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주인공이 있기 마련이다.
주목받고, 건강하고, 씩씩하며, 잘 웃고, 인기 많은 바로 그 사람.
언제나 그 사람은 존재했다.
어렸을 적 우리의 무대- 학급, 놀이터, 운동장-에서의 주인공은 고민할 여지도 없이 '잘 노는 아이'였다.
그 '잘 노는 아이'는 얄궂게도 뭐든 잘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수업도 곧잘 따라와서 선생님의 사랑도 유난히 더 받는 듯했다.
놀이를 진행하거나 놀이를 응용하기도 잘했던 걸로 기억한다.
유머러스하고 눈치가 빨라 분위기를 이끄는 역할을 했다.
놀이 치료 연구소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초등 500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놀이를 잘 하는 친구를 떠올리게 한 다음, 그 친구가 지닌 특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게 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또래에 의해 놀이를 잘 한다고 인지된 아동들은 신체적, 성격적, 사회적, 정서적, 인지적, 언어적 능력, 그리고 유머감각과 놀이 행동 및 재능 등 제반 발달 영역에서 압도적이게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놀이를 잘하는 아동은 운동을 좋아하고 민첩하며, 활동적이고, 건강하고, 에너지가 많다.
놀이를 잘하는 아동은 활발하고, 착하며, 자신감이 있고, 털털하며, 적극적이고, 인내심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차분하다고 비춰진다.
놀이를 잘하는 아동은 재미있고 유머가 있어 다른 사람을 웃게 한다.
또한 그들은 장난을 잘 치고 흉내를 재미있게 내기도 하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곧잘 한다.
놀이를 잘 하는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해 주고 잘 대해주며 잘 도와주는 등 친사회적 특성으로 친구들이 많으며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매사에 주도적이며 협동을 잘하며 건강하게 경쟁한다.
놀이를 잘 하는 아동은 항상 잘 웃으며, 표정이 다양하고, 감정 표현을 적절하게 잘한다고 평가받는다.
놀이를 잘 하는 아동은 기발한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많으며 상상력이 풍부하다. 다양한 놀이 방법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놀이 방법을 새로이 잘 만들어 내기 때문에 색다르게 놀기를 잘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나 새로운 소식 등 아는 것이 많으며 상황 판단을 잘한다
또한, 학업성적에서 매우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지만 또래 친구들이 가시적으로 학업능력이 좋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놀이를 잘 하는 아동은 말이나 이야기를 잘하며 의사 발표를 잘 하고 나쁜 말을 사용하지 않으며 말의 속도가 빠른 편이고 목소리의 크기도 큰 편으로 인식된다.
개인적으로 필자에게 흥미로웠던 대목은 “학업성적에서 매우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지만 또래 친구들이 가시적으로 학업능력이 좋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는 부분이었다.
또래 친구들이 가시적으로 학업능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잘 노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놀이를 승리했다, 잘 이긴다, 딱지를 많이 땄다- 와 같은 승패와 관련한 것이 아니다.
잘 논다는 것은 결국 잘 승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놀이를 재밌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놀이와 같은 듯 다른 "게임"에 대해 생각해보자. 게임의 목표는 승리다.
보드게임, 컴퓨터 게임이 그러하다.
이 안에서는 그들만의 매너와 소통이 분명히 있겠지만 목표 자체는 승리다. 승리 한자가 주인공이란 얘기.
학업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누군가 더욱 뛰어난 성과를 내고 그 능력이 명확하게 점수로, 등급으로 나뉜다.
하지만 놀이는 아니다.
놀이는 우리의 사회생활과 참 닮았다.
보통은 고등학교를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남들보다 잘 해서 승리하는 종류의 게임이 끝난다.
수명에서 수백 명이 구성하는 조직에 속하게 되고 함께 힘을 모아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생긴다.
목표 달성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한다.
그 과정은 끝이 없기 때문에 그 안에서 계속 재미를 찾아야 한다.
또 그 과정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관계에서 빚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도, 희열도 존재한다.
"우리 뭐하고 놀까?"
"너도 같이 할래?"
"그럼 이런 방법은 어때?"
라 묻던 어린이.
"우리 함께 이런 것들을 해냅시다"
"같이 할까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하고 세상을 이끄는 어른이 될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