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 속 캐릭터의 대사가 그 어떤 멘토의 조언보다 더 깊은 울림을 줄 때가 있다. 얼마 전엔 내가 정말 좋아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불명의 명작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시작 편인 <배트맨 비긴즈>를 우연히 다시 볼 일이 있었는데, 일전엔 그저 멋있는 말로 느껴졌던 배트맨(브루스 웨인)의 대사가 내 머리를 강타하는 것을 느꼈다.
사진 출처: 블로그스팟 영화명대사 모음(MovieQuotes)
It’s not who I am underneath – it’s what I do that defines me.
정확한 한글 해석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회사의 대표이자 리더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나에게 이 대사는 다음과 같이 들렸다.
“진짜 나를 규정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나의 생각이 아니라 지금 보이고있는 나의 행동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사실 대부분의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소통을 통해 조율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당연하게도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나의 진심을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알아주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나아가 파트너사나 주주들이 오해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거미줄같이 복잡한 소통의 과정 속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진심을 잘 소통할 수 있는지는 리더의 능력을 평가함에 있어 분명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예전엔 ‘사람들이 왜 내 진심을 몰라주지...’, ‘내 생각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할까.’ 같은 고민을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반복되는 소통과 조율 과정에서 내가 느꼈던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진리는 내 진심을 전달함에 있어서 나의 생각, 나의 원래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래서 어떻게 행동하느냐, 실제로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보게 되는 나의 모습이 무엇이냐, 그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지각을 하는 것은 팀웍을 망치는 나쁜 일입니다, 라고 내가 아무리 말하더라도 정작 나는 항상 지각을 한다면 그 말이 팀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마음을 전달하는 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회사는 다양한 아이디어에 귀 기울이고 나에 대한 비판적인 피드백에 대해서도 경청하는 문화를 가져야 합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백 번 그렇게 이야기하고 마음 속으로 굳게 그것이 옳다고 믿고 있더라도 실제로 나에 대한 동료들의 비판이 있을 때 상기되어 화내는 모습을 보이면, 동료들은 ‘아 우리 회사 대표는 달콤한 소리만 듣길 원하는구나. 우리 회사는 결국 솔직하고 냉정한 피드백은 조심해야 하는 문화구나.’ 라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
진짜 나를 규정하는 것은 다름 나의 행동이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 나의 마음은 사실 이게 아니었다, 와 같은 변명을 하지 않는 리더가 되어야 하겠다. 나의 행동이 나를 규정한다. 나의 행동이 바로 나 자신이다. 나의 행동이 진심을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시작이자 끝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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