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처음으로 방문하는
한국 사람들을 안내할 때면
빼먹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가장 입구에 앉아 있는 분들이
회사 임원진들이니까..
조심해서 들어가야 해요..ㅎㅎ
물론 농담 섞인 이야기지만,
한국이었으면 가장 신입 직원들이 앉아있을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모니터가 보이는 자리]에 CEO, CTO, CDO, CFO 그리고 인사담당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도 한국과 다를 바 없는 권위적인 기업문화가 자리한 곳이라지만,
20대로 이뤄진 젊은 스타트업에 걸맞게 직함, 자리 위치, 연봉, 업무시간 등,
많은 부분에서 Fuller만의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바꾸려고 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것 가운데, 너무나 전통적인 행사들도 있어 '함께하는 추억'을 만들어나가는 문화도 있다.
아래는 1월 한 달 동안 구성원들과 함께하였던 '사내 일본 전통행사'들이다.
새해 첫날 회사 사람들 모두 한해의 복을 기원하기 위해서 신사에 방문한다.
신사에 가는 길에 운치 있는 풍경을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함께 야외로 나와 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엄숙한 분위기라기보다는 함께 소풍을 가는 느낌이다.
신사를 처음 방문하는 나로서는 회사가 아니었다면 하지 못할 경험이었다.
업무를 하는 사람들 뒤로 웬 떡시루가 들어온다.
그리고 밥과 소금을 섞으면서 떡을 만드는 사람들
그렇게 역할을 바꿔가며 약 1시간에 걸쳐 떡을 만든다.
그래서 저 떡은 언제 나오냐....
그리고 다 함께 만든 떡을 즐긴다.
떡은 콩고물에 찍어서 인절미처럼 먹거나, 김에 말아서 소스에 찍어 먹는다.
물론 사케(술)과 함께 -
떡 만드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만드는 과정부터 정리하는 과정까지 모두 함께 역할을 분담하면서 알지 못할 협동심이 다져지는 시간이다.
한국에서 동짓날에 팥죽을 먹어 악귀를 쫓는 것처럼 일본에서는 세쓰분(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볶은 콩을 먹거나 뿌리면서 악귀가 오는 것 쫒는 행사를 한다.
한국에서는 동짓 날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팥죽을 맞춰 먹는 일도 드물지만...
이곳에서는 도깨비(?) 에게 힘껏 콩을 던지고
야구좀 할 줄 아는 우리 CEO, 악귀가 오는 것이 정말 싫었는지 있는 힘껏 던진다..(도깨비가 불쌍해 보일 때도 있다..)
한해의 복을 기원하는 김밥을 함께 먹는다.
회사를 들어오고 아직까지
한 번도 한국식(?) 회식을 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곳에는 전통을 '콘텐츠' 삼아 다 함께 화합을 다지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존재한다.
함께 소풍 가고, 만들고, 먹으면서
못하였던 이야기도 하고, 보지 못하였던 모습도 발견하고, 새로운 팀워크를 다져나가게 된다.
물론 이런 행사는 모든 사람들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고,
일과 시간 중에 이뤄지며, 자신의 업무로 바쁜 경우에는
자리에 앉아서 계속해서 일을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전통을 살리면서 구성원 간의 끈끈함을 유지해나가는 이런 방법,
덕분에 나는 일본의 전통도 배우고 새로운 추억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 직장에 있기 전, 50대 후반의 사장님과 함께 상하이에 출장을 가서 중국사람들과 함께 술자리를 갖은 적이 있다.
술자리 화제 중에 하나가
사업을 하면서 행해지는 전통적인 행사들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고사를 지내고, 사업의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 등껍질을 기둥 밑에 심고, 축문을 태우고 등등
나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로 가득했었지만...
중국은 아직까지 이런 의식을 행하고 있다는 말에 사장님은 옛 친구를 만난 듯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가곤 했다.
일본은 일찍부터 문호를 개방하고,
옛것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것을 추구한 나라라고 하지만,
왜 잊혀가는 전통들은 우리가 더 많은지..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뒤따르는 상반된 현실인 것 같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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