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스쿼드 창업 1주년 후기

1년전 쌀쌀한 가을, 어쩌다 보니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때의 생소한 심정을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honux77/3) 에 올린 적이 있는데 오늘은 1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다시 써보려 한다.

코드스쿼드

최근 나는 다크 소울(Dark Soul) 이라는 PS3 게임을 간간히 플레이하고 있다. 이 게임은 일본의 ‘FROM 소프트’ 라고 하는 고난이도 게임 제작 전문 기업의 간판 타이틀 게임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FROM 은 COBOL의 명령어에서 따 왔다) 원래는 사무용 소프트웨어 회사였던 프롬 소프트는 ‘아머드 코어’ 시리즈 등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임으로 유명하다. 농담이긴 하지만 지인 한 분은 “SI 개발 당시의 원한을 게임에 담았다” 라고 이야기했었는데 그럴싸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크 소울은 오픈 월드 RPG에 가까운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상당히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넓은 게임속 세상을 탐험한다. 이 게임을 고난이도로 만드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는데,

요즘 게임에 자주 등장하는 친절한 미니맵 같은 지도가 일체 없다. 그리고 게임속 세상은 매우 복잡하고 개미굴 같이 얽혀 있다.

시간이 지나면 체력이 회복된다던지 하는 것도 전혀 없다.

레벨이 오르기는 하는데 플레이어가 상당히 약한 편이다. 평범한 적 세명만 뭉치면 레벨과 관계없이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시정지도 없다.

저장 메뉴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망하면 마지막에 휴식한 휴식처 (화톳불)에서 경험치를 분실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이 무자비하고 불친절한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과장없이 수백번을 죽어야 엔딩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나도 플레이타임 10시간 (진행은 대략 10% 정도) 동안 이미 수백번 사망했다. 캐릭터가 사망할 경우 나오는 “YOU DIED” 라는 메시지도 질릴 만큼 많이 보게 되고 그로 인해 많은 패러디도 생겼다. 유명한 “유다희양과의 데이트” 도 여기서 시작된 듯 하다.

유명한 You died 문구 직접 그렸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이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레벨 디자인(제작진이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이 매우 절묘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에 몰입해서 시간을 쏟다 보면 티끌만큼의 진보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티끌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새 최종보스를 클리어하고 엔딩에 다다르게 된다. (슬프게도 엔딩도 별로 아름답지는 않다고 한다…)

스타트업의 세계, 그리고 잘은 모르겠지만 요즘같이 취업하기 힘든 시대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의 상태가 어쩌면 다크소울의 플레이어와 비슷한 게 아닐까 생각을 한다. 이것도 슬픈 일이다.

우리 회사의 사정은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 첫시작도 꽃길만 걸을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쉽지 않았다. 최근의 근황도 한마디로 겨우 생존해 나가고 있는 상황. 그리고 우리와 함께 동거동락하는 수강생들의 형편도 비슷한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치열하지만 아주 작은 전진이 나에게는 위안이 되고 다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언젠가 끝은 모르지만 우리 각자만의 골에 도달할 수 있을 꺼라고 생각해 본다. 훗날에는 우리와 우리의 수강생들 모두가 이 글을 웃으면서 보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글쓴이: 정호영 — 코드스쿼드 마스터, LG / NHN NEXT / 네이버 / 아마존을 거쳐 지금은 소프트웨어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기업 코드스쿼드(http://codesquad.kr)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로그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