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Coupang Eats)는 쿠팡에서 출시한 4개월 차 음식 배달 앱이다. 출시 이후 서비스 지역을 점차 확대하며, 하루 또는 몇 시간 단위로 새로운 과제를 풀어가고 있는 지금. 앞으로 더 탄탄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지난 반년 간의 과정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배송 강자가 낳은 음식 배달 앱.
바쁜 사회에서 배달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는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그런데, 똑같이 사 먹는 음식인데도 외식은 왠지 보상받는 느낌까지 드는 것에 반해, 배달 음식은 여전히 한 끼를 때우는 느낌이 있다. 세상엔 맛있는 음식이 정말 많다. 직접 로스팅하는 카페의 커피, 소문난 빵집의 겹이 살아있는 크루아상, 소셜미디어에서 핫한 길거리 음식까지. 그 맛있는 음식들을 그 자리에서 바로 사 먹는 듯 맛있게, 그리고 내 집처럼 편한 상태에서 즐길 수는 없을까?
배송 강자가 낳은 음식 배달 앱, 쿠팡이츠
쿠팡이츠가 애플 앱스토어 피쳐드(featured)되었을 때의 헤드라인이다. 쿠팡은 ‘빠르고 정확한 배달’ 노하우를 바탕으로, 위에 언급한 고민을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6개월 전의 나 또한 '쿠팡이 만들 음식 배달 서비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하는 기대감에 합류했다. 거기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 실력 있는 동료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팀의 비전까지. 디자이너로서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이었다.
0부터 시작하기.
개인적으로는 서비스를 초기 단계에서부터 키워가는 Growth 조직에서 프로덕트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었고, 팀은 이미 쿠팡에서 약 10년간 노하우를 쌓아온 전문가들이었지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모든 멤버가 비즈니스적인 문제와 서비스의 전체 구조를 이해하는 동시에, 매일 크고 작은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해야 했다. 새로운 도전을 마주한 마음가짐과 작은 피드백에도 귀 기울이며 바삐 움직이는 모습에서 긴장감 있는 에너지가 감돌았다.
BX, UX팀에게는 쿠팡이츠의 아이덴티티를 찾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던져졌다.
'인기 프랜차이즈부터 골목의 작은 식당까지 보여주는 서비스인데, 어떤 룩앤필로 나타낼 수 있을까?'
'맛있는 음식과 쿠팡의 아이덴티티를 함께 표현할 수 있는 색상과 컴포넌트는 무엇일까?'
아직 고객이 없던 초반에는 쿠팡 사내 멤버들에게 오픈 피드백을 받았다. 서비스 오픈 후부터는 고객을 초대하거나 설문을 진행하여 쿠팡이츠에 기대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반복해서 물었다. 테스트 기간을 포함하여 무려 4번의 비주얼 리브랜딩을 진행했고 핑크, 레드, 그린 등 다양한 색상들이 반영되었다.
하지만 고객에게 쿠팡이츠만의 고객 경험, 그리고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결과, 가장 근본적인 답으로 돌아왔다.
쿠팡이 잘하는 것, 빠르고 안전한 배달을
쿠팡이츠 UX에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로켓배달!
그렇게 '로켓배달'은 빠른 배달을 의미하는 블루와 함께 쿠팡이츠의 브랜딩 방향성이 되었고, '로켓배달'로 쿠팡이츠의 스토리를 전달하기로 했다. 쿠팡이츠가 고객에게 주고자 하는 가치 역시 기존 쿠팡의 '로켓배송'과 동일한 연장선 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신속/안전한 배달과 그것이 주는 놀라운 경험! 고객들은 쿠팡에게 느꼈던 그 WOW한 경험을 쿠팡이츠에게도 이어지는 경험을 마주 했을 때 크게 만족감을 느꼈다.
그리고 알맞은 사이즈의 신발을 신은 듯, 고객들이 쿠팡이츠에 기대하는 경험과 맥락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로켓배달’이 배달파트너의 빠른 속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로켓배달을 사수하라.
상점에 주문이 들어온 시점부터 음식이 집 앞에 도착하기까지 타임라인을 살펴보자.
7:30 PM
상점은 분주한 오프라인 상황 속에서도 주문 알림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약속된 시간에 음식을 만들어 고객과의 지속적인 신뢰를 쌓는 것 역시 중요하다. 쿠팡이츠 스토어앱은 주문현황을 쉽고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주요 지표인 고객 별점, 주문 수락률, 평균 수락 시간을 스코어 형태로 보여준다. 또한 ‘어제 아쉽게 놓친 매출’은 상점이 주문을 놓치지 않도록 돕는 힌트가 된다.
7:40 PM
배달파트너는 상점에서 음식을 픽업하고 신속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배달 경험이 없는 초보 배달파트너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데 집중했다. 배달 파트너는 앱에서 안내하는 순서에 따라 약속한 시간에 음식을 픽업하고 주어진 목적지로 이동하면 된다. 또한, UX팀은 배달을 직접 해보거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배달 단계에서는 긴박한 상황과 더불어 차 소리, 이어폰 음악, 내비게이션 등 여러 소음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배달 수락 단계에서는 알림이 물리적으로 더 강력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여러 버전의 주문 벨소리를 녹음했다. 배달 중에는 신속하고 정확한 전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장애물들을 제거해 나가고 있다.
7:50 PM
고객은 주문 후 음식의 준비, 배송, 도착 과정을 지도에서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다. 배달파트너가 도착할 즈음에는 '음식이 곧 도착하고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보고 미리 픽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만약 집 앞에 놓고 가 달라는 요청사항을 남겨두었어도, 언제 올지 혹은 이미 놓고 갔는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음식이 안전하게 도착한 것도 쿠팡이츠가 알려준다.
7:55 PM
따끈한 음식을 받고, 맛있는 시간을 즐기면 된다.
쿠팡이츠의 배달 시간은 단순한 배달 소요 시간이 아니다. 쿠팡이츠를 통해 한 끼의 경험을 만들기 위해, 모든 관계있는 사람들이 관여한 시간의 총합이다. 쿠팡이츠팀은 상점, 배달파트너, 운영자, 고객 등 여러 관계자가 공존해야 하는 플랫폼에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구조를 촘촘하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
서비스를 처음 만들고 다 같이 핫도그를 시켜 먹었을 때, 갓 만든 따끈한 핫도그를 받아보고 놀랐던 감동이 있다. 음식을 제 온도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로켓 배달을 경험한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신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언제나 설레지만, 특히나 차별화된 강점을 가지고 있을 때 스토리를 함께 풀어가는 과정들이 흥미롭다.
개발도 디자인도 로켓처럼.
무엇보다 서비스 초기 단계에서는 프로덕트를 빠르게 만들고, 테스트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 과정은 UX팀 혼자서만 고민한 게 아니라 다른 여러 팀들과 함께 뭉치고 흩어짐을 반복하며 긴밀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문제 해결 중심으로 일하기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개발팀과의 일정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TPM, 비즈니스 문제부터 프로덕트까지 함께 고민하고 방향을 잡아가는 PO 등 전문성을 가진 조직과 TF형태로 긴밀하게 협업한다. 쿠팡이츠는 초기 단계부터 다 같이 프로덕트를 만들었기 때문에, 개발부터 QA까지 직군에 상관없이 본인의 관점에서 문제를 함께 고민했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서로 가감 없이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였기에, 의견의 근거가 탄탄해야 했다. 각자 리서치와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제품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넓게 피드백받기
동시에 여러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시각화 단계에서 힌트가 필요할 때가 있다. 이 때는 UX디자인팀 내부에서 리뷰를 받을 수 있는 세션을 활용했다. 각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이고, 히스토리를 모르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다양한 각도에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20명 내외의 리서처, 디자이너가 모여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피드백을 공개적으로 받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서로 자신의 문제를 가감 없이 꺼내고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은 덕분에, 긴박한 상황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빠르게 이해하고 공감하기
온라인 리뷰를 찾아보기도 하고 다양한 프로덕트의 고객을 직접 만나보면서 함께 학습했다. 쿠팡 UX팀은 아이데이션 단계에서부터 디자이너와 리서처가 함께 협업하여 ‘고객 관점’을 잃지 않도록 설계되어있다. 일주일에 1번 이상은 디자이너가 프로토타입으로 UT(Userbility Testing)를 진행하며 방향성을 잡을 때 고객의 피드백으로 검증해 나갔다.
데이터로 검증하기
1차적으로 다양한 피드백을 받은 기능은 AB 테스트로 결과를 재검증했다. 결과가 성공적이지 않아도 테스트는 끝나지 않는다. PO와 원인을 다시 고민해보고 새로운 가설을 적용하여 빠르게 다시 테스트해본다. 서비스 초기 단계에서는 고객의 피드백과 가설을 기반으로 프로덕트를 만들었고, 앞으로는 더 많은 테스트가 반복될 것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여러 팀원들과 함께 가설을 세우고, 목표를 만든다. 리서처와 함께 UT를 진행하며 아웃풋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AB테스트를 통해 한번 더 검증하고 더 발전시키거나 때로는 과감하게 버리기도 한다. 모든 일에 속도와 프로페셔널을 함께 놓치지 않는 전문가들과 협업해야 하는 과정 속에서 UX적인 관점을 단단히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배송만 빠른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의 호흡도 빠르게 움직였다.
제품 성숙도에 따른 디자이너의 역할.
유저가 10명 내외로 있을 때는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100 1,000 10,000 단위로 늘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서비스의 영향력을 체감하고 있다. 그렇게 제품이 단계별로 성숙해감에 따라, 디자이너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Stage 1에서 비즈니스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프로덕트에 반영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았다.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 업무의 범위는 더 넓고 깊은 이해를 요했다. 또한 서비스가 성장함에 따라 각 프로덕트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수 있도록 팀이 구성되었다. 앞으로는 Stage 1을 지나 쿠팡 이츠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UX를 함께 고민할 나갈 예정이다. 쿠팡에서 쌓인 노하우를 접목시켜 빠르고 안전한 배송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넘어서, '고객에게 어떻게 신뢰가 쌓이는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 '음식을 재미있게 고르고, 기대하며 기다리고, 맛있게 즐기는 WOW경험은 무엇인가' 등 다양한 질문들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과거에도 업무의 범위가 화면 기획부터 픽셀 디자인까지 다양했지만 UX Designer, UI Designer, 서비스 기획 등 직군을 명확하게 말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프로덕트를 설계하는 디자이너’라는 의미를 인지하고 일을 하고 있다는 건 새로운 느낌이다. 쿠팡이츠의 전반 경험을 함께 고민하면서 무엇보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가진 그 의미와 역할을 다할 때 보람을 느낀다.
Written by Jenn
Illustration by Jenn
아직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로켓배달' 쿠팡이츠에서 따끈한 한 끼를 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차가운 음식은 차갑게,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먹을 때 정말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