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SKIT이학순 대표는 한국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한국 금융감독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창업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스토리를 들으면 ‘왜’ 창업했고 실제로 직장을 나와 어떻게 창업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합니다. 더팀스 팀터뷰를 통해 이 대표의 창업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금융감독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셨는데 창업은 어떻게 결심하게 됐나요?
업무가 즐겁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어요. 금융감독원 업무는 분명히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었지만 그 업무를 통해 제 개인이 느꼈던 성취감과 만족감은 낮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을 하면서 나 스스로 보람과 재미를 느낄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러다 제가 느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죠.
Q. 잘 다니던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창업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많이 걱정했을 거 같아요.
처음에는 많이 서운해하셨죠. 금융감독원 다니던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는데 스스로 다 내려놓고 백수가 되기로 한 거니까요. 하지만 제가 왜 창업을 하려는지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드리며 설득을 했고요. 결국 부모님께서 제 선택을 믿고 존중해주셨어요. 그 믿음에 대해 결과로 보답해드려야죠.
Q. 보통 창업을 하면 이전 경력과 연관된 사업 아이템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대표님의 공인회계사 경력과는 지금 사업은 사뭇 다른데요. 아이템 선정은 어떤 식으로 했나요?
아이템을 선정할 때 이 아이템이 얼마나 돈이 될 것인가, 최근 얼마나 핫한 아이템인가 보다는 '실제로 스스로 느꼈던 문제나 불편을 해결하는 서비스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스스로 그 서비스의 열렬한 팬이 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어야 주인의식을 가지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험이 있는 분야의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전문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창의적인 도전을 하는 데는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생각돼 굳이 경력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Q. 운영 중인 서비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현재 베타 운영 중인 VASKIT은 사용자들이 구매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간입니다. 특히 ‘둘 중에 무엇을 살까’라는 소비자의 결정장애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구매를 고민 중인 두 개의 상품을 투표를 통해 결정할 수 있게 도와주고 다른 사용자들로부터 의견을 수집해 구매 결정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와 심리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죠. 현재 베타 서비스로 웹페이지를 운영 중이고요. 유저들의 니즈를 반영한 앱 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VASKIT 서비스는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셨어요?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쇼핑을 참 많이 했어요. 스스로 돈을 벌게 되면서 학생 때 갖고 싶었던 것들을 정말 많이 샀거든요. 부모님께서 '무슨 남자가 쇼핑을 이렇게 많이 하냐. 그만 좀 사고 저축해라'라는 말씀을 하실 정도로요. (웃음) 각종 전자제품들부터 시작해 제가 좋아하는 레저스포츠와 관련된 장비들 의류나 각종 패션잡화 등등 품목도 정말 다양했어요. 그런데 제가 평소에 잘 몰랐던, 새로운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꼈던 적이 많았어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오히려 저한테 꼭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고, 광고나 홍보성 정보들 사이에 진짜배기 정보를 걸러내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제가 너무 우유부단하고 신중한 탓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무엇을 살지 결정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소비자'를 지칭하는 '햄릿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2015 트렌드 코리아의 키워드로 선정되는 것을 보고 이것이 단지 저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적인 현상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구매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개선해보자는 목표를 설정하게 되었고 이를 위한 첫 번째 단추로써 VASKIT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재 창업 멤버들과는 어떻게 팀 빌딩을 하신 건가요?
10년 넘게 친구로 지낸 대학교 동기들과 팀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창업에 대한 막연한 고민을 나누었는데요. 그게 이어져 아이템을 구체화하기 위해 매주 주말마다 모여 회의를 하게 되었죠. 점점 이야기가 구체화되면서 본업과 병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모두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게 되었어요. 이 과정을 제가 주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표를 맡게 되었는데요. 팀 빌딩을 할 때 '서로의 성향이 얼마나 맞는가(끝까지 즐겁게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인가)',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의지와 능력이 얼마나 있는가', '일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진지하고 열정적인가'를 중점적으로 생각했습니다.
Q. 친구들 사이라 친밀도는 높지만 어떻게 보면 함께 사업을 하기 더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요. 이학순 대표는 어떻게 공동창업자들을 설득했나요?
성실하고 꾸준한 캐릭터를 좋게 봐준 거 아닐까요? 제가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에 친구들 사이에서 '독순이'란 별명으로 불렸어요. 핸드폰도 끊고 친구들도 멀리하며 공부에만 집중했었거든요. 덕분에 상대적으로 빨리 시험에 합격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언제나 제일 먼저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고 일정을 챙겼어요. 그런 것들이 좋은 인상으로 누적되었던 것 같아요.
Q. 창업을 해서 이제 함께 일한 지 10개월 정도 됐는데요. 상상 속 창업 환경과 실제 팀 모습 사이는 어떤가요?
제가 아직 팀 대표로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현재 팀원들을 모셔온 것 하나는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경영학과 전공 세 명이 어떻게 웹・앱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냐며 걱정하는 분들도 많았는데요. 팀원들 모두 스스로 팀에 필요한 부분을 빠르게 캐치해 열정적으로 학습하면서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다만 초기에 제가 개발자 팀원을 확실하게 합류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창업해 팀원들을 '아득하고 황망한'상태에 노출시켰던 것은 지금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친분이 있는 개발자 형과 애매모호하게 구두계약만 한 상태에서 제 욕심으로 무리하게 일을 추진했던 것에 대해 스스로 크게 반성했죠. 팀빌딩과 채용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빠른 학습을 통해 프런트엔드와 백엔드를 넘나들며 자체적으로 웹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데이터 분석, 디자인 업무 등등 일당백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팀원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꾸벅)
Q. 팀에 맞는 개발자를 채용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개발자 팀원과 함께 하고 싶으세요?
뛰어난 실력을 갖춘 개발자도 물론 좋지만 그것보다는 학습 의지와 열정, 그리고 저희와 가치관이 얼마나 잘 맞는가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불과 10개월 전만 해도 프로그래밍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저희도 지금은 HTML, CSS, JavaScript, Ruby on Rails, MySQL 등을 다루며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따라서 학습 의지와 열정이 충만한 개발자분이라면 저희와 함께 한 땀 한 땀 학습하면서 리더 개발자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열정과 의지가 있는 개발자를 만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대표님의 꿈에 대해 알려주세요.
단기적으로는 우리 팀원들에게 넉넉한 월급을 주고 싶어요 (웃음). 중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이 누구나 쉽게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할 수 있는 커머스 플랫폼을 완성하고 싶고요. 장기적으로는 창업가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