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바쁘게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한된 시간안에 최대한 많은 업무량을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전체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인데, 삼성전자와 NHN등의 대기업들은 '딥워크'를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보고 있다. NHN의 경우 월 근무 시간 총량은 유지하되 일 근무시간을 최소 4시간에서 최대 10시간까지 자유롭게 하는 뉴 퍼플타임제 도입과 함께 업무 성과 유지를 위한 딥워크 캠페인 역시 도입하고 있다.
'딥워크(Deep Work)'는 사람의 인지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완전한 집중의 상태에서 수행하는 직업적 활동을 뜻한다. 미국 명문 대학교인 조지타운 대학교 (Georgetown University)에서 컴퓨터 공학 교수로 재임 중인 뉴포트 교수는 자신이 교수로서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술의 사용을 멀리하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대의 기술들은 사람들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동시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현저하게 줄어들게 만든 주범이다. 그 중에서도 집중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기술으로는 소셜 미디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서 소셜 미디어 계정을 확인하고, 굳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좋아요나 댓글이 달릴 때마다 울리는 알림 때문에 주의력이 분산되는 상황을 겪는다.
소셜 미디어에서 받는 알림을 모두 꺼놓더라도 비슷한 방해 요소들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은 업무 상황 속에서 계속해서 날아드는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무시하고 필요한 일에만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하루 중간중간 꼭 참여해야 하는 미팅이나 상사 혹은 동료와의 잡담들과 같은 작고 다양한 요소들로 부터 끊임 없이 방해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방해 요소들에 익숙해지다 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게 우리의 업무 생산성이 크게 하락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딥워크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뉴포트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딥워크의 중요성 뿐만 아니라 이를 실천하는 방법 역시 소개한다. 그는 간단하게는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 동안에 스마트폰을 쓰지 않고 집중하는 법이나 스마트폰과 개인 PC에서 받아보게 되는 알람을 잠시 꺼두는 법에서 부터 본질적인 딥워크를 실천하는 수도승 방식, 이원적 방식, 운율적 방식, 그리고 기자 방식에 대해서 설명한다.
1. 수도승 방식 (Monastic Strategy)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수도승 방식은 피상적인 일(지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종종 다른 곳에 정신을 팔면서 수행하는 부수적인 작업)을 전부 없애거나 크게 줄여서 딥워크를 위한 시간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 방식은 하나의 큰 목표를 추구하고 한가지 일을 특출나게 잘 하는 것이 직업적 성공에 있어 중요한 사람들이 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유명한 과학 소설가인 닐 스티븐슨은 피상적인 일을 최대한 줄여나가기 위해 그에게 보내는 이메일에 답변조차 하지 않는다. 컨퍼런스나 참석하고 이메일을 꼬박꼬박 답변을 하며 질 낮은 소설을 발표하는 것 보다 그의 본업에 온전히 몰입하여 꾸준하게 좋은 소설을 출간해내는 것이 그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이다.
2. 이원적 방식 (Bimodal Strategy)
유명한 심리학자이자 뛰어난 저술가인 카를 융은 수도승 방식을 따르지 않고서도 그 만의 방식으로 딥워크를 해냈다. 그는 글을 쓸 때에는 해당 작업을 방해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차단하고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학회나 여러 작은 이벤트등에 참석하는 등 피상적인 작업을 없애지는 않았다. 대신 시간을 분명히 나누어 일부는 딥워크, 나머지는 피상적인 일들을 포함한 다른 일들에 할애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에는 수도승 방식을 택하기 어려운데, 이것은 심층적이지 않은 일에 상당한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직업적 성공을 이뤄낼 수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와튼 경영대학원의 교수이자 수 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애덤 그랜트 교수 역시 이원적 방식으로 딥워크를 실천하고 있다. 한 학기에는 강의에 몰두하고, 다른 학기에는 연구에만 온전히 몰입하는 방식이다. 그랜트 교수가 딥워크 상태에 들어갔을 때에는 소설가 스티븐슨과 마찬가지로 "자리에 없습니다" 라는 알림 메일을 설정해두고 오로지 연구에만 몰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3. 운율적 방식 (Rhythmic Strategy)
브라이언 채플은 박사 논문을 작성하던 중 대학 교수로서의 정식 일자리를 제안 받게 되었고, 직업적으로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그 제의를 받아들였으나 정작 논문 작성에 집중할 수있는 시간이 부족해졌다. 결과적으로 그는 아침 5:30에 일어나 7:30까지 하루 두시간 정도 딥워크 모드에 들어서서 논문을 작성하기로 결심한다. 이로 인해 그는 하루에 3~4쪽, 2~3주에 논문 한 챕터 분량을 완성해낼 수 있었고, 효과가 좋아서 딥워크 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4:45분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처럼 운율적 방식은 딥워크를 하려는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흔하게 채택되는 방법이다. 수도승 방식이나 이원적 방식과는 다르게 운율적 방식은 한 번에 많은 결과를 도출해내기 보다는 꾸준하게 조금씩 장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이메일을 확인하고 미팅에 참석해야하는 등 피상적인 업무가 필수적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합한 방법이다.
4. 기자 방식 (Journalistic Strategy)
이 방식은 뉴포트 교수가 기자들이 마감을 지켜야하는 그들의 일의 속성상 언제든지 집필 모드로 전환하도록 훈련 받는데서 이름을 따온 방식으로 뉴포트 교수가 가장 선호하는 딥워크 방식이다. 기자 방식의 딥워크는 일과 중에라도 언제든지 시간이 날 때마다 딥워크를 하는 방식인데, 이를 효과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으로 '미국 최고의 잡지사 기자' 중에 한명으로 선정되고, 벤저민 프랭클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쓰고, 타임지의 편집장 자리에까지 올랐던 기자인 월터 아이작슨이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대표한다.
이 방식은 딥워크 초심자 보다는 하루 중 어느 시간에라도 몰입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는 상황이라면 곧 바로 딥워크 모드로 전환하여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훈련이 된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뉴포트 교수는 훈련이 필요한 온전한 기자 방식 보다는 하루 일과를 확인하고 시간을 쪼개어 딥워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어느정도 미리 계획해 두는 중도적인 방식을 추천한다.
직업적 성공을 위한 마법의 키워드, 딥워크
글로벌 오피니언 리더들과 기업들 역시 딥워크의 필요성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카를 융은 딥워크가 필요할 때마다 산속의 돌로 지은 움집에 들어가 자신을 주변의 방해 요소로 부터 고립시켰다. 미국의 44대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경우 저녁형 인간으로 유명한데, 그 역시 늦은 시간에 독서, 연설문 작성이나 수정, 메모 작성, 문서 확인이나 사색에 잠기는 일에 몰두하며 필요한 업무를 처리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세일즈포스(Salesforce), 에버노트(Evernote), 트렐로(Trello)와 같은 세계적 기업들 역시 딥워크에 주목하며 어떻게 딥워크를 업무에 적용해야 각 직무에 맞게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하고 있다. "여섯살 짜리 아이도 스마트폰을 통해서 해낼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큰 보상이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유려한 알고리즘, 법률 자문서, 혹은 산문을 쓰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깔끔하게 분석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의 인스타그램 팔로워수가 몇 명이든지에 관계 없이 사람들은 당신을 찾을 것입니다." 라는 뉴포트 교수의 말을 따르며 말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회사에 늦게 까지 남아 오랫동안 야근을 하며 많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이제 더 이상 생산적이라 방식이라고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주어진 시간 내에 집중력있게 주어진 업무량을 처리하고 업무 시간이 아닌 시간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시대가 다가왔다. 한정된 시간안에서 최대의 업무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업무에 관계없는 방해 요소를 모두 차단하고 이메일이나 업무 메신저 확인 그리고 미팅 참여에 소요되는 시간들에 대해서 미리 계획하고 최소화하여 딥워크의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