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클라이언트들의 고민 중 하나입니다. 브랜딩에 수백~수천을 쏟아붓고는 싶은데(실제로 쏟아붓기도 하고) 그게 매출로 이어질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의뢰를 망설이는 경우.
대부분 브랜딩을 언급하는 글에서는 매번 배달의민족, 산돌, 질레트, 애플, 현대카드, 화웨이, 알리바바 등 대단히 대단한 곳들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런저런 주장을 하는데... 이번 글은 그런 대단한 기업 얘기가 아니라 실제로 제가 했던 조그맣고 평범한 기업들의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브랜딩에 돈을 쏟았다.
를 얘길하려면 먼저 정의내려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브랜딩은 뭔가. 난 뭐에 돈을 쓴걸까. 정말 그게 브랜딩이긴 했을까?
브랜딩과 마케팅을 구분한다는 건 겁나 민감한 일이더라구요. 서로 부심이 쩔어서인지 조금만 영역을 넘어와도 '그건 마케팅이지!!' , '그건 브랜딩이지!' 하면서 갑론을박 오져버리니까요.
브랜딩은 확실히 의식/심리적인 단계의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마케팅은 좀 더 행동, 공식, 루트, 설계단의 이야기에 가깝죠.
일단 인식을 하고, 행동이 이루어지는 법이니까요. 혹시 여기서부터 빼액!!! 하실 수도 있는데 끝까지 들어보세요. 브랜딩과 마케팅은 인과관계처럼 미묘하게 비슷하면서 분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오늘 매출얘기를 해야하니 조금 재미없고 딱딱하게 가볼께요.
매출은 돈에 관련한 얘깁니다. 숫자죠. 숫자니까 법칙이란 게 존재합니다. 매출은 A를 주고 B를 얻는 거예요. 그러니 교환관계에 있습니다.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 진 사실 몰라요. 이걸 표현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함수죠. 중딩때 배웠던 1차함수를 볼께요.
y=nx
이건 브랜딩입니다. x는 브랜드고 y는 인식입니다. 매출일수도 있겠네요. 원래 내가 x를 줬으면 고객도 동일하게 인식해야 하니까 y=x관계가 제일 이상적일 거예요. 하지만 브랜딩은 고객의 마음 속 필터를 거치죠. n입니다. 어떤게 곱해질지는 모르죠. 그게 마이너스일수도 있고, 플러스일수도 있어요. 브랜딩전략의 역할은 n값이 1에 수렴하도록 조정하는 일입니다.
마케팅도 함수관계에 있습니다. 매우 비슷하죠. 하지만 마케팅의 경우는 n의 값을 높이고 그걸 유지하는 데에 집중해요. 다음을 볼께요.
y=x(n+1)-4
(n+1)-4 부분은 x가 어떤 공식내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변환되는 지를 규정합니다.
n값에서 1을 뺀 후
그 값을 x에 곱하고
거기서 4를 빼자.
라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의미합니다.
구매버튼을 누르는데 불필요한 배너를 없애고
링크로 바로 연결할 수 있게 만든 후
결제를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로 연동해서 쉽게하자.
이런 식으로 행동과 법칙을 규정하니까요. 그래서 마케팅은 n값을 극대화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흔히 ROI라고 부르는 것이죠.
마케팅은 단순히 알리는 영역이 아니라, 그 이후의 단계에 대한 설정도 포함합니다. 알려서 찾아오고 싶은 고객들을 편하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합니다. 구매 이후의 CS체계도 잡습니다. 고객관리와 구매고객 대상 이벤트 등등을 통해 리텐션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은 순환관계에 있습니다. 고객들을 빤짝 모았다가 담에만나요~해버리는 식의 이벤트가 아니죠.
네 맞아요. 모든 기업의 움직임은 수익창출을 위한 겁니다. 숨쉬는 것도, 봉사활동도, 직원들 밥주는 것도 모두 수익창출을 위한 일련의 행동들입니다. 직원복지가 쩔어버려서 다들 침대에서 일을 한다고 해도 결국은 그걸 통해 돈 많이 벌어와!!! 하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니까요.
김봉진대표님이 '배민다움'에서 언급하신 내용이 있었어요. 기업이 있고 브랜드가 있는게 아니라 브랜드를 위해 기업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오.... 정말 크게 동의합니다. 누군가가 의지가 있었고 그래서 사람을 모았고 일로 만들어보자!! 해서 생겨난 것이 기업입니다. 그래서 서로가 뜻을 모아 그 결과를 +값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거죠. 그러니 사실 브랜딩철학이 먼저있고 기업이 나중에 있는 게 맞습니다.
단, 그건 철학에 대한 얘깁니다. 구체적인 브랜딩전략과 행동은 일을 하면서 꾸준히 발생하고 이어나가야 할 '업무'의 영역입니다. 이건 기업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 되어야 하죠. 그리고 그 업무는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맞습니다. 당장 단기적인 매출이 아니더라도 멀리보고 밑밥을 던지고 복선을 까는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 측정자체가 어렵다.
레알로 중요한 부분입니다. 사실 이것에 대해선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먼저 언급할께요. 으 과학 싫어...하고 소름이 돋는 분은 건너뛰세요.
불확정성원리는 양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측정 불가능하다는 이론이예요.
무언가를 관측하기 위해선 빛이 필요해요. 빛은 광자라는 물질과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띠고있죠. 그래서 에너지란게 있어요. 요즘 같은 날 햇빛을 쬐면 온몸이 타버릴 것 같은 이유도 강려크한 에너지가 피부를 때리기 때문이니까요.
관측을 하기 위해 들여다보는 순간 광자가 주변의 전자에게 에너지를 부여하게 되요. 힘을 얻은 전자는 기분이 좋아 이리저리 뛰어다니죠. 이 정신사나운 전자가 광자를 어지럽게 만들고 다시 반사된 광자는 우리에게 엉뚱한 값을 선사합니다. 때문에 관측자체가 관측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모순에 빠져드는 거죠.
브랜딩도 비슷합니다.
브랜드가 제대로 되었는지와 그게 어떤식으로 행동으로 발현되는 지에 대해 관측값을 찾기가 상당히 모호한 부분이 있어요. 제가 요근래 삼분의일 매트리스를 사려다가 잠시 포기했거든요. 그래서 이 사례를 좀 들어볼께요.
1. 삼분의일 매트리스를 알고있다고 해서 당장 꼭 사는 건 아니다.
2. 긍정적이미지만 있을 뿐 이름을 기억못할 때도 있다.
3. 누군가에게 전달해서 다른 사람이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4. 구매의 시점이 언제가 될 진 장담할 수 없다.
5. 구매이외에 다른 프로그램(워크샵, 강의, 이벤트)등에는 참여한다.
6. 또는 별다른 브랜딩과 관계없이 그냥 디자인 때문에 사는 경우도 있다.
7. 사고나서 오히려 이미지가 안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등등... '알고있다' 라는 인식 다음에 벌어지는 행동의 경우의수가 너무도 다양합니다. 이걸 일일이 측정하려면 엄청난 공수가 들어갈 거예요. 불가능하진 않을겁니다. 고객들의 행동을 트래킹하고 심층면접을 하거나, 히스토리를 계속 체크할 수도 있고, 구매고객의 로그를 분석(불법입니다.)할 수도 있고.. 취조를 할 수도 있죠. 최면을 걸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현실적으론 이렇게까지 하는 곳은 없어요.
분명 삼분의일 매트리스는 좋은 제품일거예요. 일반 매트리스에 비해 원가를 절감했고 품질은 유지했다는 것도 알겠어요. 택배로 배송되니 용달비를 안내도 돼요. 네 맞아요, 그곳은 저에게 구매욕구를 주었어요. 에너지를 주었죠. 삼분의일이 광자가 된거고 전 전자가 된거예요. 침대구매에 뽐뿌를 받은 저는 이런저런 다른 침대를 뒤적거리다가 엉뚱하게 무인양품 침대를 사버렸어요. 뭐지?......
물론 다음번엔 삼분의일을 사볼거예요. 가격은 사실 똔똔이거든요.
제 브런치를 볼께요. 제가 브런치를 시작한건 1년 전이예요. 지금은 9,300명 정도되는 사람들이 모였고 250만뷰가 넘었어요. 책도 냈어요. 사실 돈이 딱히 들어가는 일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엄청 들어갔죠. 매출로 이어졌느냐! 네 맞아요. 작년대비 매출은 10배 이상 뛰었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보고 왔는지는 제각각이예요. 제가 회사소개서에 대해 글을 썼다고 회사소개서 의뢰가 오지 않아요. 심지어 어떤 분은 '넵병' 이후에 그냥 꾸준히 읽기만 하다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생각나서 연락주셨대요. 분명 밑밥은 있지만 인과로 연결시키기엔 비약이 있어요.
● 측정한다고 해도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
어떻게 어떻게 정량지표를 만들어서 측정을 해봤다고 쳐요. 이번 오프라인 행사에 150명이 모였고 그중 30명이상의 가입고객을 유치하고 싶어요. 그래서 유치를 했어요. 이건 브랜딩이 된건가요?....
현장분위기에 휩쓸렸을 수도, 아니면 은근 압박감에, 또는 그냥 기분에, 아니면 선물을 받기위해... 다양한 요소가 작용했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 이후 그들이 가입상태를 유지하고 구매로 이어지는 가를 끊임없이 트래킹할 수 있나요? 이론적으론 그렇게 해야해요. 하지만 대부분은 안하죠. 그건 엄청나게 공수가 들어가는 일이예요.
수익창출이란 건 경제적으로 두가지 의미가 있어요.
- 많이 팔아서 수익을 높이는 방법
- 많이 아껴서 비용을 줄이는 방법
인풋을 줄이거나, 아웃풋을 늘리거나. 브랜딩은 엄밀히 인풋을 줄이는 쪽에 가까워요. 그럼 이런 반문이 돌아올거예요.
'아니 브랜딩하는데 계속 돈이 들어가잖아요. 근데 어떻게 비용을 줄여요!!?'
맞아요. 이렇게 대답할게요. 그건 당신이 브랜딩을 구축하기 위해 이것저것 만들고 정리하는 과정에 필요한 투자예요. 건물도 지을 때는 돈이 들어가요. 다 지어지고 입주를 해야 월세가 나오는거지. 한번 브랜딩이 제대로 구축되면 그 이후부턴 오히려 잡다한 비용의 낭비를 줄일 수 있어요.
1. 우리 고객은 페북을 안해요..것도 모르고 끊임없이 쏟아붓는 페북광고비를 줄여요
2. 맨날 만들때마다 새롭게 다시 만들어야 해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던 제안서도 하나로 통일할 수 있어요.
3. 컨셉이 확실하니 굿즈를 제작할 때도 기획시간이 줄어들어요.
4. 엉뚱한 것에 시행착오로 버리는 돈을 줄일 수 있어요.
5. 정확히 색깔이 드러나는 브랜드는 특정팬층을 확보해서 고정매출을 유도해요.
6. 이것저것 난잡하게 만드느라 직원들이 피곤해지지 않아요.
7. 한 사람에게 업무가 과중되서 그만두는 사원이 줄어들어요.
네, 브랜딩은 이런걸 위한 거예요. 비효율적이고 난잡한 행동들을 줄이고, 집중된 전략을 만들 수 있어요. 생산성을 높이고 내부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요. 제가 누누히 얘기했지만 브랜딩은 일을 벌리는 게 아니라, 현재 있는 일을 정리하고 쳐내는 것이 우선이예요. 기업입장에선 시간, 인력, 기회가 모두 비용이예요. 브랜딩은 쓸데없이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에너지와 아까운 시간, 놓쳐버린 기회등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요.
그렇게 수익을 늘리는 데에 기여해요. 우리가 로고를 바꾼다고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오지 않아요. 이건 명백해요. 그리고 우리기업이 좋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도 갑자기 달려들어서 구매하지 않아요. 매출이 아닌,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을 높이는 거예요.
이제 이론적인 얘긴 버리고 이런 얘길 해요. 저는 지금도 내일도 일하는 사람이니까 '일' 자체에 포커스 하는 걸 좋아해요. 그러니 전략과 이론을 좋아하시는 분은 여기서 끝내셔도 되요.
실제로 매출과 브랜드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분들에게 다시 묻고싶어요. 브랜딩을 했어요! 근데 돈이 벌리지 않아요! 라고 외치기 전에 먼저 생각해볼 게 있어요.
1. 그 브랜딩을 혹시 한 두사람이 영혼을 갈아서 만들진 않았나요?
2. 일을 벌리기만 한 건 아닐까요? 마무리가 정확히 이루어진 것들이 있나요?
3. 벌린 일들은 확실한 근거나 동의가 있었던 건가요?
4. 직원들이 브랜딩작업 때문에 오히려 다들 힘들어하고 있진 않나요?
5. 일회성 이벤트에만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6. 엉뚱한 곳에 과도한 돈과 시간을 쏟아붓고 있는건 아닌가요?
등등등..... 사실 브랜딩을 했어요! 라긴 하지만... 이게 브랜딩인가?..아님 마케팅인가?... 에 대해선 직원도 대표님도 잘 몰라요. 이게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건가? 아님 유지관리를 위한건가?... 뭐지? 다들 헷갈려요. 어디서 들은 것들이 많아서 why에 대한 철학과 차별점을 구축하긴 하는데..그래서 그 다음 일은 어떻게 해야하는 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일단 급한 대로 회사소개서부터 의뢰를 해요.
또 돈을 썼어요. 근데...그 다음은 몰라서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거예요.
브랜딩이 매출을 높였는가! 에 대해서 측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저 명제 자체에 대해선 긍정하지만, 우리는 불확실한 것을 측정해선 안되요. 돈을 다루는 기업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정리해볼께요.
y=x(n+1) 에서 n의 값을 높이기 위해 일련의 알고리즘과 루트를 설계하는 일은 마케팅이예요.
y=nx 에서 n을 1로 수렴시키는 행동. 널부러진 것들을 하나로 모으고 쓸데없는 걸 쳐내고, 색을 분명하게 만들기 위해 쏟아붓는 비용과 시간은 브랜딩이예요.
브랜딩으로 '비용절감'이 되었는가를 측정하는 편이 훨씬 빨라요.
멍때리는 시간을 줄이고, 불필요한 채널을 쳐내고, 제안서양식을 통일하고, 직원들의 복지가 증대되고, 고객응대가 원활해졌는지를 봐야해요. 쓸데없이 3장씩 쓰던 회의록을 1장으로 줄이는 게 브랜딩의 시작이예요. 난상토론을 하느라 힘만 빠졌던 회의가 짧고 임팩트있게 줄어드는 지를 봐야해요.
잠재적으로는 구매고객이 될 수도 있고, 매출증대에 기여를 할 거예요. 하지만 많은 분들의 고민은 그런 '언제가 될 지 모르는' 전략에 고민할 여유가 없을 거예요. 대표님들이 지금 이 글을 보시는 이유가 뭐예요. 당장 뭐가 안나오니까 미치겠는 거잖아요. 장기적으로 봐라~ 기다려라~ 한순간에 되는게 아니다...라는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당장 세금계산서를 받는 입장에선 좀 더 수치적이고 현실적인 '지금의 행동'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러한 용단들이 모여 하나의 브랜드 컬러를 만들어요. 그러니,
지출항목에 좀 더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이제 갓 브랜딩을 고민하는 기업이나, 한참 시행착오를 겪었던 곳이라면 말이예요.
짧은 생각으로 쓴 글이니, 다른 의견 및 제가 모르는 객관적인 측정방식 또는 레퍼런스가 있다면 댓글 등으로 공유해주세요 :)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