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의 본질과 미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가진 본질에 대한 고찰과 비즈니스의 기회

(주) 라이프스퀘어 / 최형욱 Hugh Choi


스마트폰 생태계가 성숙되어가면서 액티비티 트래커, 구글 글래스, 스마트 워치류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초기의 낙관적인 시장전망과는 다르게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기존의 플레이어들은 역사뒤로 사라지고, 또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나타나면서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1]. 여전히 사용자관점에서는 그 필요성에 대해 회의가 많다. 진정한 웨어러블의 빅뱅은 시기상조이며 웨어러블의 성공적인 시장을 만드는 것도 요원해 보인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진정한 웨어러블의 본질은 무엇인가?


웨어러블의 본질


웨어러블이 확산되는데 있어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인가를 착용한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다. 사람의 몸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참아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웨어러블이 그 인내를 가질만큼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인내를 가질만큼의 가치를 줄 수 없다면 선택되지 못하거나 선택되어도 사람들 곁에 지속될 수 없다. 그래서 요즘 많은 사람들이 예전에 구매했던 액티비티트래커나 스마트워치라 불리우는 것들을 책상 서랍에 넣고 잊어버린 지 오래이다.   



1. 첫 번째 가치: 불편함을 넘어 습관이 되거나 대체불가능한 본연의 기능성

안경을 착용한 사람들중에 안경을 끼고 세수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안경을 써보지 않은 사람들은 믿지 않겠지만 오랫동안 착용하다보면 몸의 일부처럼 체화되어 마치 없는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에 쓸때는 어떠할까? 매우 불편하다. 귀도 아프고 코도 아프고, 눈도 따끔거린다. 하지만 그걸 참을 만한 단하나의 기능이 있다. 안경을 써야 보인다는 것이다. 안경없이는 칠판도 안보이고 간판글씨도 잘 안보이는데 안경을 착용하는 순간 세상이 밝아지고 환해진다. 그래서 불편함을 무릅쓰고라도 쓸만한 가치가 있다. 그런데 쓰다보면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 순간, 즉 습관이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때가 온다. 이렇게 안경, 썬글래스, 콘택트렌즈 모두 그것을 착용하지 않을 때와 착용 할 때의 기능적 차이가 명확하다. 보청기도 마찬가지이다. 이 명확한 기능성덕에 사람들은 눈이 부실때는 썬글래스를, 스키탈때는 고글을, 수영할때는 수경을, 오토바이탈때는 헬멧을 착용할 수 있다.



2. 두 번째 가치: 보는 것이 아닌 나를 보여주는 것

시간을 보기 위해 시계를 착용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시계는 악세서리의 가치가 훨씬 크다. 시간보는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쉽게 대체제를 찾아 이미 시계를 벗어버렸다. 모바일폰이나 삐삐가 있기전에 많은 사람들이 시계를 차고 다녔다. 그 때는 진짜 시간을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모바일폰으로 쉽게, 더 정확하게, 알람기능도 편하게 볼수 있게 되면서 그 불편하던 시계를 벗어버린 사람들이 많다. 지금 시계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패션으로서의 가치가 크기 때문에 그 불편한 시계를 차고 다니는 것이며 정확하게는 차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보는 것이다. 물론 100%라고 일반화 할 수는 없다. 지금도 시계를 착용하는 많은 사람들은 새로 멋지고 좋은 브랜드의 시계를 선물받았거나 구매했기에 차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체제가 나타났을 때도 관성에 의해 계속 시계를 차고 있었던 덕에 습관이라는 행동패턴이 생긴 소비자들인 경우일 것이다. 습관이 되어 버린 이들에게는 시계를 착용하는 불편함은 더 이상 인지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신발이나 모자, 옷과 같이 패션과 기능이라는 면에 있어 너무도 확고한 의류(wear 웨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동일한 가치이다. 여기서 웨어(wear)와 웨어러블(wearable)의 차이는 본질적인 속성의 차이이다. 이미 입고 있는 웨어와 입거나 찰 수 있는 웨어러블은 인간에게 있어 수십, 수백년의 역사속에서 만들어진 습관을 극복 할 가치의 차이에 있는 것이다. 웨어러블은 이 두가지 본질적 가치를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에게 선택될 수 있는 티핑이 시작 될 것이다.


거부하지 않는 소비자들

웨어러블은 그래서 거부하지 않는 소비자에 집중해야 한다. 거부하지 않는 소비자란, 불편함을 참아야 할 기능적 니즈를 가지고 있거나, 이미 사용하고 있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안경을 착용하고 있거나, 시계를 차고 있는 소비자는 이미 웨어러블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기능과 디자인, 그리고 가치에 집중해야 하며 웨어러블이 포스트스마트폰이 될 거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스마트폰은 인간을 정보의 중심으로 만들어 준 컴퓨터의 속성이 본질이기에 웨어러블은 사람과의 인터페이스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컴퓨터를 담을 수 있는 미래가 오겠지만 그전까지는 인터페이스가 가장 중요한 본질로 소구될 것이다. 이에 더해서 VR/AR 헤드셋이나 정보축적을 위한 QS(Quantified Self)의 영역에서 많은 버티컬 케이스들이 만들어 질 것이다.


두번째 거부하지 않는 소비자는 자신의 의지를 표현할 수 없지만 많은 케어가 필요한 유아와 건강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할 중증환자와 실버세대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타인의 케어가 필요한 대상들이며 특별한 목적과 기능을 가진 웨어러블이 적용되어야 할 주요 소비자이다. 이들은 불편함을 참아가면서 케어 해야 할 니즈가 있고 시대의 변화는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켜 줄 기술을 가능하게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큰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연계 서비스까지도 적극적으로 수용 할 대상이다. 이들에겐 생명이나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터라 웨어러블이 가진 불편함은 기꺼이 참을만한 트레이드오프(Trade-off) 일 뿐이다.


또 하나 거부하지 않는 소비자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다. 반려동물 역시 타인의 케어와 관심이 필요하며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대상이다. 웨어러블을 선택하는 대상과 사용하는 대상이 다른 경우인데, 반려동물 역시 불편함을 거부하는 의사표현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소유자에게 가치가 있다면 잠재성이 큰 시장으로 성장 할 것이다. 이미 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출시되었고, 반려동물의 건강을 모니터링하며 반려동물과 소유자가 인터랙션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웨어러블과 함께 다양한 서비스들이 바인딩될 것이며 사물인터넷이 케어인터넷으로 진화하는 그 시작점이 될 것이다.


지금은 웨어러블 시장이 양극화되고 경쟁도 심화되고 있지만 결국 다양성을 담는 방향으로 계속 진화를 할 것이며 웨어러블이 웨어가 될 수 있는 본질적 가치를 가지게 될 때 자연스럽게 이들은 우리의 습관이 되어 인간의 삶에 한 부분이 될 것이다.




[1] 역사뒤로 사라진 페블에게서 배우는 교훈


이미지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keoni101/7069578953 CC-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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