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저티프로젝트는 특정한 공간에서만 일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은 카페가, 어느 날은 NPO지원센터가, 어느 날은 카우앤독이 사무실이 되지요. 고정된 공간에서 일하지 않는 환경은 진저티프로젝트의 조직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일하는 곳이 부동산이나 단순한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공간이 진저티프로젝트와 맺고 있는 의미들에 대해 진저티프로젝트의 TeaOO 현진님이 생각해봤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나는 줄곧 나의 공간이 확보된 사무실에서 일을 해왔다. 막힌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내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 옆 사람과는 칸막이로 막혀있고, 자리 뒤에 창문이 있다면 아무도 내 모니터를 보지 못하니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어 무엇이 더 필요하랴. 안정감을 추구하는 직장생활을 10여년 동안 지속하다 작년에 개인적으로 큰 모험을 시작했다. 안정된 사무실도 없고 개인에게 고정된 좌석을 주지 않는 진저티프로젝트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일을 하며 시작하게 된 모험
진저티프로젝트는 창업 초기부터 스페이스노아, 서울시NPO지원센터, 패스트파이브, 등 공유 오피스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스마트오피스를 구현하고 있었다. 개인 공간이 없이 매일 노트북을 들고 출근을 하는 삶을 살게 되다니. 스마트오피스라는 걸 시도해보고 싶었지만, 짐을 이고지고 사는 것이 익숙한 나에게 스마트오피스는 먼나라 이야기 같았는데, 그런 삶을 살게 되다니 말이다.
2016년 잠시 머물렀던 패스트파이브 사무실
진저티에 입사하고 나니, 고정된 책상은 둘째치고 매일매일 일하는 장소가 바뀌었다. 다음날의 스케줄과 출근 장소를 확인하지 않으면 혼자 다른 곳에 출근을 하게되기도 한다. 입사 후 1년 6개월 동안 메인 오피스는 세번 바뀌었고, 우리가 작업을 했던 카페를 헤아려본다면 진저티 멤버 7명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다 써도 모자랄 것이다. 이제는 노트북만 열면 어디서든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도서관 열람실에 칸막이 좌석을 좋아하던 내가 열린 공간을 좋아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로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막힌 공간을 좋아하던 내가 열린 공간, 자유로운 공간에서 일을 하며 생긴 변화를 보며 공간의 의미에 대해 종종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진저티프로젝트의 조직문화에 대한 글을 써보자는 제안을 받고 나니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진저티는 미니멀리스트이다.
얼마 전,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고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꿈꿨다. 가끔 중고서점에 책을 팔기도 하고, 안쓰는 물건을 버리기도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책상 위에는 물건이 가득 쌓이고, 방은 금새 어지럽혀진다. 이번 생에 내 개인의 삶에서 미니멀라이프를 실현하기는 글른 것 같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직장 안에서 미니멀라이프를 실현하는 중이다. 자의에 의한 선택은 아니고, 고정된 사무실이 없고 개인 책상이 주어지지 않다보니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진저티가 이사를 치를 때마다 진저티의 전체 짐을 라면 박스 3-4개에 다 쌀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짐을 쌓을 공간이 없기 때문에 매일의 업무에서 발생하는 서류나 물품의 양도 매우 적다. 매일 퇴근때가 되면 책상 위에 놓은 중요하지 않은 서류와 물품을 바로 정리한다. 보관해야 할 서류는 PDF로 만들어 구글드라이브이나 컴퓨터에 저장해둔다. 업무환경이 단순해지니 업무 외에 신경써야 할 영역이 적고, 업무를 늘어놓는 일도 덜하다. 다른 곳에 신경이 분산되지 않으니 근무시간에는 업무에만 집중하게 된다.
새로운 우리의 보금자리가 된 카우앤독 4층. 일을 할 때와 퇴근 후에는 이렇게 다르다.
이동에 자유가 생기다보니 공간의 자율성도 높아진다.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업무가 있거나,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할 때는 굳이 한 자리에 모이지 않는다. 가끔은 합정동이라는 한 지역에 있지만, 누구는 이 카페에, 누구는 저 카페에, 누구는 베이스캠프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는 책임감을 존중하고, 타인의 감정과 상황을 배려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직장 내 미니멀라이프에는 부작용이 약간 발생한다. 매일 노트북과 필요한 물건을 담은 무거운 가방을 한쪽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다보니 안그래도 안좋은 자세가 더 삐뚫어졌다.
진저티는 원탁의 기사이다.
진저티에 입사한 후 가장 적응하기 어려우면서도 큰 장점이라고 느꼈던 것은 대화를 충분하게 한다는 점이다. 열린 공간을 주로 이용하다보니 큰 테이블에 자기가 선호하는 자리에 혹은 먼저 온 순서대로 자리를 잡아 앉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눈다. 대화의 주제는 업무와 관련되어 있다. 입사한 후 얼마지나지 않았을 무렵, 계속되는 대화에 지치기도 했다. 내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내용이라 몰라도 될 것 같았지만 한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이상 대화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지속적인 대화가 주는 큰 유익이 있었다. 진저티프로젝트에서 진행되는 모든 사업을 한 눈에 금방 그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대화에 함께 한 결과 입사한 지 얼마 안된 내가 몇 달이 되지 않았지만 진저티의 모든 사업에 빠르게 투입됐다.
한 테이블에 모든 멤버가 옹기종기 앉아 대화를 나누며 일하는 모습을 보니 원탁의 기사가 떠올랐다. 앉는 위치에 지위를 구별하지 않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구조말이다. 대표부터 인턴까지 한 자리에 둘러앉아 시시콜콜한 이야기,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꼭 원탁의 기사 같았다.
진저티프로젝트의 또 하나의 메인 오피스인 인디스쿨 사무실. 네모난 책상에 동그랗게(?) 앉아서 서로 이야기 나눈다.
원탁(큰 테이블을 원탁이라고 부르겠다)에서 일하면 소통이 투명해진다. 각 프로젝트의 담당자가 외부와의 중요한 회의를 한 후 내부에서 브리핑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진저티는 따로 회의를 소집하거나 회의실을 잡는 번거로움이 없다.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고 직원들을 지그시 바라보며 “잠시 5분만 시간 내주시겠어요. 외부 회의에서 결정한 사항 전달해드릴게요.” 라고 말하고 앉은 자리에서 브리핑을 시작하면 된다. 지위에 따라 정보를 차별하지 않고 모두가 동등하게 정보를 공유한다. 같은 자리에 앉은 모든 직원이 정보를 공유하게 되니 자신이 업무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높이려는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연차에 따라 정보를 해석하거나 이해하는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동그랗게 앉으면
동그랗게 생각하게 된다
모든 직원이 원탁에 앉을 때 생기는 좋은 점은 지위에 대한 시각화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개인 오피스, 창가 자리, 구석 자리 등 일반적인 사무실에서 직급이 높아야 차지할 수 있는 자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직급의 수직적인 구조가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원탁에서의 업무는 어쩌면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만드는 하나의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오늘은 파주 출판단지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파주로 가는 차 안에서 회의를 하고, 업무는 새로운 환경에서 해보기로 의기투합했다. 앞으로는 공간을 주제로 어떤 실험을 해볼 수 있을까?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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