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관련된 글을 쓰다보니 여기저기 뭔가 복제된 듯한 글들이 겁나 많아서... 요즘은 브랜딩 어쩌고 하는 글을 잘 쓰고 있지 않습니당. 사실 어쩌면 제 생각도 누군가의 글이나 콘텐츠에서 비롯된 컨트롤씨븨일지도 모르겠단 의구심도 들었구요. 그래서 오늘은 구냥 제 경험담을 주루룩 늘어놓아볼까 합니다.
어느 집이든 사연하나쯤은 다 있기 마련아니겠습니깡. 여차저차 되어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뭐 그 이후론 나름 혼자 돈 버는 것에 재미를 들려서 자발적으로 알바를 하기도 하고, 생계때문에 일하기도 하고 기타 등등 다양한 이유로 이것저것 재미진 일들을 해봤던 것 같아요. 오늘은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 첫 알바였어요. 초등학교 5학년때 송정리의 한국일보 사무소에서 일했었죠. 한달에 30만원 받았구 200부씩 돌렸답니다. 처음엔 아파트를 돌렸는데 하필이면 엘베에 창문이 뚫린 개무서운 아파트여서 오줌을 지려버릴 뻔 했습니다. 특히 복도식은 코너돌 때 심장의 탄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첫 달 월급을 받으려고 사무소에 갔다가 형들에게 흠씬 두둘겨맞고 다 뺏겨버렸던 기묘한 추억이 있습니다.
느낀 점 : 신문을 돌리다가 남는 건 간혹 역앞의 택시아저씨들에게 팔기도 했어요. 스포츠신문 하나당 500원에. 그럼 율무차 한잔 뽑아먹고 신문배달 끝나고 스타 한 판 하고 갈 용돈은 벌 수 있었죠. 인생 이렇게 사는건가 싶습니다.
초등학교6학년~중학교1학년때 했던 거예요. 현주컴퓨터를 기억하실랑가 모르겠어요. 여튼 컴퓨터에 기본적으로 스타 브루드워를 깔아주고 DDR매트를 증정품으로 주던 시대였더랬죠. 중1이 다루기에 노턴과 설치유틸은 꽤나 까다로웠는데, 대신 본체 내부 선정리하고 메인보드 갈아끼고 이런건 잘했습니다. 새 컴퓨터가 짠! 하고 부팅되면 기분이가 좋았죠. 월급은 기억 안나네욤..
느낀 점 : 기계는 뭐든 배워놓으면 좋습니다.
전 만화그리는걸 엄청 좋아했어요. 진짜 진성덕후였죠. 더쿠들의 방향성은 흔히 일본애니덕, 일본어덕, 희귀작덕, 장비덕 등등으로 나뉘어지는데 저는 그중 장비덕이었습니당. 그러니 돈이 많이 들었을거고, 그걸 충당하기 위해 보미야식집에서 많은 스폰을 받았죠. 보통 2,000장정도 돌리면 3,4만원을 받았습니당. 코픽마카 10개입 이나 최종병기그녀 원화집을 정도를 살 수 있는 돈이었죠.
느낀 점 : 전단지위에 미리 테이프를 붙여놓고 셋팅해놓으면 초빠르게 돌릴 수 있습니다. 뭐든 미리 조금만 손써놓으면 나중이 편하죠.
중학교3학년때 했던것 같아요. 밤9시에 상무지구쪽 어딘가에서 음침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봉고차가 와서 절 태우고 갑니다. 봉고차엔 어머님들이 가득하신데, 어머님들의 입담은 진짜 어마어마해요. 밤10시부터 시작해서 아침6시까지 공장에서 일합니다. 그 시간내내 수다가 끊이지 않죠. 보통 수다의 범위는 자식얘기부터 옷과 지구환경까지 아우르기 때문에 범우주적인 인문소양을 필요로 합니다. 공장 내부는 생각보다 매우 깨끗하고 위생적이어서 놀랐어요. 장점이라고 하면 일하는 내내 뭔가를 계속 쭈서먹을 수 있단 점입니다. 어머니들의 이쁨을 받는 것은 덤.
느낀 점 : 애교와 칭찬은 많은 것을 가져다줍니다.
이건 고2때 했었어요. 이마트가면 어묵, 족발, 스시, 튀김, 닭강정 이런거 파는 곳 있죠? 네 맞습니다. 그걸 다 만들었죠. 특히 전 잡채, 닭강정, 튀김 등등을 만들었어요. 당면을 다라이에 넣고 소스와 함께 버무리는데 뜨거워 죽어벌임. 하지만 끊임없이 먹을 수 있어서 아주 행복했습니다.
느낀 점 : 무슨 일을 하든 잘 먹어야 즐겁습니다.
주유소는 재밌고 심심합니다. 20살때 겨울에 좋은기름이니까 구도일에서 일했었죠. 뭔가 시장통마냥 소리치고 아재들과 노는 건 재미있는 일이죠. 경유와 휘발유만 섞어넣지 않는다면요. 물론 개춥고 석유절임이 된 듯한 냄새는 어쩔 수가 없긴 합니다. 하지만 나름 재밌게 일했어요.
느낀 점 : 중립을 모르시는 분들에게 중립을 설명하는 건 어렵더라구요. 중립에 놓으시라구요!!! 중립!!! N!! N!!
이건 알바의 3대장이라고 할 수 있죠.(주유소, 배달과 더불어) 홀서빙의 매력은 소근소근 메뉴를 고르는 커플의 속삭임을 먼 발치서 듣고 미리 음료준비를 해야한단 점입니다. '자갸, 콜라 하나시킬까?' / '구랭' 이라는 대화를 듣자마자 이미 콜라는 만들어져 있어야 해요. 손님이 머리카락 들었다고 빽시킨 까르보나라를 맛있게 묵었던 기억이 납니다.
느낀 점 : 뭔가를 엎지르거나 와장창했을 땐 멍하지 서있지 말고 빨리 죄송하다고 하고 닦고 치워야 해요.
콘서트장 꼭대기에 폭40센치 정도되는 개무서운 철길이 있는데 거기 걸어다니면서 꽃을 손으로 뿌렸어요. 나름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공짜공연도 보고 말이죠. 물론 공연보느라 헛눈팔면 꽃과 함께 아름답게 비행해버림.
느낀 점 : 쉽다..라는 형들의 말이 있었는데, 숙달된 선배들의 말은 대부분 뻥입니다.(지들이나 쉽지..)
노가다중에서 젤 하기 싫었던 게 철거예요. 젤 즐거운 건 레미콘차 들어올 때 물뿌리는 거구요. 철거는 일하는 내내 철골이나 타카, 각목쪼개진 거에 긁히고 찍히고 개아프고 먼지 마시고 짱힘들어요.... 건물 몇 채는 뿌셨던 것 같아요. 6개월 정도 일하고 나니 이제 요령이 잘 생겨서 신입아저씨들도 가르쳐드리고 했었어요. 아저씨들과 친해지면 목욕탕값도 주시고 그러더라구요.
느낀 점 : 점심에 막걸리를 마시는 건 효율을 높여줘요.스팀팩이 이런 기분인가 싶죠. 다만 눈감고도 각목위를 걸을 수 있고, 대충 던져도 벽돌 짝을 맞출 수 있을 때 가능한 얘기예요. 초보들이 괜히 술먹고 일했다간 허벅지에 찔린 콘크리트 대못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아...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짓이 있고 못할 짓이 있고 그런거지... 전 이 알바를 하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희망과 환상을 버렸습니다.
느낀 점 : 어떤 일이든 사람이 사람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바탕으로 해야 의미가 있는 겁니다.
교통사고가 나면 일단 뒷목잡고 나와서 보험사에 전화를 하잖아요. 그걸 했었어요. 이게 25살때였나...그랬을 거예요. 보통 보험사에 전화를 하면 상담사 연결하기까지 일단 개느려터진 안내음성을 듣고, 1번누르고 주민번호 앞자리 누르고, 2번 누르고, 0번을 눌러야 하거든요. 지금 사고가 나서 경황도 없고 미치겠는데 2분씩 그걸 듣고 누르고 있으면 저라도 욕이 나올 것 같아요. 그땐 욕을 많이 먹었어요. 전국의 다양하고 기발한 욕설을 경험하며, 나중에 이런걸 책으로 펴봐도 괜찮겠다 싶었죠. 손바닥에 생명손도 조금 길어진 느낌이고..
느낀 점 : 음성만으로도 힘이 빠지고 우울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양파에게 욕하면 시들어 죽는다는 말이 괜찮게 아니더라구요. 사람은 분명히 환경의 동물입니다.
28살때 했었던 것 같아요. 사업망해서 말아먹고 돈 없어서 약 6개월가량?...눈물을 머금고 일했더랬죠. 커피향을 즐기며 우아하게 일할 것 같지만 실제론.. 하루에도 라떼 테이스팅한다고 우유를 3통씩 마셔대는 통에 하루라도 주룩주룩을 안한날이 없었어요. 특히 사람들이 몰리는 아침8시반과 오후1시엔 일일이 레시피 재가며 만들 시간이 부족하더라구요. 그럴 땐 대강 따라도 40cc가 나올 수 있게 연습을 해주는 게 필요했어요.
느낀 점 : 지식보다 손이 더 빨라요. 뭔갈 알았으면 머리에 담아두지 말고 손한테 인수인계하세요.
스키장엔 다양한 알바가 있고 보통 늦가을이나 초겨울쯤에 모집해서 우르르 들어가요. 여러가지 파트가 있는데, 그 중 돈을 많이 주는 곳이 제설쪽이더라구요. 돈을 많이 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어요. 군대에서도 이정도로 눈이 싫진 않았는데, 진심 자다가 눈떴는데 하얀 천장만 나와도 경기들릴 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느낀 점 : 에버랜드 알바도 그렇듯, 에버랜드는 재미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재미있진 않습니다. 게다가 각 부서별의 격차는 상상이상이죠. 일은 환상이 아니더라구요. (여행회사 간다고 항상 재미있지 않은 것과 같음)
빌라돌아다니면서 청소하는 거예요. 왜 그 청소하는 날 해서 수요일 화요일 이렇게 적혀있잖아요. 그럼 가끔 아저씨나 아주머니들이 오셔서 쓸고 닦고 난간 왁스칠하고, 모서리 닦고 하는 그거예요.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지도에 표시된 빌라를 돌아다니며 청소를 해요. 약 3,4개월 조금 넘게 했던 것 같은데 세상 재미없어요.
느낀 점 : 재미는 없지만 하다보면 또 뭔가 늘긴 해요. 이렇듯 숙달과 성장은 다른 얘기예요.
아냐, 안돼, 하지마 돌아가.
느낀 점 : 도망쳐
사실 전 23~4살때 아디다스에서 옷과 신발을 팔았지만, 가끔 신규매장 오픈할때 오픈지원을 가기도 했어요. 한달에 한 번정도였죠. 여주아울렛, 롯데월드점, 가든파이브점, 부천 등등을 오픈했는데 보통가면 일단 청소까진 되어있고, 선반과 집기들이 들어와요. 그리고 윙탑으로 박스5백~2천개 정도가 들어오거든욤. 그럼 그거 다 내려서 까대기하고 사이즈정리하고 DP용 빼고, 엑셀에 수량정리하고 국밥먹고 쓰러지는 그런 일정이예요. 주로 밤9시에 투입되서 밤새 진행하고 오전에 MD이 이렇게 옮겨라 저렇게 옮겨라 하면 다시 배치하고 그런 식이예요. 일은 엄청 힘들었지만, 사실 지금도 좀 그립긴 해요. 깨끗하게 정리된 매장과 창고를 보면 아주 뿌듯하거든요(정리변태인지라..)
느낀 점 : 아까 그 박스 못봤어? 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해요.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내 일이 아니어도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이죠.
디스크형 에어컨을 설치하는 일이예요. 특히 큰 건물은 시스템에어컨으로 움직이잖아요. 천장에 삽입되는 형태의 에어컨을 디스크형이라고 하는데 고녀석을 박아넣고 배선을 연결하는 거예요. 유격훈련받을 때 목봉들고 와리가리하는 그런 얼차려를 받은 적이 있는데 딱 그 느낌이랄까요. 겁내 무거운 디스크형 에어컨을 목과 팔로 받히고 있어야 하는데, 이대로 내 목이 부러지진 않을까 싶지만 부러지진 않습니다.
느낀 점 : 구리선은 어떻고, 스틸선은 어떻고, 이건 배수관이고 이건 보온재를 씌워야 하고 등등... 아저씨들이 알려주시는 걸 가만히 듣고있다보면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어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긴 것들이 사실은 어떤 이들의 지식과 노하우로 만들어졌단 사실에 경외심마저 들죠.
1부는 여기서 마무리 짓도록 하겠숩니다. ㅋㅋㅋㅋ 2부에서 못다한 일들로 또 돌아올께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