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과 학생 윤수는 요즘 주변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앞으로는 코딩을 모르면 문맹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잡아먹고 있다."
정확히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프로그래밍을 배우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게 또 뭐가 이렇게 많은지... 어떤 걸로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그래서 공대생 친구들에게 물어본다.
친구 1: "일단 가장 기본인 C부터 배워."
친구 2: "한국에서 제일 많이 쓰는 자바부터 배워."
친구 3: "파이썬이 배우기 쉬워."
친구 4: "요즘은 자바스크립트가 대세지."
누가 정답일까?
사실 이 중에 "틀린" 사람은 없다. 각자 관심 분야와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다음 달에 아이폰 어플을 개발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곧장 스위프트를 배워야 한다. 내일모레까지 사이트 레이아웃을 완성해야 한다면 더 물을 것도 없이 그냥 HTML과 CSS를 시작하면 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첫 프로그래밍 언어를 추천하라면 내 톱 초이스는 단연 파이썬, 그다음은 HTML/CSS + 자바스크립트일 것이다.
이 3개의 기준으로 평가하였다:
1. 배우기에 얼마나 어려운 언어인가?
2. 이 언어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있는가?
3. 나는 프로그래밍으로 뭘 하고 싶은가?
*우연히 보게 된 CSDojo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너무 훌륭하게 정리해줘서 참고하였다.
나는 고등학교 때 C를 독학하는 것으로 프로그래밍에 입문했다가 금방 질려서 그만두었다. 창업에 관심이 생겨 다시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파이썬으로 배워보았다. 그제야 흥미를 느꼈고, 프로그래밍이 마냥 어렵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파이썬은 C보다 쓰기 쉽다. C로 수백 줄을 써야 하는 프로그램을 파이썬 몇십 줄로 쓸 수 있다. 파이썬 코드 몇 줄이면 쓸모 있고 흥미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Life is short, use Python"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물론 파이썬이 무조건적으로 C보다 좋은 건 아니다. 파이썬 프로그램은 C 프로그램보다 느리기 때문에 특정 업무에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건 지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첫 프로그래밍 언어로 "컴퓨터적인 사고력"을 익히고 나면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에, 일단은 배우기 쉬운 언어로 시작해라.
비교적 배우기 쉬운 언어:
- Python
- Ruby
- JavaScript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언어를 배우는 게 좋다. 세계에서 가장 큰 웹사이트들은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 살펴보자:
위 테이블에는 미국의 웹 서비스들만 정리되어 있다. 지역과 직군에 따라 요구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로켓펀치, 더팀스, 위시켓, 링크드인, 인디드, 사람인, 잡코리아 등의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직접 살펴보는 걸 추천한다.
인기가 많은 언어일수록 커뮤니티가 크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료들이 많고 가져다 쓸 수 있는 코드가 많다는 장점도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프로그래밍 커뮤니티인 스택오버플로우의 언어 점유율을 참고해보자.
이 중에서 HTML/CSS(웹 레이아웃), SQL(데이터베이스), Bash/Shell(Unix)은 아주 특수한 경우에 쓰이는 언어이기 때문에 제외하고 보자.
수요가 높은 언어:
- JavaScript
- Java
- Python
분야별로 자주 사용되는 언어가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1. 데이터 과학, 공학 => Python, R, MATLAB
2. 웹 프런트엔드 => HTML/CSS + JavaScript
3. 웹 백엔드 (서버) => Python, Ruby, JavaScript, Java, Go, C, C++, PHP 등
4. 아이폰 어플 => Objective-C, Swift (이제는 거의 Swift로 넘어갔다)
5. 안드로이드 어플 => Java, Kotlin (슬슬 Kotlin으로 넘어가고 있다)
6. 게임 개발 => C#, C++
7. 임베디드 시스템 => C, C++
앞서 이야기했듯 당장 급히 배워야 하는 언어가 있으면 그 언어를 배우면 된다. 교수님이 연구실에서 다음 주부터 C언어를 쓴다고 하면, 뭐 어쩌겠나? 그냥 당장 C를 배우는 수밖에.
하지만 조금 더 여유롭게, 제대로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싶다면 이 포스트에 나와 있는 세 가지 기준을 고려해서 결정하는 걸 추천한다. 배우기 쉬운 언어로는 파이썬, 루비, 자바스크립트를 선정했고, 수요가 높은 언어로는 자바스크립트, 자바, 파이썬을 선정했다. 두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언어는 파이썬과 자바스크립트이다.
이 중 무엇을 택할지는 3번 기준으로 결정하면 된다. 데이터 분석에 관심 있으면 파이썬부터, 웹 개발에 관심 있으면 자바스크립트부터 시작하면 된다. 참고로 자바스크립트를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HTML과 CSS를 알아야 한다!
데이터 과학과 웹 개발 둘 다 관심 없으면 자바스크립트보다는 파이썬으로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초보자 입장에서 파이썬 언어가 자바스크립트보다 깔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HTML과 CSS를 미리 배워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온라인으로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사이트가 굉장히 많다. 해외에는 Codecademy, Treehouse, Coursera, MIT OpenCourseWare 등이 있고 한국에는 인프런, 엘리스, 코드잇, 생활코딩 등이 있다.
국내외 서비스를 통틀어서 가장 추천하는 곳은 코드잇이다. 영어로 된 수업이 당연히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Codecademy나 Treehouse는 쉽고 재미있지만 막상 수업을 다 들어도 직접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반면 Coursera나 MIT OpenCourseWare는 대학 수업과 흡사하기 때문에 지루하고 어려워서 이수율이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코드잇은 내용의 깊이와 재미를 모두 잡았다. 심도 있는 내용을 난해하지 않고 간결하게 풀어내어 졸업률이 60%나 된다. 코드잇 수업 안 들은 사람은 있어도 하나만 들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수강 후기를 보면 정말 수강생들의 애정이 드러난다. 무료로 샘플을 들어볼 수 있으니 일단 한 번 해보도록.
Python으로 배우는 프로그래밍 기초 수업, HTML/CSS로 배우는 웹 퍼블리싱 수업, JavaScript로 배우는 인터랙티브 웹 수업을 모두 들으면 자신감을 갖고 프로그래밍 커뮤니티에 입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를 어디서 배워야 하는지 알았으니, 주저 말고 시작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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