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충주시 산척면 고구마 포스터와 강냉이포스터가 페북을 들썩들썩하게 만들었던 적이 있어요. 사실 B급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조악한 포스터였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우오오오아아아아아!!!! 굉장하다!! 대미친 큰미친의 연발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역시나 가장 큰 것은
'아니 공무원이?!? 이런게 가능하단 말이야??'
라는 프레임의 때려부숨 때문이었겠죠. 보통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디자인하면 왠지 딱딱하고 노잼같은 이미지가 강렬하잖아요. 그런데 저걸 컨펌해주다니!...신기방기했던거죠.
생각해보니 저도 디자인의뢰를 여기저기서 받다보니 공공기관의 프로젝트도 몇 번 했었던 것 같습니다. 지자체 행사포스터나, 정부부처의 캠페인프로젝트, 진흥원이나 협회, 재단 측의 행사브랜드 등을 담당했었죠. 그 때는 몰랐는데 시간 지나 생각해보니 늘 한결같이 비스꾸름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을 느끼고야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공공기관 디자인은 뭔가 제4의 세계가 있는 것이죠. 대략 공공기관 디자인의뢰가 들어오면 전 아가모토의 눈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14,000,605가지의 시안을 봤고. 그 중 하나의 컨펌 시안이 있었죠.
사무엘 잭슨 : 어머니...
그래서 예전엔 진심 공공기관 디자인은 가급적 맡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실 제 스타일도 아니었고, 딱히 그렇다고 금액이 대단한 것도 아니었거든요. 하지만..이젠 알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엔 공공기관들의 디자인도 굉장히 세련되고 예뻐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지금부터 예로 드는 것들은 어찌보면 연식이 좀 오래된 예시이기도 하죠. 하지만, 뭔가 관공서 디자인이 나쁘다기보단 그 고유의 특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공기관의 사업내용은 뭔가 전할 말이 많고, 정보도 많고, 뭔가 다양한 이해관계가 엮여있습니다. 때문에 로고의 위치부터 색깔, 넣어서는 안되는 이미지(이를테면 왜색이 짙은 벚꽃이랄지...), 또는 반드시 넣어야 하는 이미지 등등 뭔가 다양한 제한요소가 있죠. 자유도는 떨어지지만 뭔가 특정한 공식들로 구성되어 오랜 시간 유지되어온 특유의 색이 존재합니다.
오늘은 뭔가 일반적인 디자인과 비스꾸름하면서도..살포시 다른 그 세계를 슬쩍 엿보도록 하겠습니당!!~ 늘 그렇듯 이것은 지극히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자 웃자고 하는 소리가 반이므로 이대로 따라하시면 영 좋지 않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ㅎㅎㅎ 잘 필터링 하세용 :)
글자가 커야합니다. 사실 왜 그렇게 큰 글씨를 써야 하는지는 역사적인 미스테리이지만, 추측해보건데 아무래도 고위공직자분들 중에 작은 글씨가 잘 안보이는 분이 있을 수도 있고 또는 여태까지 그래와끼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여튼 중요한 건 일단 글씨는 적당히 커야 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론 뭔가 빽빽한 걸 좋아합니다. 하지만 여백에 관대한 곳들도 있죠. 하지만 여백이 충분히 들어갈 경우에는 가급적 가운데정렬을 추천합니다. 흔히 핀터레스트의 디자인을 생각하고 넓은 여백을 파격적으로 주었다간 파격적으로 까일 수 있습니다. 예시를 하나보면 이런 식이예요. 일단 공공기관 디자인은 여백을 줄래야 주기 힘든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실 이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왜냐면 자세히 설명해야 하고 뭔가 절차가 많고 복잡하기 때문이죠.
네 예시로 보자면 이런 식이에요. 대상, 장소, 내용, 기간/일시, 방법, 서류, 문의 등등... 뭔가 들어갈 내용이 빼곡하죠. 여백을 준다는 것 자체가 사실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굳이 여백을 준다면 아래처럼 가운데에 그림 넣고 윗쪽을 빼는 식입니다.
네 그것을 쓰도록 합시다. 나눔체를 좋아합니다. 특히 왠진 모르겠지만 뭔가 살짝 위아래로 눌린듯한 느낌의 폰트를 좋아하더라구요. 왜 그런고....하고 생각해보니 아마 예전부터 돋움과 굴림에 익숙해져 계셔서 그런거 아닌가 싶습니다. 원래 디자인취향이란 건 익숙함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거든요.
아무래도 관공서의 느낌상 초록~파랑 계열의 색상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신뢰 뭐 그런 컬러의 의미도 있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파란색은 남성들이 압도적인 비율로 선호하는 색이거든요. 이건 학습에 의해서 길들여 진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아무래도 남성비율이 훨씬 많은 관공서의 특징도 한몫하지 않았나..싶습니다.
구글에 공공기관 디자인이라고 쳐보니...이런저런 디자인자료들이 나오는데 거의 초록~파랑 계열의 색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신기할 정도죠.
진짜 프리픽 짱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혹시 프리픽이 뭔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 알려드리자면 여러 사람들이 만든 디자인소스를 한 데 모아놓은 플랫폼 사이트입니다. 다양한 일러스트, 사진, 포토샵파일 등을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어서 많은 디자이너분들이 소스로 활용하곤 하죠. 제 생각엔 공공기관이 프리픽을 사랑한다기 보단 공공기관이 의뢰하는 디자인업체에서 프리픽으로 소스바르기를 시전하곤 하는데 이게 유구한 역사와 전통으로 자리잡으면서 그냥 눈에 익숙해진게 아닌가 싶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자주쓰는 언스플래쉬나 리틀비쥬얼스 등의 사진들은 공공기관엔 먹히지 않습니다.
이런 이미지들은 클립아트 코리아에 존재하죠. 막 사람이 주먹쥐고 하늘로 웃으며 타앗!!..거리는 사진이나 희망찬 미래를 향해 온 가족이 손잡고 달려가는 보험회사 광고같은 사진이나,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사진등등..이런 컨셉사진들이 중요하거든요.
일단 이유를 묻지말고 로고는 크게 넣어야 합니다. 보통 로고의 색이 전체 컨셉과 충돌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넣어야 합니다. 화이트로 빼거나 이러면 안됩니다. 그냥 넣는 겁니다.
실무자님에겐 사실 별 권한이 없습니다. 진짜 디자인은 시안을 넘긴 다음부터가 시작입니다. 이제부터 팀장, 부장, 관장, 센터장, 부서장, 등등... 온갖 장들의 컨펌을 견뎌내야 하거든요. 예쁜 시안보다 방어력이 높은 시안이 더 좋습니다.
요청자료는 빨리 오지 않습니다. 관공서 특성상 취합에만 많은 시간이 걸려요. 결재 받는것도 쉽게 끝나지 않구요. 뭔가 자료를 드릴께요! 라고 실무자가 얘기했다면 내일 오후쯤...이겠거니 라고 생각하시는 게 비교적 속이 편합니다.
텍스트나 이미지에 그림자를 넣는 걸 좋아하는 곳도 있습니다. 좀 많습니다. 특히 그림에 액자테두리를 해달라는 곳도 있습니다. 물론 용납못할 액자이미지에 도저히 안되겠어서 투쟁을 벌여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결국 액자의 힘에(정확히는 센터장님의 힘에) 굴복하고 말았죠. 액자..당신은 대체...
물결을 사랑합니다. 특히 파란색의 휘이이~~물결치는 그런 미래적인 이미지를 더욱 좋아합니다.
손글씨체를..묘하게 좋아한단 말이죠.... 저 위 리플렛에 쓰인 폰트는 아마 캘리그라피 작가가 직접 쓴 것 같습니다. 저런 건 예쁜 편에 속하죠. 가끔 나눔펜글씨체 같은걸로 그냥 쓰는 경우도 있던데...흐음..참... 그리고 뭔가 파스텔톤의 저런 플랫한 컬러도 좋아합니다. 물론 디자인물이 어떤 성격의 것이냐에 따라 좀 달라요.
그런것엔 손그림을 넣어주세요. 손으로 그린 그림말고 그냥 진짜 손 이미지. 특히 안고있고 잡고있고 하이파이브하고 있고 하트그리고 있고 그런 손.
슝슝 거리는 물결과 그라데이션을 옅게 은색으로 깔아주고 돋움체로 볼드넣어서 가운데에 콕.
이런거. 잘린 머리 이미지. 머리 안엔 태엽이 돌아가든 뭐가 튀어나오든 전구가 깜박이든 그런 느낌입니다.
이런거. 서울시는 디자인을 비교적 예쁘게 잘 뽑는 것 같아요. 특히 아이소메트릭이나 이런 2D아트웍을 빡시게 잘하더라구요. 종종 오!!! 굉장히 이뿌다!! 스러운 것들도 많아요. 특히 문화관련 행사에선 이런 컨셉이 많더라구요. 실제로 서울시엔 능력있는 디자이너들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점점점 찍혀있고 선으로 연결된 이미지, 우주적인 느낌의 배경, 로봇 손, 알파고 머리같은 이미지, 4를 어찌어찌 형상화한 느낌, 또는 막 01000101001011101..이런 2진법이 가득한 그런 이미지 등을 챡챡 넣어줘요.
뭔가 묘하게 다들 비슷한 느낌이랄까. 저 점점점 찍혀있는 이미지(뭐라 해야할 지 모르겠다..) 저건 왜 저렇게 좋아하는 거지..;;;
폰트는 큰 걸 좋아하지만, 또 대제목/중제목/소제목/본문 간 위계는 분명해야 해요. 특히 입찰제안서 등등에선 더더욱 말이죠. 그러니 대제목이 얼마나 커야 하는 지는 대략 짐작이 되시죠?
여기서 잘보인다는 건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시지각원리에 의한 잘보임이 아닙니다. 관습과 익숙함에 의한 '잘보이는 느낌' 이 더 중요해요. 밑줄! 색깔박스! 볼드! 그라데이션! 크게! 색깔폰트! 보색대비! 이런걸 써서 튀게 만드는 거예요. 네 정확히는 잘보이게가 아니고 '튀게' 라는 게 맞겠네요.
꼭 달라고 하셔야해요. 작년에 어떻게 했냐고. 그리고 지금 결정권자가 작년에 계셨던 그분인지도 확인해주시는 게 서로의 심신을 위해 이롭습니다. 실무자도 사실 죽을 맛이거든요. 디자이너만 힘든게 아닙니다. 가운데 껴서 다시 해! 다시 해!!~를 듣는 건 실무자니까요. 그러니 서로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며 곱창에 소주를 기울이진 못하더라도 무언의 참고자료를 주고받는 것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