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레아블의 임승진, 이다빈 공동창업자를 디캠프에서 만났습니다. 아그레아블은 푸드브랜드몰 ‘샵링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팀의 시작은 '푸드커머셜'이 아닌 '인문학'이었습니다. 아그레아블은 강남에 위치한 '아그레아블' 카페에서 시작된 독서토론모임에서 출발했는데요. 두 대표의 이야기는 창업을 소재로 한 한 편의 청춘 드라마처럼 흥미롭습니다. 실제로 아그레아블 독서 모임을 주제로 팟캐스트도 진행하고 있다고 하네요.
Q. 아그레아블의 시작은 강남에서 토요일마다 열리는 독서토론 모임이었는데요. 임승진 대표가 이 모임을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저는 당시 이스트소프트에서 병역특례 개발자로 복무중이었는데요. 통근 시간이 길어 지하철에서 책을 읽었어요. 처음에는 사내 독서토론동아리를 만들었는데요. 그러다 회사 사람 외에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고도 싶어 회사 옆에 있는 카페 아그레아블에서 주말 독서 모임을 시작했어요. 그때의 아그레아블 카페 이름이 지금 저희 회사 이름이 된 거죠. 독서모임의 시작은 미약했지만 지금은 약 1300명의 회원이 있고요, 매주 30명이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Q. 정기적으로 모임을 운영하기 쉽지 않은데요. 회원 수도 많은 편이네요. 아그레아블만의 운영 비결이 궁금해요.
모임 첫 부분에는 30분 정도 자기소개를 해요. 한 가지 룰은 나이를 얘기하면 안돼요. 이름과 하는 일, 관심분야에 대해서만 얘기해요. 재미있는 게 이렇게 하다 보면 한 시간도 안돼 서로 몰랐던 사람들과도 금방 친해져요. 여느 독서 모임과 다른 점은 책을 정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데요. 책을 정해 놓을 경우 읽기 싫은 책이 나오면 모임에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서로 읽었던 책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독서 모임이라고 책만 읽는 건 아니고요. 같이 여행도 가고, 취미도 공유하는 동아리 같아요. 오랜만에 나와도 어색하지 않고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 모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책을 정하지 않고 각자의 취향이 반영된 책에 대해 이야기 하다 보니 다른 사람은 이렇게도 생각하구나 하며 서로에 대해 이해하게 돼요. 그러면서 문제 해결능력도 생기는 거 같아요.
Q. 저도 시간 내서 가고 싶네요. 임승진 대표와 이다빈 대표는 독서모임뿐만 아니라 샵링크라는 푸드브랜드 쇼핑몰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인연의 시작이 독서 모임에서였다고요?
아그레아블 독서 모임을 시작한 지 6개월 즘 지났을 때 이다빈 대표가 저희 모임에 들어왔어요. 저랑 말띠 동갑이더라고요. 저는 당시 창업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도서 모임 첫날에 사업계획서를 잔뜩 가져왔어요. 처음엔 좀 어이가 없었죠. (웃음) 왜 이런 걸 뽑아왔냐고 하니 제가 개발자라 저랑 함께 창업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준비해왔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에 들어와서 임승진 대표와 바로 창업을 한 거는 아니고요. 독서모임에서 1년 정도 함께 활동을 했어요. 저는 아그레아블에 오기 전 한창 창업 동아리에서 사업계획서를 썼는데 개발이 안돼 세상 밖으로 서비스가 나오지 못하는 걸 경험을 했어요. 어떻게 해야 할 지 방황하며 책에 의존하고 있었어요. 동네 친구들과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얘기를 했는데 진지병 환자가 되더라고요. 그러다 아그레아블 모임을 봤는데 모임의 리더가 때마침 이스트소프트에 다니는 개발자였죠. 그래서 사업계획서를 준비해갔고 인사하자마자 기획서를 줬어요. (웃음) 그게 인연의 시작이었어요. 그 후에 임승진 대표와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제가 함께 창업을 하자고 어떻게 보면 꼬신 거죠.
Q. 만남이 드라마틱하네요. 두 분이 함께 창업을 한 지 어언 1년이 다 돼가고 있네요. 샵링크는 홈페이지를 보면 홈메이드 떡볶이, 커피 등을 판매하는 푸드쇼핑몰로 보여요.
저희는 커머스 스타트업이고요. 크게 푸드 쇼핑몰 운영과 제휴 마케팅 추적 기술을 이용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샵링크에서는 온라인 브랜딩 작업이 익숙하지 않은 영세업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잘 판매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가령 제품 설명 디자인, 사진, 동영상 촬영, 소셜 마케팅까지 대행해드리는 거죠. 샵링크를 통해 프라이머 벤처캐피탈에서 시드투자를 받았어요. 푸드 쇼핑몰로 받은 게 아니라 제휴 마케팅 추적 기능으로 받았어요.
Q. 마케팅 추적 기능이 조금 생소한데요.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 좋을 거 같아요.
쉽게 설명 드리면 특정 커머셜 상품을 온라인으로 공유해 매출이 발생하면 수익을 쉐어해주는 공유 마케팅 기능이에요. 주로 콘텐츠에 광고가 들어가는 네이티브 광고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전문 콘텐츠 제작자들이 텍스트로 상품을 소개해주고 거기에 저희 기능을 붙이면 소비자들은 그 링크를 타고 구매를 하게 돼요. 거기서 매출이 발생하면 글을 쓴 공유자는 약 10%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요.
아그레아블 독서 토론 모임에서 '나이'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처럼 두 창업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두 창업자의 창업에 대한 시선은 팀터뷰 대화의 깊이를 더해주었습니다. 아그레아블은 '팀(기업)'을 '공동체'로 바라봅니다. 비즈니스는 돈의 흐름으로 운영되지만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팀은 돈만으로는 운영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거 같았습니다.
아그레아블 독서모임에 오는 분들은 대부분 직장인이에요. 내가 뭘 해야 행복한지 찾아가는 과정들이 필요한 건데 다들 그런 거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게 아닌가라는 얘기를 자주 했어요. 그런 대화를 통해 나온 생각들이 아그레아블 기업 문화에도 반영됐어요. 제가 유토피아를 만들 순 없지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아그레아블은 이익집단보다는 공동체 성향이 강해요. 사람은 누구나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월급 받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여기 와서 일을 하며 돈을 벌었으면 하는 거죠.
수직적으로 내려오는 일을 톱니바퀴처럼 하기보다는 공동체라면 자신의 불만도 말할 줄 알아야 하고 성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야 하다고 생각해요. 이상적인 말일 수 있지만 회사를 간다 보다는 놀러 간다고 느끼는 회사를 만들고 싶은 거죠. 그런 면에서 임승진 대표가 말한 공동체에 대해 동감을 해요. 이 친구와 회사를 세우기 전 공동체에 대한 대화를 정말 많이 했었어요. 우리만 옳다고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말을 수렴할 수 있는 자세를 기르자. 수평적인 문화를 갖자 같은 대화였죠.
Q. 현재 아그레아블 팀이 일하는 방식도 궁금하네요.
의사소통은 카톡이나 이메일로 하고 업무공유는 트렐로 이용하고요. 각자의 업무는 스스로 정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저희는 데드라인을 정하지 않아요. 제가 회사 다닐 때는 데드라인이 있었어요. 더 빨리 끝낼 수 있는 일도 데드라인까지 질질 끌더라고요. 또 저희는 두 번 작업하는 거를 싫어해요. 저 같은 경우만 해도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개발을 해서 잘 만들기를 좋아해요. 스타트업은 빨리 빨리 치고 나가는 게 미덕인데 업무를 선택할 때는 빨리 선택 하지만 수행할 때는 공을 들여요.
Q. 최근에 채용을 진행했고 이번엔 브랜딩 디자이너를 뽑으려고 하네요. 아그레아블의 채용 이야기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지난 채용 때는 스물 다섯 명이 지원해주셨는데 눈감고 뽑아도 문제 없을 정도로 좋은 분들이 많이 지원해주셨어요. 미처 저희와 함께 하지 못한 분들은 역량이 안돼서가 아니라 오히려 저희가 역량이 안돼서 뽑지 못한 거죠. 한 분은 린스타트업와 그로스해킹을 다 읽어오시고, 또 나름대로 생각한 걸 정리해서 오신 분도 계셨어요. 저희가 책에서 시작된 팀이라 역시 책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끌리더라고요.
Q. 마지막으로 새로운 팀원을 뽑을 때 어떤 걸 가장 염두에 두나요?
우선은 일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어야 열심히 일 하는 사람이 아닌 팀을 공동체로 생각하고 룰에 얽히기보다는 자유로운 환경에서도 책임감 있게 일하시는 분들이죠. 가장 많이 보는 거는 스타트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로켓 타고 날라가면 부자 될 수 있다 같은 환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등 인터뷰를 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