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하다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허리디스크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다. 한 번은 중년 여성 고객의 전화를 받았다. 막내아들이 며칠 전에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고 수술을 했는데 우리 매트리스를 써도 되냐는 내용이었다. 덩달아하는 말이 집안 남자들이 허리가 다 안 좋단다. 남편도 측만증 때문에 몇 년째 고생 중이고 큰아들도 허리에 문제가 있어서 잠자리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중에 판매 중인 유명한 매트리스는 거의 다 사용해봤는데 여전히 허리에 좋은 매트리스를 만나지 못했다며 한참을 하소연한 기억이 난다. 거의 한 시간을 통화하고 믿음 반 의심 반으로 결제한 그녀는 다행히 침대가 잘 맞는 모양인지 체험 기간인 100일이 지나도 반품이나 환불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비슷한 케이스로 목디스크 수술을 한 동생 침대를 구매한 형도 있었다. 목과 침대가 무슨 상관인지 싶겠지만 목디스크나 일자목 환자에겐 베개 높이가 매우 중요하다. 베개 높이는 단순히 베개의 모양만 가지고 따질 수 없는 것이, 매트리스가 푹신하면 베개 높이는 낮아질 것이고 단단하면 상대적으로 베개 높이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용하는 매트리스가 어떤 경도를 지니고 있는지에 따라 베개도 맞춰서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따라서 동생의 목이 걱정됐던 형이 상담을 요청한 건 아주 잘한 일이었다.
‘딱딱한 침대가 허리에 좋다'는 흔히 잘 못 알고 있는 침대에 관한 상식 중 하나다. 물론 완전히 잘 못 됐다는 건 아니다. 다만 딱딱한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딱딱한 침대는 어떤 것인가. 허리에 좋으려면 어느 정도로 딱딱한 침대에서 자야 할까? 시중에 판매 중인 매트리스의 경도를 나눠보면 대략 이렇게 구분할 수 있다.
돌침대=흙침대> 스프링 침대> 라텍스 침대> 메모리폼 침대> 물침대(?)
물침대는 빼도 좋다. 아무튼 돌침대나 흙침대가 가장 단단하고 메모리폼으로 만든 침대가 가장 푹신하다. 그럼 허리에 좋으려면 돌침대에서 자는 게 좋다는 소리일까? 만약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침대를 써야 하는지에 대해 묻고 싶다. 바닥에서 보일러 켜고 자는 게 비싼 돌침대 쓰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이득이 아니냐는 말이다. 돌침대나 흙침대가 나름의 장점이 있겠지만(원적외선, 음이온, 게르마늄 같은 유사과학들) 솔직히 이야기하면 내가 아는 침대 상식에선 다소 벗어나 있으므로 본 글에선 제외하도록 하겠다.
어쨌든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단단한 침대란 스프링 침대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상담을 진행했던 디스크 환자들은 스프링 매트리스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많았다. 의사가 너무 딱딱한 침대를 쓰지 말라고 한 경우도 있지만 경험상 스프링 매트리스를 사용하니 허리 통증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딱딱한 침대의 단점이 뭔지를 매우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바로 허리가 공중에 뜨는 것.
인체의 허리는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바로 눕든 옆으로 눕든 바닥이 단단하면 곡선을 따라 허리와 침대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긴다. 이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허리의 주변 근육들이 자는 동안 지속적으로 긴장상태에 놓인다. 당연히 허리에 무리가 간다. 재밌는 건 그렇다고 반대로 너무 푹신한 침대를 써도 안된다는 점이다. 이유는 매우 간단한데 허리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해서 척추가 밑으로 둥글게 휘기 때문이다. 역시나 허리가 아플 수밖에.
그럼 도대체 어떤 매트리스가 허리에 좋은 건가. 정답은 적당한 매트리스다. 적당히 푹신하면서 적당히 단단한 매트리스 말이다. 그렇다고 라텍스 매트리스를 사용하겠다면 말리고 싶다. 라텍스는 아직까진 라돈에 노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메모리폼이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발전된 형태의 매트리스 소재가 개발됐는데 그냥 스프링, 라텍스에 머물러 있기엔 좀 아쉽지 않은가.
라텍스에 관해 궁금하다면 이 글을 참고하시길 https://brunch.co.kr/@fatoy01/26
근데 이 적당한 이라는 게 상당히 모호한 표현이다. 그 모호함을 명확함으로 바꾸기 위해 살면서 침대 레이어링이라는 걸 회사에 들어와서 처음 해봤다. 수십 장의 폼을 쌓아놓고 최적의 조합을 찾으려고 몇 날 며칠 동안 수백 번은 뒤집어엎은 것 같다. 무겁기는 또 더럽게 무거워서 한 번 레이어를 쌓고 다른 조합을 쌓으려면 장정 둘이 달라붙어서 폼을 한 층씩 옮겨야 했다. 매일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몸을 움직이니 서서히 윤곽이 잡혀갔다. 다 겪고 나서 문득 생각난 건데 정말 이렇게 무식한 방법밖에 없었는지, 더 쉽고 빠르고 현명한 수단을 개발할 수도 있진 않았는지 대표님들께 물어봤지만 직접 누워봐야 한다면 양보를 하지 않더라.
아무튼 수도 없는 내부 테스트와,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한 외부 의견까지 취합하자 우리가 의도한 느낌의 침대가 나왔다. 누웠을 때 첫 느낌은 푹신하고 부드러우면서 어깨와 엉덩이의 압력은 적절히 분산해주고 허리를 견고하게 받쳐주는 침대. 그래서 오래 누워도 허리가 아프지 않고 푹 빠져서 허우적 대지도 않는 ‘적당한 매트리스’. 공자가 이야기한 중용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용자들 사이에선 만족도가 높다. 수입 메모리폼 매트리스가 가진 단점들을 보완하고 기존 스프링 매트리스의 아쉬운 점을 보완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바로 누워자도 허리가 아프지 않고 옆으로 누워도 어깨가 짓눌리지 않는다.
정리해보자. 딱딱한 침대가 허리에 좋다는 건 착각이다. 그렇다고 수입 메모리폼 매트리스처럼 서양인의 체형에 맞춘 너무 푹신한 침대도 좋지 않다. 적당히 푹신하고 적당히 견고한 침대를 사용해야 허리를 비롯한 관절 건강에 좋다. 그런 걸 어디서 찾냐고? 우리가 이미 만들었다니까? 믿기지 않는다면 진짜 와서 그런지 한번 확인해보자. 원래 처음엔 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