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서치 회사인 Gallup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직장인 중 완전히 몰입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20% 수준이라고 한다. 즉, 80%는 직장생활에 온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몰입
최근 몇 년 사이에 HR 관련된 컨퍼런스에 가면 꼭 다루어지는 키워드 중 하나이다. 예전에는 관료주의 형태로 직원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생산성을 높일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 이제는 직원 스스로 자신의 탁월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인 '몰입'이라는 주제가 많이 떠오르고 있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이 몰입이라는 주제로 큰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2만 명이 넘는 직원들을 몰입이라는 주제로 진단을 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참혹했다. 그리고, 시급하게 그룹의 최고경영진과 각 사업의 크고 작은 리더십들이 함께 이 주제를 토론하고, 많은 예산을 사용해 몰입솔루션을 도입했다.
도입 1년 뒤, 어떻게 되었을까?
아쉽게도 1년 뒤 결과는 더 참혹했다. 전사적으로 몰입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는데, 리더들의 근본적인 행동은 변하지 않으니 오히려 직원들은 더욱 분노하고 비몰입하는 태도를 보였다. 막대한 예산과 그룹의 최고경영진들이 다 나섰는데, 참혹한 결과가 나왔으니 프로젝트의 담당자로서 매우 좌절감이 컸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지속되지 못하고 회사에서 이름이 사라졌다.
아마 다른 회사들도 상황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몰입'이라는 주제로 많은 학습과 고민을 한 인사책임자들이 각자의 기업에서 이 주제를 해결해보려고 하지만 현실을 쉽지 않다. 참고로 매년 HR 컨퍼런스에 참여하면, 많은 강연자들께서 이 주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솔루션인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아직 이 주제를 적용해 바뀐 기업 사례는 아직 보지 못한 것 같다.
'몰입'이라는 주제를 포기할 것인가?
솔직히 말하면, 몰입이라는 주제를 포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몰입은 한국사회와 조직문화에는 안 맞는 솔루션이야'라고 변명했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 남아있는 진심은 '포기하면 안 돼'였다. 회사의 HRD 책임자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직원으로서 이 주제는 포기하면 안 되는 주제였다. 많은 사람들이 몰입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매일매일 답답한 삶을 살고 있으니까. 나 역시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한 명의 직원으로, 몰입할 수 없는 환경에서 더 큰 꿈을 꾸기 위해 회사를 뛰쳐나왔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몰입을 포기하는 순간, 회사와 직원 모두의 행복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사실은, 직원들의 몰입도가 낮은 조직은 조직의 리더와 직원이 서로 피해자라는 의식이 만연했다.
그래서 한 회사의 리더가 되고 회사를 만들면서 이 주제에 대해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절실하게 다가온 진실은, 몰입은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의 문제였다. 바꾸어 말하면, 몰입은 조직의 제도적 솔루션이 아니라, 리더의 개인적 솔루션에 가까웠다.
직원들은 조직의 제도 때문에 비몰입되는 상황을 맞이 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행동과 말 때문에 비몰입했다. 이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고 리더십의 본질을 건드리지 않고, 몰입솔루션을 도입하려고 하는 것이 대부분 회사들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몰입을 담아낼 것인가?
상황이 이러니, 나는 리더십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리더십의 본질이 사람을 따르게 하거나 이끌어가는 것, 영향력을 나타내는 것 등의 것이 아니라고 정의해야 한다. 그래서 이전에 썼던 글에 리더의 역할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 것이다.
'리더는, 팀원이 나보다 나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몰입 환경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리더십을 평가하거나 훈련시키는 지표도 바뀌어야 한다. 사실 나는 부끄럽게도 이 본질에 대한 고민이 적은 상태로 리더십 교육을 계획할 때, '의사소통 과정' '코칭 과정' '성과 피드백 과정' '비전 제시' 등의 교육과정을 열었다;;; 이런 교육 설계 경험의 피드백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배운 실질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리더십에 대해 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리더의 책임과 핵심지표>
예를 들어, 회사에 경영진에게 리더십에 대해 조언을 구했을 때, 리더의 성향에 따라 다음과 같이 상반된 조언을 해주셨다.
A : '직원들에게 잘해주는 것보다, 직원들을 잘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B : '아니다. 직원들을 자녀처럼 생각하며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
어느 것이 정답일까? 둘 다 아니다. 직원들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지만, 직원들을 내 자녀나 소유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이 맞지 않다. 다만, 직원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만족감을 느끼며 몰입할 수 있도록, 성취적, 감성적 몰입을 도와야 한다. 더욱이, 둘 중 하나만 된다고 직원들이 몰입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총몰입은 성취적 몰입 더하기 감성적 몰입이 아니다. 몰입은 성취적 몰입과 감성적 몰입 중 낮은 것에 영향을 받는다. 성취적 몰입이 10점이더라도, 감성적 몰입이 4점이면 그 사람의 몰입은 4점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간과해서 실패한다.
우리가 흔히,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거야.'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 말은 상대방에게는 단순 잔소리이거나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성과적 몰입에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방의 감성적 몰입에 방해가 있다면, 다른 노력들을 무의미하게 느낄 수 있다. 오히려 가식이나 위선처럼 느낄 수 있다. 좋은 의도로 했지만 방법이 실패한다면 +시도가 0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시도가 -결과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몰입의 이야기는 단순히 직장생활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라는 말을 자녀에게 많이 이야기하는데, '누가 그런 부탁했어?'라는 대답을 듣는다면 어떨까? 이런 상황이 오면 자녀와의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큰 금이 갈 것이다. 혹은, 자녀의 감성적 몰입을 위해 아무것도 관여하지 않고 방임한다면 그것 역시 자녀의 인생을 망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감성적 몰입과 성취적 몰입을 함께 느끼게 하는 것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상대방이 충분하고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다는 느끼게 한다면,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성장과 훈련은 감사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신뢰와 요구가 함께하는 것, 즉 감성적 몰입과 성취적 몰입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스스로 질문해보길 바란다.
Q. 나의 성과적, 감성적 몰입 점수는 몇 점인가?
Q. 나의 직원들의 성과적, 감성적 몰입 점수는 몇 점인가?
Q. 나의 연인, 배우자, 자녀의 성과적, 감성적 몰입 점수는 몇 점인가?
만약 이 부분에 자신이 없다면, 함께 이 두 가지 성취적, 정서적 몰입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지? 어떤 리더십의 태도를 보이면 좋을지 함께 알아가며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연재하는 글은 여러 가지 연구자료와 개인의 경험과 통찰에 의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많은 답글과 생각들을 공유해주길 부탁하고 싶다. 이 나눔과 토론을 통해 더 많은 조직과 사람들이 만족한 삶을 만들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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