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복무를 장교로 생활했는데, 그 때 군사학교에서 훈련받았던 교관님 중, 동기들로부터 유독 인기가 많았던 분이 계셨다. 군사학에 대한 지식도 많으셨고 리더십에 대한 철학이 너무 멋있고, 성품까지 훌륭하신 분이었다. 아마 동기들 중 그 분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군사학교를 졸업했고 그 뒤 그 교관님을 뵐 수는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이 교관님께서 내가 있던 부대의 대대장으로 오시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다시 한 번 이분을 가까이서 모실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기쁘고 기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실제로 이 분을 가장 가까이서 모시는 본부중대장으로 1년 6개월을 보냈다.
나의 군생활은 어땠을까?
모두가 예상하듯이, 나의 군생활은 엉망이 되었다. 정말 하루 하루가 너무 지옥같고 힘들었다. 이 분이 나의 지휘관이 되면 나는 너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나를 가장 불행하게 만드셨다. 리더십에 대해 좋은 조언을 많이 해주셨었고 성품도 매우 훌륭했던 이분이 실제 리더십은 0점에 가까웠다. 특히 이 분은 다른 간부들과 트러블이 잦았는데, 심지어 그전까지 상사에게는 절대적인 충성을 보이던 몇몇의 참모들조차 이 분과 트러불이 생겼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똑뿌' 때문이다. 이 분은 매우 똑똑했고 매우 부지런했다. 그래서 그 엄청난 지식과 통찰력으로 부대를 헤집고 다니셨다. 위병소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부터 PX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 심지어 내부반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사건들 하나 하나까지 다 관여했다. 처음에는 다들 '솔선수범하고 성실한 리더이신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것이 성실이 아닌 부하들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 독선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이분이 일을 더 잘 처리하기 위해서 더 많이 개입하고 더 많은 시간을 쏟자, 밑에 있던 부하들이 덜 개입하고 마음을 다해 행동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탁월한 판단과 생각들로 여러가지 환경을 개선하셨지만, 그보다 더 많은 영역에서 사람들이 손을 놓게 만들었고 부대는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이 때 나는 뼈져리게 깨달은 것이 있다. 부하직원이 제일 싫어하는 상사는 '멍게'가 아니라 '똑뿌'라는 것을. 리더들은 본인이 똑똑하고 부지런하면 직원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부하 직원들은 '똑뿌'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한다. 그것도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싫어한다. 불행하게도 많은 리더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바꾸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의 똑똑함과 부지런함이 조직에 기여하고 있다고 아직도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똑부'는 상황을 더 탁월하게 만들기보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더 많다. 더 불행한 것은, 이런 리더들이 대부분 자신은 권한위임은 잘하는 리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데 있다.
왜 직원들은 똑똑하고 게으른 것을 좋아할까?
이 말은 잘 못 들으면 부하들이 불성실하고 나태한 리더를 좋아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에서 직원들의 진짜 Needs는 '선을 지키라'는 것이다. 직원들도 리더들의 부지런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하지만 직원들이 존경하는 부지런함은 자신의 진짜 역할에 한정된다. 리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자신이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남의 일에 참견이나 하는 리더의 부지런함은 필요없다는 것이다.
많은 리더들은 자신이 해야할 일들을 다 하면서 부하직원들의 일들을 돌봐주거나 도와주고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진짜로 자신의 본연의 역할을 다 하면서 직원들의 일에 참견할 수 있는 CAPPA를 가진 리더는 많지 않다. 오히려 CAPPA는 부족하면서 자신의 본연적 역할은 하지 않고, 사소한 일들에만 신경쓰고 다니면서 시간이 없다고 불평한다. 심지어 조직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리더가 가장 생산성이 떨어지는 일을 도와주면서 생색을 낼 때가 있다.
똑부가 되면 절대 안되는 이유?
사실, '똑뿌'가 되면 안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똑뿌'는 직원들의 성장을 방해한다. 직원들이 스스로 성장하고 만족해하는 감정을 빼았는다. 물론 탁월한 실무자로 인정을 받아서 리더에 올랐을테니, 현재 직원들보다 일을 더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부하직원을 나만큼 탁월하게 성장시키지 못한다면, 그 리더는 차라리 리더가 되지 않는 편이 조직에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조직에는 사람과 자원을 Management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직원을 믿지 못해 일을 대신하고 직원을 성장시키지 못하고 있다면, 정작 조직에 중요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할 사람은 없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원래 실무자로 돌아가는 것이 조직에 더 유익하다. 게다가 그 자리에서 온갖 책임감과 스트레스를 떠앉고 있는 것보다 실무자로 있는 것이 본인에게도 더 행복했을 것이다.
리더에게는 리더이기 때문에 주어진 역할이 분명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가 되면 이러한 본연에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실무는 직원들에게 넘겨줘야 한다. 그리고 실무를 직원에게 넘겨주려면 직원을 성장시켜줘야 하는 것이다.
이 책임감으로부터 리더의 본연의 과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직원을 성장시키지 않고 리더 본연의 과업에만 집중하려고 하면, 현장이 무너저 리더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직원을 성장시키지 않고 그 일을 대신 막아주려고 하면, 리더 본연의 과업은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으니 리더로서는 실격이다. 이러한 상황이니, 리더가 되어 첫번째 해야 하는 일은 직원들을 나만큼 성장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원들은 일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면 스스로를 부속품처럼 느낄지 모른다. 당연히 부속품에게는 몰입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가 직원들을 성장하는 인격체로 대해주지 않고 우리에게 필요한 아웃풋만 뽑아내는 부품으로 생각한다면, 직원들은 우리가 요구할 때만 아웃풋을 낼 것이다. 그것도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못미치는 작은 아웃풋을 줄 것이다. 그럼에도 실제로 많은 리더들이 직원들을 자신의 팔다리가 부족해서 사용하는 부속품처럼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속품은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몰입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급하게 발등의 불만 끄려고 한다.
무엇보다 나에게 맡겨진 소중한 직원들을 부속품으로 만들면 그들의 인생이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다. 무서운 이야기겠지만, 그 책임은 나중에 반드시 내 인생의 평가로 남게 되어있다. 아무도 함께 밥을 먹으려고 하지 않는 '왕따 리더'가 되거나, 앞에서는 간신들이 가득하고 뒤에서는 원망하는 직원들로 둘러싼 '이름뿐인 리더'가 될지도 모른다.
직원들이 몰입하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직원들을 어떻게 성장시킬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직원들이 일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면 누군가 강요하지 않아도 그 일에 몰입하게 된다. 성장하는 느낌은 매순간 순간을 집중하게 하고, 성장을 통한 성취감은 만족감과 행복감을 가져다 준다. 직원들은 이럴 때 리더들에게 고마워할 것이고 조직과의 헌신을 약속할 수 있게 된다.
내가 프로젝트매니저(PM)로 처음 인증 받았을 때, 팀에서 가장 인정받고 있던 선배가 내게 해준 조언이 있다.
'프로젝트를 성패는,
당신이 얼마나 탁월한가가 아니라 팀원들이 얼만큼 빨리 당신의 수준으로 올라오는데 있다.'
이 룰은 모든 비즈니스 팀에게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팀원이 얼마나 빨리 나만큼 일할 수 있고, 나만큼 고민하게 되는가'가 비즈니스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탁월한 한 사람은 제품 하나를 바꾸지만, 나만큼은 아니라 할지라도 훌륭한 직원들로 가득찬 조직은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것이다.
그래서 '성장'이 바로 정서적 몰입의 첫번째 요소인 것이다. 다 아는 것 같지만 대부분 못하고 있는, 쉽지만 어려운 숙제이다. 만약 우리 직원들이 몰입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면 가장 먼저 이 질문을 해보아야 한다.
'나는 직원들을 진심으로 성장시키고 싶은가?'
'아니면 직원들을 이용하고 싶은가?'
탁월한 실무자가 리더로 실패하는 법은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진다.
1. 부하직원의 일을 뺏어해라
2. 부하직원을 어떻게 성장시킬지 무관심해라
3. 내가 조직의 성과의 내가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착각해라
하지만 반대로 성공하는 법은 더 간단하다
1. 부하직원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도와라
2. 부하직원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상상해라
3. 부하직원을 통해서만 비즈니스가 성과가 난다는 것을 기억해라
나는 리더십에 대해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실제로 내가 리더가 되었을 때 내 안에 실무자처럼 일하고 싶은 충동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나는 스스로 솔선수범하다고 착각하고 있었으며, 나의 탁월함으로 무언가 도울것이 없는지 기웃거렸다. 그리고 몇번의 반복되는 답답한과 인내의 과정을 통해 깨달았다. 물론, 우리 직원들이 나를 많이 도와주고 참아주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마음속 깊이 깨달은 한가지 사건은 '나는 아무것도 하면 안된다'였다. 그리고 나는 직원들을 만나 계속해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이렇게 믿는다.
'내가 일하면 우리 회사는 실패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아닌 여러분이 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가 도와야 할 것을 말씀해주십시오. 여러분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진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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