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시장에도 업종의 트렌드가 있습니다. MCN시장이 떠오르고 있다면, 제조업은 지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최근 만났던 한 VC도 제조업에는 거의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조업 기반 클라우드 플랫폼 팔로(Pallo)에 대해 더 궁금했습니다. 물론 팔로 공동 창업자를 만나기 전까지도 창업멤버들이 40-50대 아저씨일 거라는 편견도 있었습니다. 판교에 위치한 팔로 사무실에 들어서니 스마트한 이미지의 30대 중반 청년 둘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팔로 박기열 대표와 서영진 이사(CTO)였습니다.
서영진 이사는 팔로의 공동 창업이자 현재 팔로 플랫폼 기획 및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두 배 힘들지만 네 배 행복한 쌍둥이 아빠라고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스스로를 소개했습니다.
Q. 한 가정의 가장에게 새로운 도전은 어떻게 다가올까요?
스타트업이란 단어 자체가 꼭 젊은 창업가에게 국한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도전'이라는 키워드가 스타트업이냐 창업이냐로 나뉘는 거 같아요. 팔로는 그런 면에서 스타트업입니다. 제조업을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제조 기업을 만든 거 자체가 도전입니다.
Q. 제조업에 대한 부족한 경험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저는 증권회사에서 유통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개발자 출신이고요. 박기열 대표는 전 직장에서 마케팅과 기술영업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제조업 배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무식하게(?) 했습니다. 무조건 발로 뛰었습니다. 2년 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사출이나 금형해주는 곳을 아예 몰랐죠. 그래서 저희가 직접 찾아가면서 거래처를 뚫었습니다. 아는 곳이 한군데 생기니 거기서 또 소개 받고, 또 찾아 보고 그러면서 단계별로 성장했습니다.
Q. 팔로 서비스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처음 생각했던 것은 팔로를 통해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어 보자였습니다. 근데 쉽지 않더라고요. 어딘가에는 비슷한 것들이 존재했습니다. 지금은 기존 제품에 새로운 기능이나 아이디어를 더해 좀 더 가치를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팔로에서 나온 아이디어 상품이 가치 있게 판매되도록 디자인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Q. 다양한 제품보다 가치 있는 제품 하나를 제대로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처음 저희도 매년, 매월 주기적으로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보여주기 위해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쉬어가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Q. 국내 제조업 분위기는 어떤가요?
현재 한국 제조업 최전방에 계시는 분들이 실리콘벨리나 중국 제조업 관계자에 비해 연령대가 꽤 높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제조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패블와치만 해도 연령대가 젊습니다. 한국시장은 그렇지 않죠. 국내 스타트업은 서비스로 많이 몰리잖아요.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제조업도 젊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팅을 하다 보면 좋은 분들이 많은데 고정관념을 가지신 분들이 있어요. 새로운 프로세스에 대해 수용하고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청년들 중 제품을 만들겠다는 분은 많지만 실제로 금형이나 사출 같은 인프라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아요. 젊은 분들이 이런 곳에도 관심을 가져 제조 생태계를 젊게 만들고 틀을 파괴해야 우리 제조업이 실리콘벨리나 중국 제조업에서도 경쟁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팔로에는 추구하는 가치가 일치된 인재가 필요합니다.
정부에서는 펀드 조성했다는 기사가 많은데 막상 스타트업들이 투자 받기는 정말 힘듭니다. 구인구직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청년실업 문제다 하지만 실제로 스타트업은 적합한 인재를 못 찾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저희도 동일한 고민을 하고 있죠.
Q. 채용 과정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학력, 경력을 고려하지 않고 인터뷰를 통해 팔로의 가치를 함께 공유하면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을지를 봅니다. 채용 인터뷰에서는 저희 회사와 가치를 설명하고,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팔로에도 그동안 1년이 안 돼 나가신 분들도 있었기 때문에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나 실제 창업 초기 기업 경험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물어봅니다. 보통 기본 한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팔로 가치에 공감할 수 있는 지에 대해 파악합니다.
Q. 이사님의 최근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 목표이자 팔로의 목표는 망하지 않는 회사가 되는 겁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거예요. 망하지 않는 게 실력이고, 성공은 타이밍과 운이라 생각해요. 그 운이 찾아올 때까지 버티고 망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