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에게 요즘 침대를 만들러 공장을 찾아 다닌다는 얘기를 하면 다들 의아해했다. 하지만 메모리폼 매트리스라는 얘기를 꺼내면 다들 갖고 싶은데 백화점에서는 너무 비싸다고 좀 싸게 만들어 달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그래 사람들의 인식속에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NASA에서 만든 T사 였다.
몇년 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짭테라가 떠올랐다.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수입 브랜드는 라이센스 비용, 물류비, 백화점 입점료 등의 비용 때문에 판매가가 제조원가 대비 훨씬 높게 뛸 수 밖에 없다. 수입 브랜드와 똑같이 만들어서 절반 이하의 가격에 판매하기. 그건 어떨까?
그럴듯한 아이디어에 공장장님은 처음부터 난색을 표했다. "T****r 써본 사람 직접 만나봤어요? 은근히 불만들이 많습니다." 아.. 만나봐야겠다. 기본적으로는 스프링에서 벗어나면서 신세계를 경험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알음알음 만난 실제 사용자들은 조금씩 아쉬움을 표했다.
1. 몸이 깊이 잠겨서 허리를 받혀주는 느낌이 없다.
"처음에 백화점에서 누웠을 때는 정말 편했는데 몇일 자보니깐 너무 푹 꺼지는 느낌이 들더라고. 허리쪽은 탄탄하게 받혀주면 좋겠는데 허리도 침대 아래로 너무 깊이 잠기는 것 같아서 나랑은 안맞는 것 같아."
- 허리가 안좋은 남편을 생각해 혼수로 샀지만, 1년째 적응을 못하고 있는 임신 4개월차 예비 엄마 -
2. 여름에 덥고 겨울에 딱딱하게 굳는다.
"남편이 열이 많은 편인데 여름엔 너무 더워서 괴로워해. 나는 에어콘을 틀고 여름 이불을 깔면 괜찮던데, 남편은 끝내 못견디고 방바닥에 내려가서 잘때가 많아."
- 4살 딸아이 육아와 교육 사업을 병행하는 슈퍼맘. 86년생 -
"겨울에 보일러 끄고 외출하고 오면 침대가 약간 굳어 있는 느낌이야. 한 20분 지나면 괜찮은데 그래도 처음 딱 누웠을 때 너무 딱딱하니깐 불편하더라고. 그리고 매장에서 전기장판 쓰지 마라고 했는데 아내가 워낙 추위를 많이 타서 그냥 쓰고 있어 "
- S전자 7년차 과장. 난방비 절약을 위해 보일러는 최소화하고 전기 장판을 사용함-
3. 활동성이 떨어져 부부관계에 어려움이 있다.
"결혼 준비 카페를 보니까 신혼 때는 탬퍼를 추천하지 않는 경우도 있더라고. 침대에서 잠만 자는 건 아니잖아. 때로는 활발하게 움직일 때도 있는데 그때는 좀 아쉽지. 바운스가 없다고 해아하나..^^; 그리고 돌아 눕거나 움직일 때 너무 질척거리는 것 같아. 침대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느낌이랄까?"
- 신원 공개를 거부한 고등학교 친구 -
똑같이만 만들면 될 줄 알았는데. 그리고 직접 사서 분해를 해보았기 때문에 똑같이 만드는 것은 공장장님의 기술력이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일이었다. 머릿속으로는 똑같이만 만들면 될 것 같았는데. 직접 고객을 만나보니 그들의 입가에 맴도는 한끝 아쉬움이 마음속에 걸렸다.
그래 처음부터 다시하자. 원래 오래 걸려도 제대로 만들려고 했잖아. 벌써 몇달 간의 reverse engineering으로 해가 바뀌었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래 체형이 다르고 날씨가 다르고 살아온 문화가 다른데 똑같이 만들어서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