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을 검색하면 반드시 따라나오는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환경오염이죠.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포장에 대한 문제도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포장재는 EPS(Expanded Polystyrene), 즉 발포 폴리스틸렌, 흔히 말해 '스티로폼 박스'라고 불리는 포장재입니다.
EPS는 탄화수소 가스를 폴리스틸렌 수지에 주입한 후 증기로 부풀린 발포제품입니다.
제품의 2%만 폴리스틸렌 수지이고 나머지는 공기층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원가가 낮고 단열이 뛰어나죠. 문제는 EPS가 매립되고 자연 분해되기까지 약 500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입니다.
EPS가 환경에 끼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2003년 스티로폼 재활용을 법률로 지정해 정부 차원에서 재활용을 장려했습니다. 그 결과 2013년 기준 총 3만 4,170톤의 스티로폼이 재활용되었죠(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발표 기준). 이는 2013년에 사용된 스티로폼 총량의 76%에 해당하는 수치로, 정부의 노력이 환경문제를 막는데 유의미한 성과를 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스티로폼은 수거 후 재처리 과정을 거쳐 '플라스틱 잉고트(Ingot)'로 재탄생됩니다.
폐스티로폼을 녹여 만든 가래떡 모양의 플라스틱 잉고트는 이후 가공 과정을 거쳐 액자나 건축 자재로 재생되는데 이러한 플라스틱 잉고트의 대부분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었죠.
하지만 국제 유가가 떨어지고 인건비가 낮은 중국 업체들의 폐스티로폼 재활용 기술이 발전하면서 플라스틱 수출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인건비를 들여 폐스티로폼을 수거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보다 새 스티로폼 박스를 만드는 것이 훨씬 저렴해진 것입니다.
그 결과 재처리 업체는 폐업하거나 스티로폼 수거 자체를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스티로폼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소비자 스스로가 스티로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죠.
일부 소비자는 스티로폼 박스를 잘게 부수어 종량제 봉투에 버리기도 했습니다. 신선식품을 구매할 때마다 쌓이는 스티로폼 박스와 이를 처리하기 위한 번거로움, 환경에 대한 걱정이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일을 망설이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온라인 신선식품 커머스에서는 고객들이 스티로폼 박스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을 감지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보냉력이 우수한 포장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죠. 여러 커머스 업체 중 새벽배송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인 마켓컬리는 스티로폼 박스 대신 재활용율이 높은 종이박스를 사용해 고객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이기로 했습니다. 종이박스의 한계를 넘기 위해 내부를 특수 코팅하고 결로 방수 기능을 추가하였죠.
포장재와 관련해서 식품 커머스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마켓컬리가 선보인 종이박스는 냉장제품에만 사용될 뿐, 냉동 제품에는 적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물류센터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새벽배송과 달리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리는 일반 택배에서는 사용이 곤란하죠.
또 꾸준히 문제제기가 되고 있는 아이스팩 관련 이슈도 신속히 해결해야 할 사안입니다.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일반 아이스팩은 재활용이 불가능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최근 100% 물로 채워 재활용이 가능한 아이스팩이 개발됐지만 배송 중 상자 내부에서 터지는 사례가 발생해 대체제로 쓰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죠.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하지만 당장의 이익을 위해 미래를 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깨끗한 환경이 보전되어야 좋은 먹거리를 먹을 수 있고,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는 만큼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에게만 미래가 있을 것입니다.
당장의 비용 대신 장기적 가치를 선택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