복하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실패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제가 논쟁 같은 것을 할 때 논리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성향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같이 일하는 주니어들과 이야기하다가도 잘 받아들여주거나 가벼운 조언을 해주면 되는 일인데 너무 논리를 따지다 매니저로서 그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 있었어요. 매니저로서 그들이 더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 것을 잘 하지 못해 아쉬운 경우들이 있었어요.
“눈에 띄는 신기술도 좋지만, 사용자들이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편리하게 음식을 주문하고 받을 수 있도록 매끄럽게 다듬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 현준님께서 속한 Tech 본부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Service enabler. 우리가 하는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현준님에게 배달통이란?
우리가 하는 서비스 중 하나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사실 이 질문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데요. 제가 알지피코리아에 조인한지 5개월이 되었는데 그 때 만났던 요기요와 배달통은 어차피 제겐 다 새로운 서비스였고, 지금도 저희가 잘 만들어야 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배달통과 요기요가 제게 크게 다르다고 느껴지지는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두 서비스가 완전히 다른 시스템을 갖기 보다는 공통으로 해야 하는 것은 공통으로 하며 유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최근 기술 개발 관련 트렌드 중 모두가 함께 연구하고 지켜봤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있다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긴 한데요. MicroService Architecture 라고 하는 것들을 우리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을 통해 서비스를 더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고, 원하는 특징도 더 빨리 만들어 시장에 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Block Chain이라는 것이 핫한 주제라서 개인적인 관심을 갖고 있고, 우리의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아직은 정확하게 답을 못 내리고 있습니다.
- 최근 경쟁사에서는 AI 기술을 서비스하려고 준비한다고 하는데요. 현준님이 생각하는 우리의 업종과 AI 기술은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요?
저는 소위 말하는 ‘빛나는 기술’ 같은 것들을 좋아하지는 않은데요. 요즘 굉장히 뜨고 있는 AI 기술은 이미 우리 서비스에서도 사용하고 있어요. 운영 업무 관련해 AI 기술을 적용하여 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AI를 하고 있다는 많은 곳에 알리는 일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지금은 하고 있어, 앞으로는 알지피코리아에서 AI를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나갈 예정입니다.
- 우리 서비스의 AI 기술 관련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소비자가 올리는 포토 리뷰를 예로 들면 실제로 올라오는 포토 리뷰 중 대다수가 음식 사진이 아닌 다른 종류의 사진이에요. 사진으로 리뷰를 올리면 더 많은 포인트를 주기 때문에 생기는 일인데요. 만약 음식사진이 아닌 포토 리뷰를 사람의 눈으로 찾아야 한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AI 관련된 기술을 활용해 ‘이 사진은 음식 사진이 아니기 때문에 포토 리뷰의 자격이 없다’라는 판별을 헤주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AI를 통해 식당이나 메뉴를 개개인에게 더 잘 맞춰질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현재 준비하고 있습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알지피코리아는 계속해서 기술 혁신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Tech 본부의 새 리더로서 앞으로 우리의 서비스는 고객에게 어떤 기술을 경험하게 해줄 수 있을까요
현재 우리 회사가 하고 있는 서비스는 고객에게 “이런 신기술이 쓰이고 있어?”라는 반응을 보이게 하는 서비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신기술이 전혀 안 쓰이고 있는 것도 아니죠. 저는 기술이 전면에 나오고, 광이 나는 서비스를 만들기보다는, 사용자들이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편리하게 음식을 주문하고 받을 수 있도록 매끄럽게 다듬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엔지니어들에게 “있는 것만 잘해”라는 뜻이 아니라 계속해서 신기술을 적용하며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인다면 개발자 자신도 성장하고 있다고 믿게 될 것이고, 고객들도 더 편하게 우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겠죠.
- 타 O2O서비스의 보안 문제가 꽤 자주 일어나고 있는데요. 알지피코리아는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소비자, 가맹점)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보안은 개발자들에게는 ‘양날의 검’과 같은 부분이에요. 보안을 너무 강조하면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에 업무 효율성은 떨어지죠. 그렇다고 보안을 등한시 하게 되면 어느 한 순간에 회사 서비스가 다 망가져 버려 우리가 하려던 일들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정보보호는 철저하게 한다는 대전제를 가지고, 업무 효율이 높아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더불어 우리 회사가 ISMS 인증을 매년 받고 있는데 이 인증만 받는다고 우리의 보안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인증 심사를 받는 과정을 통해서 여러 준비를 할 것이고, ‘이 부분을 우리가 놓쳤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면 더 좋은 것 같아요. 여러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정보 보호를 더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가고, 실행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일하는 환경이 조금 불편해 질 수도 있겠지만 정보보호를 위해 업무 환경을 가상 데스크탑으로 옮겨, 인터넷과 단절된 상태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기본적인 정보보호가 지금보다 더 잘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질문 부터는 영상에도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영상에서 현준님을 만나보세요!
- 아직도 공부 하시나요? 요즘은 어떤 공부를 하시나요?
엔지니어에게 공부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서 늘 공부를 해야 해요. 요즘은 개인 시간이 많이 나지 않아 출퇴근 시간에 팟캐스트를 들으며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새로운 언어인 Python 관련 공부를 하고 있고, AI나 Fast Data System 등은 엔지니어로써 절대 끈을 놓지 않아야 하는 아이템이기에 함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는 제가 스타트업의 CTO로써 대기업과는 다르게 어떤 역할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야 하나 라는 부분을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 등을 찾아 들으며 제 나름대로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업무 시간 외 개인 시간에는 무엇을 하며 지내시나요? (취미나 활동 등)
건강을 챙기기 위해 운동 하는 시간이 가장 많은 것 같아요. 둘째 아이가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함께 움직이며 운동을 시키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꾸준히 관심 갖고 있는 사진이나 음악 같은 것도 여가시간을 통해 챙기고 있는데요. 술은 잘 마시지 못하지만 오래 전부터 와인에 관심이 생겨 조금씩모으고 있어요.
- 와인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요. 혹시 알지피언에게 추천해주실만한 와인이 있을까요?
호주에서 나오는 와인들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이 많아요. 그 중에서도 투핸즈 (Two Hands Wines)라는 와인이 있는데요. 투핸즈에서 나온 쉬라즈 와인은 많은 분께서 편하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공으로 하는 운동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최근 많이 즐기시는 공놀이는 어떤 것인가요? 그리고 구력은 어느 정도신가요?
많은 체력을 요하는 공놀이는 이제는 좀 힘들어져서 최근에는 골프를 주로 치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에는 탁구나 테니스, 축구, 야구 등 많이 뛰는 운동도 즐겼는데요. 지금은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일들이네요. 음, 골프가 구력으로 말씀 드리기는 어려운 운동이라 정확히 말씀 드리기는 좀 어려울 것 같고, 그냥 함께 간 동반자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 즐기고 있습니다.
- 지난 릴레이 인터뷰에서 신봉님이 하신 말로 많은 분들이 현준님의 기타 연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말 파티에서 들을 수 있을까요?
기타를 놓은 지 벌써 25년이 되어가고 있어요. 지금은 기타도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악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기타를 잡으면 예전 잘 치던 기억은 남아 있는데 손이 굳어 따라오지 않더라고요. 즐기려 시작한 악기가 스트레스를 받게 해서 이제 연주는 잘 하지 않는 편입니다. 역시 음악은 대가들이 연주한 것을 들을 때가 더 즐거운 것 같아요. 하하하
- 박사까지 하셨을 정도로 공부를 오래 하셨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취미를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어떻게 이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었나요?
하루 24시간 내내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어떻게 보면 틀에 박힌 말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공부할 때는 하고, 쉴 때는 쉬면서 머리를 비워야 새롭게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여러 취미활동을 한 덕분에 공부도 오래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 두 명의 자녀가 있다고 하셨어요. 평소에 어떤 말씀을 많이 해주시나요?
음…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첫째가 4년 전에 집을 떠나서 혼자 살고 있는데요. 항상 하는 말이 밥 먹었냐, 밥 좀 잘 먹고 다녀라 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아요. 첫째 아이도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고 저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개발할 때 이런 것을 신경 쓰는 게 좋아”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요. 아빠가 하는 말이라 그렇게 귀담아 듣는 것 같지는 않아요. 하하하
- 알지피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침에 눈을 떠서 “오늘 또 회사 가야해”라는 생각보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하고, 회사에서도 즐겁게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회사 생활이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요?
- 마지막 질문입니다. 현준님이 생각하는 ‘리더’란?
리더는 자신이 드러나고 돋보이기 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더 사랑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내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내가 하고 있는, 내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를 더 멋지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우리의 서비스는 더 좋아지겠죠. 그러면서 각 개개인들은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을 사랑하게 도와줘서 그 사람을 성장하게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고 있는 좋은 리더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